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복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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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복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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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맞춤형…실제론 털기용?
 
[일요시사=사회팀]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안으로 상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극빈층에게 한 번에 주던 급여를, 생계급여는 보건복지부, 주거는 국토교통부, 교육급여는 교육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등 앞으로는 해당 주무부처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개정안 내용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복잡한 서비스전달체계와 더불어 수급자를 줄이기 위한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복지 패러다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정부가 아닌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발의됐다. 공청회 등 국민 의견 수렴 등의 입법절차를 생략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로 보인다.

착시효과 속셈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최저생계비를 ‘최저보장수준’으로 대체한다는 부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극빈층의 ‘법적 권리’였으나, 개정안은 각 부처 예산 사정에 따라 급여수준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 즉 권리적 성격의 예산이 정부 재량에 맡겨둔 사회적 예산으로 바뀐다는 데 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소득인정액’이라는 권리발생요건을, ‘소득·재산을 고려’한다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변경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급여별 최저보장수준의 정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요지는 다음과 같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를 지급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각각의 급여의 기준을 결정하도록 하되, 급여 간 정합성 제고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함(안 제4조제2항) ▲급여의 기준 및 지급 등 개별 급여의 운영과 관련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함(안 제4조의2) ▲개별급여에 따라 수급권자의 범위는 급여별로 해당 법률에서 별도로 규정하게 됨에 따라 현행 수급자의 범위는 삭제하되, 특례 규정인 제2항은 별도의 조항으로 신설함(안 제5조 및 제14조의2)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의 규모, 생활에 필요한 비용 등을 파악하기 위해 3년마다 빈곤실태조사를 실시함(안 제6조의2) ▲수급자의 필요에 따라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급여의 수준은 수급자의 소득 재산을 고려해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함(안 제7조제2항)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각각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로 급여의 운영주체가 변경됨에 따라 급여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소관 부처의 법률에 규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함(안 제11조 및 제12조)

기초생활법 개정안 복잡한 전달체계 논란
‘개별급여’한번에 주다가 복잡하게 꼬아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협하는 내용이 다소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 의원의 법안은 ‘최저생계비’를 ‘최저보장수준’이라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개념으로 빈곤층의 최소한의 권리가 훼손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맞춤형 개별급여’라는 포장으로 일괄급여를 쪼개려고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개별급여’로 전환하면 각 급여를 주무부처 장관이 결정하게 된다. 이는 주무부처 장관의 재량으로 빈곤층의 급여수준과 권리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서비스전달체계에 있어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사회복지공무원과 수급자들은 복잡한 체계에 아우성 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 실시로 수급자도 늘리고 혜택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2014년 예산안에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급자를 줄인 숫자만큼 늘리는 ‘조삼모사’식이었기 때문이다. 각 급여는 최저생계비 인상률에도 못 미쳐서 실질적으로 삭감된 예산이 편성됐다.

이처럼 이번 개정안은 최저생계비를 해체하고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행정부 장관의 손에 맡겨버리는 ‘개악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빈곤층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시민단체 등 장애인단체들은 유 의원이 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청했다.

개정안은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일할수록 유리한 급여체계를 마련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예산에 종속된 ‘예산 맞춤형 복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재중 의원실 윤위 보좌관은 “개별급여는 기본적으로 수급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일괄급여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개별급여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급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예산이 삭감된 것은 그만큼 전체 수급권자가 감소했기 때문이지 개별급여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해서 최저생계비에 대한 법적 테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생계는 보건복지부
주거는 국토교통부
교육은 교육부 담당

반면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2014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약 3% 증가했지만 최저생계비가 전년 대비 5.5% 인상되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증액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축소된 것”이라며 “복지예산 확대 편성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고 정부를 지적했다.

빈 깡통 마시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남희 팀장은 “최저생계비를 쪼개서 각 부처에서 재량대로 급여를 준다면 급여에 대한 ‘법적권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해당 부처 예산에 따라 유동적으로 액수가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받아야 될 사람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개정안은 계류 중이다. 앞으로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별급여 실시되면…
건강보험료 폭등?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특히 의료서비스를 받는 기초수급자들을 죽이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다. 에이즈 감염자인 A씨는 13년 정도 투병생활을 했고, 결국 투병 기간 동안 청력과 시력이 나빠져 노동 능력을 상실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의료급여를 보장 받아 병원을 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급여가 건강보험공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급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 폭등과 가입자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의료급여 환자들의 본인부담이 늘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하던 각 급여의 기준이 해당 부처의 장관이 결정할 경우 나타나게 될 문제 중 하나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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