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박스 발견된 개인 물품보관소 실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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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박스 발견된 개인 물품보관소 실태 추적

일요시사 0 2626 0 0

지난 9일 여의도 백화점에 위치한 개인물품 보관업체 C사에서 현금 10억원이 든 두 개의 상자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10억원을 맡긴 의뢰인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김모(32)씨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김씨는 박스 발견 이틀 전 이미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후였다. 사라진 10억원의 주인과 함께 발견된 현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박스를 보관해준 개인물품 보관업체에 대한 호기심 또한 커지고 있다. 고객정보에 대한 ‘묻지마 서비스’로 물품을 보관해준 수상한 개인물품 보관업체에 대해 취재했다.

고객 비밀 유지가 생명, 은행보다 절차 간단해 
서류, 가구, 가방 등 뭐든지 맡아주는 만능창고

폭발물로 오인해 신고했던 두 개의 박스에서 현금 10억원이 발견되면서 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하늘을 찔렀다.

물품보관 업체가 궁금타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조사 결과 현금 상자를 물류보관업체에 맡긴 의뢰인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김모(32)씨인 것으로 밝혀졌고, 김씨는 이미 같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김씨가 맡긴 10억원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박스가 발견되기 이틀 전 이미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출국했고, 발견된 돈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정황을 파악하기 이전에는 한국으로 강제소환이 불가능하다. 김씨의 비자가 만료돼 인도네시아에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 

오리무중이었던 10억원의 주인이 김씨인 것으로 좁혀지면서 새삼 개인물품 보관업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가 10억원을 맡길 때 기록한 전화번호 3개가 모두 대포폰이었고, 주민등록번호 역시 없는 번호인 것으로 드러나 물품과 고객의 신분에 대한 확인절차가 충분치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에서다. 

특히 김씨가 이용한 C사는 의뢰를 받은 물품의 보관·유지는 물론 최고급 수준의 지문인식 장치인 디지털 도어록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보안·경비를 철저히 했다. 하지만 정작 의뢰인의 신원확인 절차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C사처럼 개인물품을 전문으로 보관해주는 업체는 미국이나 일본, 홍콩 등에서는 대중화돼 있는 반면 국내에는 2007년 무렵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업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영세업체 수십여 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개인물품 보관업체가 이번 사건과 비슷한 방법으로 운영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데 있다. 사생활 보장을 이유로 고객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보관물품의 내용물도 묻지 않은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물품보관소에 전화를 걸어 이용 문의를 해보니 상황은 비슷했다. A업소 관계자는 “컨테이너 보관료와 실내 창고 보관료에 차이가 있다”면서 “부피가 크지 않다면 보증금 없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원확인 방법에 대해 묻자,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확인시켜 주면 되고, 부득이할 경우 현장에서 통화 가능한 핸드폰 번호와 주민번호를 적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떤 물건을 맡기는지는 묻지도 않았다. 다만 상자가 몇 개나 되는지만 확인했고, 규정상 현금이나 금품 등은 보관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밀봉된 상자를 열어 일일이 확인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가 하면 김씨가 상자를 맡긴 C사 역시 첨단장비에 대한 홍보에만 신경 쓰고 정작 중요한 고객 신원과 물품에 대해서는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물품보관업체가 이같이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다락방’이라는 개인물류창고를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고객이 써준 인적사항을 그대로 접수한 C사와는 달리 신분증 확인 절차를 까다롭게 거친다. 위탁 보관이 가능한 물품도 제한되며, 돈이나 귀중품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마다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물품보관창고에 대한 규정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데 있다. 창고업에 대한 규정은 상법에 명시돼 있지만 보관 대상 물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고, 물건을 맡기는 사람의 권리와 창고업자의 안전한 보관 의무를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정확한 규정 없어 ‘중구난방’

또 현재로서는 물건을 맡길 때 신원확인을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어떤 물건을 맡기든 이를 확인하거나 제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이에 따라 개인물품 보관업체가 기업의 비자금 은닉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개인물품 보관업체가 대대적으로 드러남으로 인해 각종 범죄의 증거물들을 이곳에 숨겨둘 수도 있다. 업체가 철저히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업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A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체를 운영하면서 문제가 됐던 적은 없었다. 이번 사건을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가 상자를 맡긴 C사는 국내 대기업 ○○그룹 창업주 중 막내인 K모 명예회장의 자녀와 연결되어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사의 모회사인 ○○물류의 최대주주가 K 명예회장의 장녀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가 귀국해 10억원에 관한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이 돈에 대한 온갖 추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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