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설렁탕 커넥션’ 추적

한국뉴스

<단독> 구원파 ‘설렁탕 커넥션’ 추적

일요시사 0 1829 0 0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강남 유명한 맛집…알고 보니 ‘허걱’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이 유명 설렁탕 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원파의 사업이 설렁탕까지 뻗어있던 것이다. 설렁탕에 들어가는 소금은 전남 신안군 도초면의 청정소금인 ‘나귀소금’. 나귀소금은 다름 아닌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주인이다. ‘구원파 설렁탕’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봤다.

 icon_p.gif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설렁탕’은 맛집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우수한 식당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설렁탕집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윤모 사장의 것으로 확인됐다. 구원파 ‘설렁탕 커넥션’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널A 착한 식당
최종후보 올라
 
윤 사장은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2009년 국제영상 사외이사로 세모그룹 계열사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이후 현재까지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세모의 비상근 이사로 취임하면서 핵심 경영인으로 부상했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30년간 의사로 환자를 돌보는 일에만 충실하던 윤 사장은 평소 잘못된 식습관으로 병원을 찾는 수많은 환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해오다가 바른 먹거리로 사람들의 건강을 찾아주는 일도 병행하고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고 영양이 풍부한 설렁탕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만들기로 결정했다. 조리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최상의 유기농 식자재만을 고집하며 유기농 소 설렁탕 음식점인 ○○○○설렁탕을 열게 됐다.
 
윤 사장은 “음식으로 못 고친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철학을 강조하며‘○○○○’는 자신의 또 다른 ‘병원’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유기농축산 전문가의 추천으로 제주도 목장의 유기농 소를 주재료로 음식을 준비했다. 쌀과 김치, 파, 국수 등은 국산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물은 이중으로 까다롭게 정수하고 있다고 알렸다. 특히 소금은 전남 신안군 도초면의 청정 소금인 ‘나귀소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 조미료나 보존제 등의 첨가물은 일정 사용하지 않아 맛이 담백하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건강을 강조한 ○○○○설렁탕은 지난해 2월 채널A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에 착한 식당 최종후보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천장곰팡이와 가격 때문에 착한 설렁탕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A급 설렁탕집의 이미지를 굳히기에는 충분했다. 지난 2010년 10월15일에는 KBS <VJ특공대>에 소개되기도 했다.
 
구원파 핵심인물 청담서 설렁탕집 운영
유병언 최측근 확인…‘돈줄’ 역할 의심
 
○○○○설렁탕은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가 소의 둥그런 배에 청진기를 대고 있는 마스코트를 갖고 있다. 얼핏 유치하거나 촌스러워 보이는 가게 이름은 유 전 회장의 기업 작명과 엇비슷하다. 세모, 아해, 천해지, 온지구, 다판다, 노른자쇼핑, 온나라유통, 소쿠리상사, 하나둘셋영농조합 등이 그 예다. 구원파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자는 윤 사장이 운영하는 ○○○○설렁탕을 맛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인기와 달리 겉모습은 일반 설렁탕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메뉴도 설렁탕, 도가니탕, 우족탕, 꼬리곰탕, 수육으로 간단했다. 유기농을 강조한 탓인지 설렁탕 한 그릇의 가격은 무려 1만2000원이었다. 다소 비싸게 느껴졌지만 유기농 설렁탕의 맛은 담백했다.

유기농 내세워 
한그릇 1만2000원
 
설렁탕 맛의 비결은 인공조미료 대신 첨가하는 ‘나귀소금’이었다. 소금의 생산지를 묻자 ○○○○설렁탕 관계자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에 있는 나귀소금을 쓴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윤 사장에 대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나귀소금’의 진실이다. ○○○○설렁탕에서 사용해온 ‘나귀소금’은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갖고 있는 염전에서 생산된 것이다.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구원파에 염전을 넘겼다고 알려진다. 김씨는 조그만 봉투에 천일염을 담아 ‘나귀표 소금장수’이라고 인쇄해서 명함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김씨는 염전 노예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전남 신안군 도초면 외남리 일대 총 37만㎡(11만평)는 구원파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중 염전으로 허가 받은 곳은 10필지로 27만여㎡(8만1000평)이고 570-1번지와 9번지 일대는 저수지·하천으로 9만8000여㎡(3만평)다. 이는 신안군에서 단일 염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일대 염전의 12%를 차지한다.
 
토지대장에 따르면 김씨의 아버지 소유였던 신안군 도초면 외남리 570-2번지(2만5289㎡)는 2001년 7월 김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김씨는 이 땅을 2008년 10월 구원파에 증여했다. 이외에도 같은 시기에 570-3번지(2만5117㎡), 570-4번지(2만4949㎡), 570-5번지(2만4516㎡)도 같은 시기에 구원파에 소유권을 넘겼다. 2006년 12월에는 270-10번지(2만3583㎡), 570-11번지(2만2466㎡), 570-12번지(2만4959㎡), 570-13번지(2만8231㎡) 등도 구원파에 증여했다.
 
가게서 사용하는 ‘나귀 소금’
장남 대균씨 신안 염전서 생산
 
563-17번지(3만5144㎡)는 1985년 6월부터 김씨의 어머니 박모씨가 소유하고 있다가 김씨가 구원파에 넘긴 시기와 같은 2008년 10월 구원파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563-15번지(3만4188㎡)는 2001년 7월 강모씨에게 이전된 후 2008년 11월 소유권이 구원파로 넘어갔다.
 
 icon_p.gif 
 
강씨는 현재 구원파 소유 염전의 총괄책임자다. 염전 인근 저수지·하천 지역인 570-1번지(3만089㎡)와 570-9번지(3만5078㎡)도 박씨가 1995년 6월 매입해 2008년 10월 구원파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일 도초면 일대 구원파 소유 염전에 대해 염전 총괄책임자 강씨와 염부장 박씨 등을 상대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임금 착취 및 감금 등 인권유린 문제가 없는지 조사했다. 구원파는 강씨를 책임자로, 그 밑에 30∼40명의 직원을 두고 염전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임대 형식으로 직원 한 명당 2000∼3000평씩을 맡아 총 생산량 중 40%는 구원파가, 나머지 60%는 직원이 갖는 조건으로 염전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원파 소유 염전을 비롯해 도초면 소재 염전 105개소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다양하게 뻗은
구원파 사업들
 
구원파 염전 원소유자 김씨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을 수사 중인 검찰에 의해 유 전 회장 일가와 상류층 인사들의 네트워크 형성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씨는 대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계열사 트라이곤코리아의 4대 주주 중 한 명이다.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는 구원파를 창설한 고 권신찬 목사의 아들이자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씨다. 김씨는 최근 트라이곤코리아가 600억원대 분양 매출이 기대되는 ‘광진트라이곤시티’ 개발 사업을 시행 중인 TRG개발전문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일명 TRG리츠)의 실소유주로 밝혀졌다.
 
김씨는 (주)호일의 대표이사이자 유 전 회장의 장녀 회사인 (주)모래알디자인의 이사도 맡고 있다. (주)호일은 청해진해운 대표 김한식씨가 감사를 지냈던 곳이다. 모래알디자인은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전시회, 청해진해운의 수상택시 디자인 등 그룹의 디자인을 도맡아왔다. 모래알디자인은 유병언 일가의 페이퍼컴퍼니 중 하나다.
 
김씨는 짠 것과 함께 단것도 좋아했다. 그는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 2곳에 매장이 있는 프랑스 초콜릿 브랜드 ‘드보브에갈레’를 수입·판매하고 있는 ‘드보브에갈레코리아’의 대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드보브에갈레는 한 알에 1만원이 넘는 초고가 초콜릿으로 가죽케이스에 든 200주년 기념판 초콜릿은 35알에 무려 69만원이다. 
 
또한 김씨는 대균씨와 함께 서울 역삼동에서 카페 겸 식당 ‘몽테 크리스토’도 운영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로댕의 ‘영원한 봄’ 등 유명 예술품과 골동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간 김씨는 ‘미술품과 고시계 수집가’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그는 매번 자신의 카페를 “조각가 유대균씨와 함께 일군 것”이라고 소개해 왔다. 그와 대균씨의 돈독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끈끈한 인맥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설렁탕에 들어가는 소금이 ‘나귀소금’인 걸까. 성경 속 예수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유 전 회장은 사실상 구원파의 교주다. 구원파 안에서는 예수와 같은 존재감을 나타낸다. 즉 나귀는 표면적 의미를 넘어 교주인 유 전 회장을 신격화하는 상징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설렁탕에 구원파의 깊은 뜻이 담긴 것이다.
 
<khlee@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