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물고 뜯는 '진흙탕 내전'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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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물고 뜯는 '진흙탕 내전'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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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비노 사생결단 "한판 제대로 붙는다"


[일요시사=정치팀] 대선이 끝난 지 1년 만에 친노(친노무현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노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비노(비노무현계)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당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는 친노계 우원식 최고위원과 비노계 조경태 최고위원이 서로 막말과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진흙탕 내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대선 패배 이후 2선으로 물러났던 친노진영이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앞세워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문 의원은 지난달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대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안철수 vs 문재인
친노 vs 비노

문 의원의 대권 재도전 발언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며 신당 창당 계획을 구체화한 다음날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차기 대선에서도 안 의원과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었다. 또 지난 9일엔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대선회고록을 출간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향후 전망을 담았다는 회고록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는 등 현 정부와 날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문 의원은 최근 연이어 기자간담회를 갖고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활동 폭도 크게 넓히는 중이다. 대선 1년을 맞는 오는 19일엔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 <변호인>이 개봉하는데, 영화를 통한 감성몰이로 문 의원과 친노진영이 다시 한번 민주당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2003년 탄핵, 퇴임 후 검찰 수사 등 중요 국면마다 감성코드는 친노 지지층을 결집시켰었다.

친노 돌발행동, 배후에 문재인?
지방선거 노린 의도적 행동 의심

문 의원의 이같은 정치행보와 관련해 비노계는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문 의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조급증에 사로잡혔다"고 했고, 황주홍 의원은 "한번 패했으면 자중해야 한다. 문 의원의 차기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며 아예 못을 박기도 했다.

비노계는 문 의원의 대선회고록 출간에 대해서도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안됐는데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면서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비노 측이 문 의원을 향해 대선패배의 책임을 회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반면, 친노 측은 문 의원이 새로운 정치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커지는 갈등
의도적 연출?

한 때 '폐족'으로까지 불렸던 친노계가 정치적 기지개를 펴고 당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민주당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친노계 우원식 최고위원과 비노계 조경태 최고위원이 험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언성을 높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 위원이 한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행 가능성과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말다툼 과정에서 조 위원은 "어디 재선이 삼선한테?"라며 우 위원을 나무랐고, 우 위원은 "나이도 어린 X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대응했다. 

비노계는 친노계가 연일 돌발행동을 벌이고 강경노선을 고집하는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노계는 친노계의 돌발행동이 번번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데다, 친노계가 강경노선을 고집해 극한 대치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정치염증이 극에 달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노무현정부 시절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홍익표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을 뜻하는 귀태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고,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문 의원의 대선캠프 청년특보실 실장을 지낸 장하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18대 대선이 부정하게 치러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대선 보궐선거를 요구했다. 이는 대선불복론과 선을 그어왔던 당론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하며 한때 국정원 개혁 특위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올해 국회는 100일간의 정기국회 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다 마지막 날 벼락치기로 34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비노계에선 국회 파행의 원인으로 친노계를 지목하기도 한다.

한 비노계 의원의 보좌진은 "과거에는 의원들이 지도부의 지휘 하에 움직였는데 최근에는 친노 강경파 의원들이 새누리당에 항의하다 본회의 도중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당 지도부가 깜짝깜짝 놀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지도부가 퇴청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친노계 의원들이 예고 없이 퇴청하고 나면 그제서야 지도부가 나서서 뒤처리를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의원의 경우에는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개인 의견을 피력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이나 'NLL회의록 실종사건' 당시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만류했으나 끝내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문 의원의 발언은 결국 민주당을 NLL 정쟁에 휘말리게 했고, 결과적으로 사초실종이란 유례없는 사태로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야만 했다. 민주당이 띄우기 위해 노력했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이슈도 한동안 NLL 논쟁에 묻혀 힘을 쓰지 못했다.

문 의원은 의견개진 당시 당 지도부와 충분히 상의를 했다고 밝혔으나 당 지도부는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며 불쾌해 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 일각에선 "문 의원이 당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돌발행동 배후에는 문 의원이 있다고 지목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선불복과 막말 사태와 관련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노계 일부에서도 친노계 의원들의 돌발행동이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패배 뒤 친노진영은 당대표 선거에서도 패하며 한때 '폐족'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허수아비 비노
실권은 친노가

친노계의 돌발행동은 대여 공세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당내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며,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력을 결집해 친노의 부활을 도모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비노계 일각에선 친노진영이 비노 중심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상처를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고를 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때문에 비노진영에서는 친노계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더욱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이다.

김한길 대표가 대표직까지 걸며 대여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계가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여당에 물타기 빌미를 제공해가면서까지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비노계에서는 또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안돼 친노가 전면에 나서게 되면 여권에선 대선 불복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려고 하기 때문에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친노, 신야권연대 판 깨기 나섰나?
좌충우돌 친노에 비노 속앓이 끙끙

정치권에서는 친노진영이 너무 이르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최근 당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4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을 위한 중요한 포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중앙정치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각 지역에 자기 사람을 단체장으로 심어 놓는다는 것은 차기 선거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총선과 2017 대선으로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 어떻게든 세력화를 꾀하겠다는 장기적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공포
조급증의 결과?

또 안철수신당이 민주당 일부 세력까지 잠식해오는 상황에서 친노진영으로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빨리 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노계 내부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친노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비노계 당 지도부와 안철수신당이 손을 잡을 경우 친노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자행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는 친노진영의 행보는 이러한 공포감과 조급증이 만들어 낸 안철수신당 힘 빼기 성격도 있다는 평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의 지도부는 비노지만 실질적인 힘은 친노에게 쏠려 있다. 김한길 대표가 '바지사장'이란 이야기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계에 불만을 갖고 있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인사는 많지 않다"며 "그래도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 주도권을 놓고는 친노와 비노가 필연적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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