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발 '개헌 바람' 가능성과 한계

한국뉴스


 

여의도발 '개헌 바람' 가능성과 한계

일요시사 0 794 0 0


해묵은 개헌논의 "이번엔 다를까?"


[일요시사=정치팀]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개헌 문제가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국회의장까지 나서 "올해는 반드시 개헌안을 발의하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는 새정부 출범 2년차에 지방선거 외 대형선거도 없어 정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개헌논의가 이뤄지기 좋은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개헌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일요시사>에서 짚어봤다.

현행 헌법은 장기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던 1987년 민주화 때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2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잦은 친인척 비리, 조기 권력누수를 우려한 무리한 정책 추진 등 '단임제'의 폐해가 드러나며 수차례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복잡한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힌 정치권의 반발에 번번이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개헌 논의 본격화

하지만 최근 정가에선 해묵은 개헌논의가 이번에는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87년 체제'가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독점 구조를 깨고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 새로운 권력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고, 올해 6·4지방선거를 제외한 대형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이 시기와 환경면에서 개헌 논의 적기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 116명이 참여해 만든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12월27일 국회 의정관에서 워크숍을 열고 개헌 공론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개헌모임 고문을 맡고 있는 '개헌 전도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개헌을 통해 내용적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다음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1월부터는 개헌안을 발의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석 부의장도 "여야가 싸움을 그만하려면 문화를 바꿔야 하고, 문화를 바꾸려면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모임의 야당 고문인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가 요즘처럼 실감날 때가 없었다"며 "과반 돌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강창희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신년사에서 "헌법개정자문위원회 발족작업에 착수해 개헌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언급한 강 의장은 지난 2일 의장 직속의 헌법자문위 위원장으로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헌법자문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학자 6명, 전직 정치인 2명, 전직 관료 2명, 언론계 1명, 대법원 및 헌재 출신 법조인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해 이달 중순께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오는 5월 말을 활동시한으로 잡고, 구체적 조문까지 완성한 헌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헌법자문위가 내놓는 헌법 개정안은 앞으로 여야 간 개헌논의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여론도 호의적이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30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헌에 대해 58.4%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가장 적합한 방식은 '4년 중임제'를 꼽았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파이낸셜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20~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 74.8%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필요 없다'는 의견은 18.5%에 그쳤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정치권, 커지는 '개헌 추진' 목소리…상반기 중 개헌안 발의 추진
여야 공감대, 호의적 여론 호재…박 대통령·여 지도부 의지 관건

그러나 개헌논의가 순항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개헌이 가능하기 위해선 정치의 주체인 국민, 국회의원, 대통령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에서 원칙적으로는 개헌에 공감하지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개헌론은 그 속성상 현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권력분산을 화두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권 초 청와대 입장으로는 적잖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청와대는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개헌논의에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개헌문제는 정치권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국회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집권 2년차를 맞아 경제 활성화와 공기업 개혁 등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개헌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집권 초기에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처리도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이라는 거대담론이 부각될 경우 자칫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한 관계자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개헌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치권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지방선거 이후에는 여야 대권주자가 부상해 차기 대권을 놓고 각축을 시작할 것이어서 개헌론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헌안이 일단 국회에 발의될 경우 논의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은 박근혜정부의 힘을 뺄 수 있는 개헌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민주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의 합이 140석 이상이기 때문에 10여명 가량의 개헌모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을 포섭하면 일단 개헌안 발의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순항 가능성 불투명

이와 관련해 이재오 의원은 "1월부터는 개헌모임이 앞장서서 여야 합의만 이루면 개헌안을 발의해 놓고, 발의해서 처리하는 과정까지 많은 수정과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발의를 통한 공론화를 강조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야 의원들 약 120명 정도가 합의, 1월 중 어떠한 성안을 가지고 서명을 받자는 상황"이라며 "우선 개헌 발의를 하면서 디테일한 문제는 조정해 나가자는 입장"이라고 발의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개헌절차는 최상위법인 헌법을 바꾸는 것인 만큼 상당히 까다롭다. 헌법 제128~130조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만이 개정안 발의가 가능하며 국회 재적의원 2/3이상 찬성이 있어야 의결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개헌이 확정된다.


허주렬 기자 <
carpediem@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