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발등 찍은' 악재들

한국뉴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발등 찍은' 악재들

일요시사 0 1216 0 0

 

거친 풍랑 만난 여선장…그대로 침몰?

 

[일요시사=경제1팀] 해운업계의 여선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유동성 압박에 못 이겨 껄끄러운 시아주버니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자신이 임명했던 가신마저 경질하게 됐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 타계 이후 한진해운 경영을 시작한 이래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완벽한 독립의 꿈은 접어야할 위기에 놓였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겹겹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지난 2006년 남편이 암으로 작고한 이후 전업주부에서 회장으로 변신했다.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오래 전부터 최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독립경영을 해왔다.

빚만 어마어마
흔들리는 해운

그동안 최 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 탓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최악의 상황을 지냈다. 재무 상황도 급격히 악화돼 지난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775.34%에 달했다.

자본금 규모는 1조2911억원 수준이지만 부채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엔 자본 1조3139억원에 부채 9조1602억원으로 697.18%을 보인 바 있다. 6개월 만에 부채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한진해운과 한진홀딩스 분할 첫해인 지난 2009년 말엔 자본 1조9011억원, 부채 6조71억원으로 부채비율 315.98%에 불과했다.

최 회장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63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1년엔 82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 들어 2분기까지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 상태다.

영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갚아야 할 돈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연내 갚아야 하는 기업어음(CP) 상환 액수만 약 2200억원. 지난 6월에 한진해운 신항만 지분 매각 등으로 1233억원을 확보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소할 순 없었다.

연말까지 CP 2000억·내년엔 3900억 갚아야
한진해운 지분 담보잡고…1500억원 긴급수혈

최 회장이 영구채 발행을 위해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 등을 직접 만나 지급보증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은행들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이 부진한데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내년 3월 1800억원, 4월과 9월에 각각 600억원, 1500억원씩 총 39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와 CP 만기가 돌아온다.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최 회장은 한진그룹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한진해운의 한 간부는 “최 회장이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SOS를 쳤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당초 조 회장에게 250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시이사회에서 1500억원만 지원하기로 결의했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0만주를 담보로 했다.

조 회장이 어떤 이유로 지원을 결정했는지는 의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이 불편한 관계에 놓인 한진해운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해왔다. 최 회장이 그간 한진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의지를 수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 회장측이 한진해운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보유해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중 최 회장 우호 지분은 50.67%, 조 회장 측 지분은 27.45%다.



완벽한 독립을 꿈꾸던 최 회장은 2008년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 최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독립적인 경영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진가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수년째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대한항공 주식 4만3355주를 매각하고 최 회장의 두 딸 조유경·유홍씨도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만8320주, 1만916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정석기업 주식 4만4180주를 정리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최 회장은 2009년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가 설립될 당시 조 회장에게 사업회사인 한진해운의 지분을 택하라고 요구하면서 직접적인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최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숙에게 ‘SOS’
자금 긴급수혈

재계는 이번 자금 지원으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 회장 입장에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피하고 싶은 카드였을 것이다. 계열분리를 준비해온 최 회장으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한진해운이 빌려간 1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보다 지분 5%가 부족한 한진해운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급한 불은 껐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1500억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셈이 됐다”며 “사실상 최 회장의 계열분리 꿈은 물거품이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은 인정했지만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한진해운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 한진그룹의 재계 서열은 떨어질 뿐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한진택배(땅)-한진해운(바다)-대한항공(하늘)’으로 이어지는 물류 체계도 무너진다.

고 조중훈 회장이 일군 한진해운을 롯데가 출신인 최 회장(최 회장 어머니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에게 넘길 수 없지 않느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측근의 퇴진…독립 경영 ‘항로 이탈’ 예고
조양호 회장, 자금대여로 해운 지배력 커질듯

이번에 지분 담보를 갖게 된 만큼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대한항공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계열분리를 기대했던 최 회장의 꿈도 멀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최 회장 최측근인 김영민 사장이 사임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형식은 경영실적 악화 및 채권 발행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진 자진사의이지만, 내용적으론 경질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김 사장은 미국 노스이스턴대 MBA를 졸업한 후 20여년간 씨티은행에서 근무한 ‘금융통’이다. 2001년 한진해운에 영입돼 관리본부장과 총괄부사장으로 거쳤으며, 2009년 최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해운시황 악화 속에서 부채비율이 800%를 넘어서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진척이 없자, 결국 퇴진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의를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사장은 최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 사장과 같은 씨티은행 출신인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 등과 함께 최 회장의 핵심 인맥으로 통했다. 최 회장 입장에선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가신들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은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마지막 남은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예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이번 유동성 위기로 최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해운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한진해운의 흑자 전환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지배력은 더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업황회복이 2015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땅-바다-하늘
무너진 독립경영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내년에 당장 적자폭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단기간에 업황이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번에 지원 받기로 한 1500억원도 1분기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설립목적이 ‘자회사 지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진칼이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경영 간섭’에 나설 수 있다”며 “이번에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분가’를 꿈꿨던 최 회장으로선, 독립은커녕 오히려 독립과 멀어져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진해운을 쥐는 열쇠는 점점 더 한진그룹 쪽이 쥐는 형국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