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72일 만에 현안 관련 ‘입 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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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2일 만에 현안 관련 ‘입 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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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비즈니스벨트·개헌·신공항  ‘원칙대로’
주요 현안 ‘당 주도 처리 맞고, 그에 따르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0여 년 전인 지난 1999년 발행한 <나의 어머니 육영수>라는 책에서 “어머니는 예절에 관해 매우 엄격했다. 우리나라 존칭어가 좀 복잡하지만 이를 바르게 알고 쓰라며 일일이 가르쳐주셨고 대화 중 존칭어를 틀리게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고쳐주셨다”라고 회고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95년 집필한 에세이집 <내 마음의 여정>을 통해 “나의 가장 근본적인 소망은 이 마음을 어찌하여 깨끗하고 바르게 간직하고, 언행을 그에 걸맞게 갖추는가 하는 것이다” “입에 발린 말을 삼가고 한 말은 진정한 뜻이 담기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라는 풍토 속에서 ‘침묵의 정치’로 신중함을 유지해 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오랜만에 정치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가 지난해 12월7일 기획재정위에서 “소득세 구간 신설안은 너무 옹색하고 원칙이 없다.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한 후 72일만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과학비즈니스벨트, 개헌,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 등의 정치 현안에 “할 말이 없다”면서 말을 아껴왔다. ‘현안을 자꾸 언급하면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는 입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기자들이 질문도 하기 전 선제적으로 최근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설명했다.

‘작심하고’ 의견 피력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전례 없는 모습은 그간의 ‘침묵’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이 사실 관계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판단으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장에 있던 구상찬 의원은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하셨지만 사용하는 어휘나 단어가 정제돼 있는 걸 보니 미리 생각을 정리해 오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당연히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입지를 사실상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신년 방송좌담회 발언에 대한 응답이라는 평가다. 박 전 대표는 이번에도 역시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 추구했던 주된 가치인 ‘신뢰’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동남권 신공항, 개헌, 복지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다. 정부에서 조만간 이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 또다시 ‘공약’을 거론했다. 그는 ‘공약’ 발언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하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또다시 심어주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박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회자되는 개헌은 “당 지도부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또 “(내가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을 갖고도 여러 말씀이 있으신데 의원의 본분은 법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선택, 국민의 평가를 받고 제일 좋은 법안을 선택하면 된다. 먼저 법을 내놓고 논의를 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박 전 대표에게 복지정책 공개토론을 제안한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 등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최근 홍준표 최고위원의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발언과 관련,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의 일원”이라며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갈등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라고 한 발 비켜나갔다.

박 전 대표의 ‘작심 발언’에 대한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날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연 것 아니냐는 언론의 해석이 나오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공약 이행은 대통령의 몫”이라는 원론적 언급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인사는 “평소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던 지론을 편 것이지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측 인사는 “싸우자는 말이 아닌데 지난해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8·21 회동 이후 유지돼 온 화해 기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현재-미래 권력 간 충돌로 보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그래도 공약은 지켜져야 하고, 과학벨트는 충청권으로 가야 한다는 완곡한 뜻을 담은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친박 ‘원론적’ 친이 ‘씁쓸’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책임’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가 빚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를 비판하며 약속을 지키라는 게 아니라, 박 전 대표 자신은 결정권한이 없는 만큼 대통령 책임 하에 일을 처리하면 된다는 뜻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친이 측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한 친이계 핵심의원은 “별다른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고, 다른 친이계 의원도 “무시해야지 자꾸 싸움만 붙이는 꼴이 되니”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한 의원은 “‘대통령 공약’을 언급한 것은 결국 대통령 자신이 약속을 지키라는 뜻 아니냐”라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충청과 대구·경북의 민심을 의식한 언급”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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