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가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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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회장님의 가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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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입만 열면 ‘뻥’


[일요시사=경제1팀] ‘저축은행 사태’의 주역.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만행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는 은행이 담보로 받았던 그림을 내다 팔고 가짜그림을 게시한 사실이 밝혀져 입방아에 올랐다.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김 전 회장의 ‘가짜 인생’과 연관된 일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다.

구속 수감 중인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만행이 추가로 확인됐다. 수천억원을 불법 대출하고 고객 돈을 빼돌렸던 김 전 회장이 은행이 담보로 받았던 그림을 내다 팔고 그 대신에 가짜 그림을 게시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잡은 담보물인 그림을 판 후 그 대금을 개인적으로 유용, 담보물을 채워 넣기 위해 가짜 그림을 구해 게시했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으며, 금감원 검사역들은 미래저축은행이 그림을 담보물로 받고 대출을 적지 않게 해준 것에 의심을 품고 전문가를 동원해 일일이 그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래저축은행은 2005년 6월∼2011년 9월 기간 중 담보가가 불충분한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는 등 총 42건, 2377억원의 대출을 부당 취급해 815억원의 부실을 초래한 사실이 적발됐다.

저축은행 사태의 주역 중 하나인 김 전 회장은 거짓말을 즐기는 회장님으로 유명하다. 그는 과거에도 학력사칭, 신용불량 등 금융기관 대주주로서는 상상키 어려운 행적을 보여왔다.

198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1979년부터 4년간 서울법대생으로 행세를 하다가 졸업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짜임이 들통 났다. 학교 측이 사진 밑에 학번과 성명을 기입하기 위해 학적을 확인하던 중 그가 가짜 대학생임을 알아낸 것이다.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후 서울 법대 강의도 참석하고 각종 서클 모임에도 나왔다. 특히 그는 서울대 법대 복학생 모임인 법우회에서 대표로까지 활약했다.

군대에서도 서울 법대를 다니다가 입학한 것으로 했다. 결국 그해 1월에는 법대 한 교수의 주례로 결혼식까지 올렸으며, 당시 결혼 피로연에는 서울 법대 재학생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또 가짜 서울대 법대 졸업 학력으로 1985년 지금은 해체된 대우그룹 본사에 입사했으나 3개월 만에 들통나 해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 잡힌 그림 팔고 가짜그림 게시
가짜 이력으로 활동…거짓말로 사업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에서 자산 2조원의 저축은행 회장으로 성공한 김 전 회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실제 학력은 중졸로 전해진다. 그가 2001년 저축은행중앙회에 집행이사로 임명되면서 제출한 이력서에 따르면 그는 아산에 있는 신리초등학교를 나온 후 구화중학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신구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돼 있다.

우림산업개발을 운영하면서 땅을 사서 자본을 불린 그는 1999년 제주도에 본점을 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웠다. 제주도에 본점을 두고서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완으로 말하자면 지리산도 팔 사람”이라며 “그의 인생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김 전 회장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가 되기도 하는 팔색조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말썽이 터진 현장에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올랐다는 점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다 김 전 회장의 ‘돈 빼돌리기’ 신공까지 더해지면서 미래저축은행은 지난 2010년 6월말 9.34%이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단 1년 만에 -10.17%로 추락하면서 회생불가의 상황을 맞게 됐다.

그가 서민들의 피땀과도 같은 돈을 빼돌려 은닉한 재산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린 액수만 도 2500억원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미대생 딸의 그림을 회삿돈으로 비싸게 사들이고, 부인 명의의 해산물 뷔페 사업에 100억원의 은행돈을 불법 대출해줬다는 등 끝없는 비리혐의가 이어졌다.

대국민 희롱

회사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임원들에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한 뒤, 모든 책임을 뒤로한 채 고객돈 200억원을 들고 중국 밀항선에 타려다 덜미가 잡혔다.

밀항을 대가로 중국 조직폭력 조직에 3억원을, 현금운반 운전사에게 7억원 집어주고 중국 어디엔가 은신하며 평생 혼자 호의호식 하려던 꿈이 깨지고 만 것이다. 당시 현장 관계자들은 홍콩 누아르 영화에 나오는 밀항 장면보다 더 영화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그는 징역 9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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