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가 대물림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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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대림가 대물림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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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은…" 골육상쟁 트라우마

 

[일요시사=경제1팀] 대림그룹 일가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4세 주주를 두고 말들이 많다. 미성년자인 점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주인공은 초등생과 중학생. 보수적인 기업으로 유명한 대림그룹이라 의아한 시선이 쏠린다. 아직 3세 경영도 완성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 재벌그룹 오너 일가엔 꼬마 부자들이 많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회장님' 손자·손녀들이 수두룩하다. 모두 부모 잘 만난 덕이다.

대림가도 드디어 4세 주주 시대를 열었다. 이부용 대림비앤코(B&Co) 고문이 보유하고 있는 대림비앤코 주식을 두 손자에게 증여한 것. 대림비앤코는 지난 19일 이 고문이 보유주식 96만6268주 가운데 87만주를 손자 동주·찬주군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상장사인 대림비앤코의 이날 종가(1880원) 기준으로 각각 8억1780만원씩 총 16억3560만원 규모다. 이로써 이 고문의 지분율은 6.44%에서 0.6%로 줄었다. 동주·찬주군은 각각 2.9%를 확보, 3대 주주에 올랐다.

초딩 꼬마에…

이번 이 고문의 증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우선 주식을 증여 받은 동주·찬주군에게 시선이 쏠린다. 동주군은 2000년생으로 올해 13세다. 현재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2002년생인 찬주군은 11세로 아직 초등학생이다.

이해영 대림비앤코 사장의 아들인 이들은 할아버지의 '선물'로 각각 8억원 상당의 주식을 손에 쥐게 됐다. 둘은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 기준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지분을 계산한 결과 주식가치 평가액이 1억원 이상인 미성년자는 26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2명이 추가된 셈이다.

증여 시기도 눈길을 끈다. 대림가에서 4세 주주가 처음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고문의 형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이 오너로 있는 대림그룹은 보수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아직 3세 경영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주력사인 대림산업엔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자녀들이 주주로 올라있다. 4세는 주주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고작 0.47%. 나머지 3세들도 0.06∼0.22% 뿐이다. 대림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의 경우 이 명예회장이 지분 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32.1%를 소유 중이다. 물론 4세는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사실 이 명예회장과 이 고문은 '배다른' 형제다. 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는 고 이경숙씨와 결혼해 장남 이 명예회장을 낳았다. 이 여사는 출산 4년 만에 타계했다. 이후 이 창업주는 박영복씨와 재혼, 이 고문을 얻었다. 이 명예회장과 이 고문이 이복형제인 것이다.

비앤코 일가 지분 증여…4세 주주 첫 등장
아들 아닌 두 손자 챙기기 두고 해석 분분

이 고문의 '손자 챙기기'는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란 해석도 있다. 현재 이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그동안 이 고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이번 증여를 계기로 이 고문이 완전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올해 42세인 이 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인베스터 아시아 차장, 인트로메딕 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실무 감각을 익혔다. 2008년 대림비앤코 부사장에 이어 2010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지분 35.89%를 소유한 대림비앤코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그의 동생 이해서씨(10.31%)다.

재계 호사가들은 이 고문이 증여를 서두른 이유가 '경영분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게 이 고문은 과거 '골육상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후계구도 안정화용으로 일찍 주식을 물려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창업주는 가족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그룹의 모기업인 대림산업을 장남 이 명예회장에게 물려주면서 경영승계를 마무리했다. 이도 잠시. 1995년 이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대림가는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이 고문과 이 창업주의 동생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인 것. 조카와 삼촌이 싸운 이른바 '숙질의 난'이다.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었다. 두 사람은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1999년부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다 2007년에서야 오랜 분쟁을 끝냈다.

왜 서두르나

당시 이 고문과 이 사장은 대림통상 계열사로 있던 대림비앤코(당시 대림요업) 경영권을 확보해 대림통상에서 독립했다. 이후 이 고문이 대림비앤코를 2년간 이끌다 이 사장에게 '지휘봉'을 넘겨줬다. 이 고문과 이 회장은 8년간 혈전을 벌인 뒤 지금까지 서로 모른 척 등지고 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지분을 거의 모두 증여한 이 고문의 건강이상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올해 69세인 이 고문은 '은둔의 경영자'다. 별다른 바깥활동 없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일체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직원들 사이에선 "고문님이 누군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대림비앤코 측은 이 고문의 증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회사 관계자는 "공시한 그대로다. 증여에 따라 주주가 추가된 것뿐이다. 증여 이유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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