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수상한 생수공장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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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수상한 생수공장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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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서 물 퍼다 장사?


[일요시사=경제1팀]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씨에이치음료가 이상한 곳에 생수공장을 만들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어느 문중 공동묘지에 취수정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 사실일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 <일요시사>가 문제의 공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7일 <일요시사>에 제보가 들어왔다. '롯데칠성음료가 경기도 양주시 남면에 소재하는 자회사 씨에이치음료를 통해서 어느 종중 공동묘지에 취수정을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취수정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던 씨에이치음료 측이 남면 면장 등에 부탁을 하고, 이들이 다시 종중에 부탁해 종중산 10여곳을 파본 결과 물이 나오는 위치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제보

사실이라면 큰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 <일요시사>는 폭설이 내린 지난 20일 사실 확인을 위해 양주시 남면 신산리 소재 씨에이치음료 양주공장을 찾았다.

363번 지방도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씨에이치음료 양주공장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과 양주시 남면, 연천군 전곡읍에 걸쳐있는 감악산 자락 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장으로 통하는 진입로 옆 전봇대에는 남면주민자치위원회와 남면체육회, 남면이장단협의회, 남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서 걸어 놓은 "귀사(롯데아시스)에서 베풀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성원을 베풀어주신 귀사(롯데아시스)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는 글귀의 플랜카드가 눈에 띄었다.

논과 좌측 묘지를 갈라놓은 진입로를 통해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을 둘러싼 산에는 묘지가 가득했으며 가장 아래쪽 묘지와 공장의 거리는 100m도 채 떨어져있지 않았다. 하지만 제보내용처럼 묘지 내 취수정은 발견할 수 없었다. 거리가 조금 더 떨어진 조선 중기의 문신 이준선생묘 근처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취수정은 보이지 않았다.

공장은 생수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트레일러는 생수 제품을 실어 나르고 있었고 공장 한켠의 창고에는 생산을 마친 생수 완제품이 높게 쌓여 있었다. 공장 내 부지에서는 총 3개의 취수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제보내용에 따르면 씨에이치음료는 종중과 함께 묘지 내 취수정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종중에 소속된 A씨가 '지반침하 등의 염려가 있고 조상님들 모신 곳에 취수정을 설치하는 것은 불경'이라는 이유로 딴지를 걸자 없던 일로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얼마 후 취수정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종종에 문의해 종중이 1년에 2400만원 정도의 금액을 받고 취수정 개발을 허락했다는 것을 파악했다. A씨는 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위치에 취수정을 개발하는 것이 롯데의 뜻에 맞는지' '씨에이치음료 대표의 행태를 롯데칠성음료의 뜻으로 간주해도 되는지'에 대해 문의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양주공장의 위치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양주시 남면 대기환경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환경부 전국 대기환경정보를 보면 동두천 측정소과 양주시 광적면 측정소 공기가 가장 나쁘다"며 "현재 개발하는 취수정 옆에도 공해공장이 있는데 서풍이 불면 숨쉬기 곤란할 정도"라고 말했다.

선산에 취수정 개발 추진하다 '없던 일로'
포인트 확인까지 했는데 일부 딴지로 중단

공장 내 사무실을 찾아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제보내용은 일부 사실이었으나 취수정 개발은 취소된 상태였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씨에이치음료는 지난해 생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 근처 종중에 취수정 개발 의사를 전달했다. 종중은 '땅을 놀리는 것보다는 취수정을 통해 나오는 임대료 등을 통해 종중과 마을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씨에이치음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장 진입로에 걸려 있는 플랜카드도 이맘때쯤 걸렸다.




씨에이치음료는 즉각 취수정 개발에 돌입했다. 취수정을 설치할 구역을 선정하고 양주시청과 환경부의 심사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A씨의 반발로 취수정 개발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장 관계자는 "종중에서는 묘지 내 취수정 개발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며 "진입로에 걸린 플랜카드가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환경부와 양주시청의 심사까지 통과하고 더 좋은 물을 더 많이 개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며 "취수정 개발이 취소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묘지 내 취수정 개발이 취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 위치가 대규모 묘지 단지 사이에 있다는 점을 두고 일부에서는 '묘지수' '해골물'이라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씨에이치음료 양주공장이 세워진 지 20년 가까이 됐다. 그간 수질 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며 "묘지 사이에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해골물' '묘지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쾌한 기색을 표했다.

씨에이치음료는 롯데칠성음료가 해태음료 안성공장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롯데칠성의 씨에이치음료 지분율은 100%다. 롯데칠성음료는 씨에이치음료 청원공장에서 자사판매 제품인 '롯데아이시스'를 비롯해 OEM 방식으로 코리아세븐의 '깊은산속옹달샘물'과 킴스클럽의 '먹는샘물' 홈플러스의 '맑은샘물' 등 세군데 업체의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하필 묘지 사이에…

씨에이치음료 양주공장에서는 '롯데아이시스' 롯데마트 PB상품인 '초이스엘' 'NH깊은산맑은물' '델리수' '깊은산속옹달샘물' '세븐럭' '컴플리멘터리 내추럴미네랄워터' 등 14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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