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사건’ 공판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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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계모사건’ 공판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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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현이 아빠 어디로?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10월, 울산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계모 박모(40)씨의 상습적인 학대와 폭행으로 인해 초등학교 2학년인 이모(8)양이 숨진 것. 경찰 조사 결과 이양의 친부 이모(46)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찰은 이양의 친부인 이씨를 형사처분하기로 했다.

경찰은 친부가 딸이 당한 폭행과 학대를 방임했고, 이와 관련된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지속적으로 거부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지난 12일 울주경찰서는 계모의 학대와 폭행으로 숨진 이양의 아버지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11월쯤, 박씨가 딸의 종아리에 멍이 들 때까지 때리는 등 수년간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믿을 사람 없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단순 ‘훈육’ 목적으로 체벌한 것으로 생각했기에 박씨에게 딸을 맡겼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이씨는 지난 2011년 경북 포항에서 살던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딸이 계모에게 신체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도 드러났다.

또 이양이 다니던 유치원의 한 교사가 학대를 의심하고 아동보호기관에 수 차례 상담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씨는 박씨의 폭행을 훈육으로 포장했다. 아동보호기관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며 상담을 거절한 것이다. 그리고 이양에 대한 학대를 알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신고의무자에 대한 위반여부도 주목된다.

경찰은 이양의 초등학교 교사 2명, 이양을 치료한 병원 의사 2명, 학원장 2명, 학원교사 1명 등 신고의무자 7명을 울산시에 통보했다. 앞서 시는 신고의무자의 의무 불이행을 조사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경찰의 통보를 받는 대로 과태료 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만약 이번에 과태료 처분이 이어지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찾아 과태료를 물리는 첫 사례가 된다. 아동학대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양이 숨진 날은 ‘소풍날’이었다. 학교에서는 부산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돼 있었다. 계모 박모(40)씨는 “2000원을 훔쳐 가고도 거짓말을 한다”며 아침부터 딸을 폭행했다. 이양은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박씨는 오히려 폭력의 수위를 높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양의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양쪽 갈비뼈 24개 가운데 무려 16개가 골절됐다. 당시 경찰의 부검결과에 따르면, 옆구리 쪽에 당한 폭행으로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른 것이 결정적인 사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계모 박씨는 이양을 폭행한 뒤 뜨거운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빠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박씨는 이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을 거두자 “목욕을 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이었다.

상습폭행 인정…살인 의도 두고 법정공방
‘알면서도 방관’친부도 공범 혐의로 수사

소풍을 보내 달라는 8세 의붓딸을 1시간 동안 무차별 구타해 숨지게 한 계모 박씨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 17일 울산지법 101호 법정(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박씨는 고 이양에 대한 학대 사실 4건과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사실 등은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살인의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살해의도의 고의성을 뒷받침할 1560페이지 분량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전달했으며 첫 공판은 시작 10여 분만에 끝났다.

이번 재판은 박씨가 살인의 고의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에 따른 적절한 형량은 얼마인지를 두고 검찰과 변인간 치열한 변론이 예상된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7일 재개된다.

이날 법원 안팎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청객들의 안타까운 탄식과 격양된 감정으로 무겁게 가라않았다.
법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 지역주민들을 주축으로 이 땅에 더 이상 하늘로 소풍가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 50여명이 가슴에 ‘서현아 사랑해’라고 적힌 분홍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카페 회원인 A씨는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울산을 찾았다”며 “이번 재판이 아동학대 재판의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도록 계모 박씨에게 엄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의 한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숨진 이양을 보며 경찰로서 책임감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학대방지특례법이 빨리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의 생모 심모씨는 법원 앞에서 계모 박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마치고 인터넷 카페회원들과 합류해 있다 박씨를 실은 호송차가 들어오자 격한 감정을 내보이다 실신하기도 했다.

심씨와 일부 사람들은 법정에서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박씨를 향해 분노를 표출해 재판장이 휴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친모 심씨는 실신해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살인 고의성 쟁점

한편 이날 울산광역시 시의회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국회 통과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윤시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시의원 전원이 서명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최근 계모의 학대로 숨진 이양처럼 부모에게 폭행을 당해 다치거나 숨지는 사건이 10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절차, 학대자의 친권 제한 등을 종합하고, 처벌을 징역 10년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제정안이 올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아동학대 실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80%는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계부나 계모에 의해 학대당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학대 가정의 44%는 한부모 가정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학대는 흔히 폭력을 우선으로 떠올리지만, 아동학대의 33.3%는 방임이나 유기다.

최근 5년간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5800건이 넘지만 이 중 처벌된 사례는 6.2건으로 1.1%에 불과하다. 치료와 진단을 통해 학대를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의료진들의 신고율도 1% 미만이다. 

또한 학대받은 아동을 기관에서 보호할 수 있는 기간도 3일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학대 아동 보호율이 8.8%인 반면 한국은 0.63% 미만이다. 아동학대는 증가하는데 아동보호기관은 50개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240여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제도와 관련법도 미비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아동학대방지법은 17대, 18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는 되었지만 처리되지 않았고, 현재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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