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의혹' 정보유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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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의혹' 정보유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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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검찰총장 찍어내기' 서초구청이 앞잡이 노릇?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8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이들은 불법적인 자료 획득 과정을 거친 것으로 의심 받았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했던 '채동욱 사태'는 엉뚱하게도 서초구에서 재점화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 서초구청 소속 조모(53) 행정지원국장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유출했다는 정황이 발견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진짜 몸통은?
누가 지시했나 

앞서 시민단체 한국여성단체연합·함께하는시민행동은 곽상도 청와대 전 민정수석과 <조선일보> 기자 2명,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성명불상인을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초중등교육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장영수)는 고발장 접수로부터 2달여가 지난 11월20일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조 국장의 사무실과 자택에 수사팀을 보내 컴퓨터 파일과 내부 문서,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조 국장의 신체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내역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구청 한 관계자는 "원세훈 핵심 측근 중 1명이 조 국장"이라고 귀띔했다.

조 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역임했을 때 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원 전 원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취임하자 행정부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원 전 원장은 2008년 조 국장을 행정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이와 관련 <노컷뉴스>는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말 등을 인용해 "조 국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고 ▲원 전 원장과 함께 국정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영포회' 소속으로 ▲원 전 원장의 가정사도 맡아 처리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잠잠해지다 엉뚱하게도 서초서 재점화
임모씨·채군 모자 서류 무단 조회·열람

기자가 확인을 위해 자문을 구한 서울시 전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조 국장의 승진이 굉장히 빨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직급은 높았지만 서초구청으로 임용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높은 사람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6월14일 조 국장은 행정지원국 소속 부하 직원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무단 조회·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총장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곳은 서초구청 행정지원국 산하 오케이민원센터로 특정됐다. 오케이민원센터는 서초구민의 개인정보와 관련한 서류 발급 및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검찰은 채군의 모친인 임모(54)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오케이민원센터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혐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됐다.

열람한 시기와
사건 시점 일치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서초구청 측은 임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관련 공문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법상 가족관계등록부 등의 증명서를 조회·열람·발급받기 위해선 증명신청서에 명확한 사유를 적시한 뒤 제출해야 한다.

단 당사자는 예외로 하며, 제3자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하기 위해선 이를 위임한 당사자나 배우자, 형제자매 등으로부터 본인동의서나 위임장을 전달받아 제출해야 한다.

직무상 필요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문서를 열람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반드시 열람 사유와 근거법령을 기재한 신청기관의 공문, 관계 공무원의 신분증명서가 함께 제출돼야 한다. 또 가족의 동의 없이 관련 기록을 열람했다면 해당 열람 사실을 가족에게 고지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조 국장이 상기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검찰은 최근 조사한 행정지원국 직원으로부터 조 국장의 지시로 관련 문서를 무단 조회·열람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 국장의 해당 행위가 직무권한 범위 내에 있었는지를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조 국장이 열람·조회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유출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법상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으로 조회·열람·발급받거나 사용 목적 외의 부정한 용도로 유용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 등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경우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살펴봤을 때 조 국장에 대한 형사 처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측은 지난 11월27일 "조 국장에 대한 자체 징계나 내부 감사는 현재 시점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기자는 조 국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직원을 만나고자 했으나 "휴가 중이라 출근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조 국장에게서 직접 해명을 들으려고 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다음날 조 국장은 검찰에 소환됐다.

11월28일 오전 10시께 검찰은 조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켜 임씨 등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무단으로 조회·열람한 경위와 목적, 자료의 외부 유출 또는 임의로 사용한 의혹, 국정원 등 다른 정부기관의 개입 여부 등을 캐물었다.

조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인의 부탁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원 전 원장의 지시나 국정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족관계등록부 기록내용을 유선전화로 전달했을 뿐 문서 형태로 출력하거나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복수 언론 및 관계자는 조 국장이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시기와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점이 일치하는 것에 착안, 그 배후에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위와 목적,
유출 의도는?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는 지난 9월6일에 있었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해당 기사를 위해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초본, 출입국증명서가 있다. 이들 문서는 행정기관에서 발급 업무를 위해 전산망에 접속하면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29일 검찰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최근 가족관계등록부 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과 안전행정부의 전산망 서버 내역을 확보해 조사했다. 이는 전국의 가족관계등록부 전산 조회 기록을 전수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각 기관은 가족관계등록부를 보관·관리·처리하고 있다. 전국 관공서에는 가족관계 업무 담당자가 1만3237명 지정돼 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들은 가족관계 업무 전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부여받아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 특정인의 가족 정보를 조회하면 전산망 서버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특정 아이디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어느 기관에서 '몇월 며칠 몇시 몇분'에 누구의 가족부를 열람했는지까지 확인된다.

현재까지 조 국장의 지시로 직원들이 임씨의 기록을 조회한 횟수는 2회로 파악됐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조회수는 늘어날 수 있다. 관련 조사를 마친 검찰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조 국장과 함께 압수수색을 당했던 서초구청 감사담당관 임모 과장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임 과장은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다음날인 9월7일 청와대 관계자의 공문 요청으로 임씨 등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 과장은 '채동욱 찍어내기'의 배후 인물 중 1명으로 지목된 곽 전 수석과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과장은 지난 2003년 곽 전 수석이 서울지검 특수3부장으로 있을 때 같은 부서 소속 검사이던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방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의 개인 정보 유출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세훈·곽상도 측근 수사선상
청와대·국정원 개입여부 관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곽 전 수석은 파견 나온 임 과장과 함께 근무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곽 전 수석이 임 과장을 특별히 챙겼던 기억이 있다. 파견이 끝난 뒤에도 곽 전 수석이 임 과장 등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조선일보> 보도 직후 진위 파악에 나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사실 확인을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임 과장에게 공문을 보내 관련 문서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임 과장의 경우 정식 공문을 받은 뒤 업무 권한에 따라 기록을 조회해 정상적으로 업무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채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유출 의혹을 받는 서초구청 관계자들이 각각 원 전 원장과 곽 전 수석의 측근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팎의 시선은 '진짜 몸통이 누구냐'에 쏠리고 있다.

더구나 채군 모자의 주소지는 강남구인데 엉뚱하게도 서초구청에서 정보가 새나갔다는 점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이에 기자는 좀 더 정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임 과장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남구 사는데
서초구서···왜?

검찰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해 채군 모자의 항공권 발권기록 자료를 넘겨받았다. 아울러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서버에서 로그인 기록 등을 뒤졌다. 검찰이 이르면 이번 달 중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 이외의 유출 경위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개입설은 증명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건드렸다가 내홍을 겪은 검찰 입장에서 수사를 확대할리 없다는 예상이다. 정권 입장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았던 채 전 총장의 '명예'를 위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동욱 의혹' 정보유출

"진익철은 알았나 몰랐나" 원세훈과 친분 눈길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진익철 서초구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친분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복수 제보자는 "서울시 5급 이상 공무원 중 진익철과 원세훈의 친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진 구청장과 같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19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간 서울시청에서 함께 일했다. 그런데 단순히 같은 직장을 다니는 수준이 아닌 핵심 측근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앞서 원 전 원장이 서울시에서 법무과장을 맡았을 때 진 구청장은 법무계장으로 원 전 원장을 보좌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이 기획관리실장에 부임하자 진 구청장은 재정기획관으로 원 전 원장과의 인연을 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재정기획관은 기획관리실장의 직속 참모다. 이게 끝이 아니다. 원 전 원장이 행정1부시장을 역임했을 때 진 구청장은 공보관으로 활동했다. 복수 관계자는 "진익철과 원세훈은 부부끼리 동반 모임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키맨'인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 구청장은 유출 사실을 몰랐으며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진 구청장은 한 지역 공식행사에 참여해 "조 국장 개인의 불법 행위"라며 자신과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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