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기에 물든 ‘소망교회’새벽기도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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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사기에 물든 ‘소망교회’새벽기도 현장르포

일요시사 0 2941 0 0

대통령 교회로 유명한 소망교회에 대한 잡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목사 간 난투극이 벌어진 데 이어 신도를 속여 10억여원을 가로챈 전 부목사가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딱 그 짝이다. 계속되는 구설에도 불구하고 딱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신도들의 굳건한 믿음뿐이다. 밖으로 도는 구설이야 어찌됐든 신도들의 발걸음은 매일 새벽 5시30분 정확히 소망교회 예배당으로 향하고 있다. 폭행·사기 사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소망교회’ 새벽기도 현장을 직접 찾았다.

목사 간 난투극에 이어 신도 속여 10억여원 가로챈 전 부목사 
계속되는 사건·사고에도 멈추지 않는 신도들의 신앙 
발걸음

소망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로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이명박 정권 이후 소망교회에 쏠리는 이목은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기독교 전체의 조그만 사안에도 소망교회가 거론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어둠 속 ‘새벽기도’

기자가 소망교회를 찾은 것은 지난 10일. 지하철도 운행하지 않는 오전 5시께 집을 나섰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두 뺨을 스쳐 지나갔다. 아직도 밖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 있었다. 강남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한 소망교회를 처음 봤을 때 묘한 실망감을 느꼈다. 대형교회라는 이미지가 강했음에도 기자의 눈에 비친 소망교회는 그리 커다란 느낌을 주지 못했다.

일전에 가본 적이 있는 명성교회와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듯한 작은 규모에 다소 실망감을 느끼면서 예배당으로 들어섰다. 시간은 5시25분을 향하고 있었다. 새벽기도는 매일 새벽 5시30분 한 차례 진행된다. 늦을까 노심초사 했는데 다행히 5분 먼저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새벽기도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새벽기도에 참석한 신도들은 상대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부터 무리지어 온 20대 건장한 청년들까지 어림잡아 500여 명의 신도가 자리를 채웠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주차안내 봉사활동을 하던 한 집사님은 “평일 1000명 정도가 새벽기도에 참석한다”면서 “오늘은 날이 추워 보통 때보다 신도가 적게 온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계의 긴 바늘이 정확히 6자를 가리키자 단상에 목사가 올라섰다.

김지철 담임목사의 설교를 기대했지만 이날 설교는 김성훈 목사가 전했다. 새벽기도는 찬송가로 시작됐다. ‘어두움 후에 빛이 오면’이라는 곡을 김 목사가 선창했다. 오르간 반주 없이 담백하게 부르는 찬송가가 오히려 귀를 자극했다.

‘어두움 후에 빛이 오면’이라는 제목과 노래 가사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던 소망교회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했다. 난생 처음 불러보는 찬송가에 나도 모르게 입이 뻥긋거렸다. 찬송가 립싱크를 마치자 김 목사의 기도가 이어졌다. 김 목사의 기도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교회를 찾은 신도들의 건강과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졌던 김지철 담임목사의 쾌차와 대통령의 안녕, 질병과 재난, 공포로부터의 안심과 북녘 동포들의 건강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기도였다.

이어진 성경말씀에서도 김 목사는 김지철 담임목사의 건강과 안녕에 대해 세 번 이상 언급했다. 김 목사는 이날 성경구절에서 “권력과 명예, 물질의 약속에 얽매여 권세를 과시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이날 설경말씀은 올 초 소망교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두 가지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먼저 연초 담임목사 자격을 둘러싼 파벌싸움이 이어져 폭행으로 번진 것은 명예와 권력에 눈 먼 일부 목회자들에 대한 일침으로 풀이된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교회 목회자들의 폭행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절대 유쾌한 사실이 아니다. 교회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은 물론, 신도들의 이름에도 먹칠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최근 발생한 전 부목사의 신도 사기 사건은 권력과 명예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운 극단적인 사기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박철 부장검사)는 신도의 집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가로챈 소망교회 이 전 부목사를 구속기소했다. 김 목사가 말한 ‘믿음의 사람들이 권력, 명예, 물질의 약속이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몇 차례 기도가 이어지고 6시5분께 새벽기도가 마무리 됐다. 이후부터는 각자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식적인 기도 절차 이후에도 남아 자리를 지켰다. 일부 신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한 상태에서 기도를 하기도 하고, 일부 신도들은 앉은 상태에서 양 팔을 크게 벌려 통성기도를 하기도 했다.

낯선 광경이었지만 새로웠다. 기자도 나름 자리에 길게 앉아 그동안 스스로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6시30분께 예배당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도 밖은 캄캄했다. 하나 둘 어둠 속으로 흩어지는 신도를 따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권력과 명예 버려야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 신도는 “2주 전부터 김지철 담임목사님이 직접 주일예배 말씀을 전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신도는 “주일 5개 예배 전부를 보셨다”면서 기뻐했다. 

최근 계속되는 구설에 대해 묻자, “하느님을 섬기는 한 사람으로서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와 목사님들을 믿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그 자세를 잊지 않는 분들이시다.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 하나면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신도들은 하루 중 어느 시간대보다 하느님을 가까이서 영접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이라고 믿는다. 새벽기도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성경 속 하느님은 새벽기도를 즐겼고, 매번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새벽기도를 통해 고난을 이겨냈다는 주장은 일관된다. 

또 제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거나 그 능력을 보인 시간도 새벽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계속되는 구설에도 불구하고 소망교회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신도들이 줄지 않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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