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일가 부의금 촌극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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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일가 부의금 촌극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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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벌 집안 맞아? 낯 뜨거운 ‘조의금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롯데일가에서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왕회장'이 여동생에게 건넨 부의금을 두고 조카들이 낮 뜨거운 법정 다툼을 벌인 것. 부의금 수십억원을 남매들이 빼돌렸으니 자신의 몫을 돌려달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는데 재판부는 수십억원대 부의금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부의금 액수는 결국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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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동생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장남 신 회장을 비롯, 철호-소하-경애-춘호-경숙-선호-정숙-준호-정희 등 10남매다. 신 회장과 막내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의 나이차만 24세에 달한다.

수십억 vs 천만원
누구 말이 진짜?

'가지 많은 나무엔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롯데일가는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형제간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잦았다. 신 회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그랬고, 신철호 전 롯데제과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도 신 회장과 불협화음을 냈다.

최근 발생한 부의금 촌극도 마찬가지다. 신 회장이 건넨 부의금이 문제가 됐다.

가족끼리 부의금·축의금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일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터라 다소간의 불편한 잡음이 생기는 것.

부의금의 귀속주체에 관한 판례를 보면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부조금 또는 조위금 등의 명목으로 보내는 부의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이라고 부의금을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는 것에 관하여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한 사람의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해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례비용은 민법 제1000조 및 제1003조에 규정된 상속의 순위에 의해 가장 선순위에 놓인 자들이 각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부담함이 원칙'이라고 설명한 가정법원의 판단도 있다.

"내 1억 내놔라" 조카들 법적 분쟁
법원 '증거 부족' 원고 패소판결

장례나 혼인비용을 치르고 남은 금액은 가족의 지위에 상관없이 법적 상속분대로 분배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상속 1순위일 경우, 장남, 차남, 장녀, 차녀 가릴 것 없이 모두 상속 비율이 같기 때문에 똑같이 나눠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해결방법으로 일반적인 통념은 각자 받은 부의금을 가져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다툼이 발생하더라도 당사자들의 원만한 합의에 따라 해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간혹 '법대로 하자'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유족이 있을 경우에만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 신 회장의 첫째 여동생 신모씨의 자녀들이 부의금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인 것도 유족 간 원만한 합의가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씨는 서모씨와 결혼해 2남3녀를 뒀다. 신씨는 2005년 1월 사망했고 신 회장은 장례식에 부의금을 보냈다. 장례식은 잘 끝났고 그 후 8년이 흘렀다. 그런데 신씨의 둘째 딸 A씨가 첫째 오빠, 언니, 여동생을 상대로 "내 몫 부의금 1억여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신 회장의 부의금으로 수십억원을 전달했는데 다른 남매들이 돈을 빼돌려 보관하고 있다는 것.

A씨는 "네 앞으로 10억원 정도를 만들어 놨다"고 말한 둘째 오빠의 녹취록을 법정에 제출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남매들은 신 회장의 부의금은 1000만원이었고 A씨 몫은 647만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에서 피고 남매들이 구입한 아파트 비용이 신 회장 부의금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첫째 오빠는 2011년 11월 서울 강남의 20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했고 비슷한 시기 여동생은 고양시 아파트를, 언니는 이듬해 11월 서울에 수억원대 아파트를 마련했다. 여동생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여동생이 아파트를 산 것은 본인 돈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조사 결과 첫째 오빠는 아파트 구입 시기를 전후해 막내 여동생에게 수년간 매달 250만원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신 회장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수급자가
돌연 아파트 구입

하지만 피고 남매들은 정상적인 자금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신 회장의 부의금을 포함해 장례식에 들어온 부의금은 5000만~6000만원. 장례식에 들어간 여타 제반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돈은 2500만원 정도였는데, A씨의 몫은 둘째 오빠가 가지고 있다는 것.

재판부는 피고 남매들의 손을 들어줬다.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판사 조규현)은 A씨가 낸 소송에서 "신 회장이 수십억원대 부의금을 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주장은 이유없어 기각하기로 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부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혀 법적 공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낸 부의금의 정확한 액수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롯데그룹도 "신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 확인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8년전 장례식에선 무슨 일이
신격호 회장 동생 죽음 애도
정말 수십억원 줬나 '의문'

축의금·부의금은 현금거래로 발생하는 지하경제의 일종이다. 한 번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현금이 들어오지만 세금을 물지는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과세 대상이지만 그간 과세당국은 사회 통념에 따라 관행적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하지만 재벌가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자칫하다가는 탈세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5000만원(미성년자의 경우 2000만원)까지는 증여공제에 의해 증여세 부담이 없다. 이 금액을 초과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인 경우 10%를,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인 경우 20%를,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인 경우 30%를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또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인 경우 40%를 부담하게 되며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무려 50%라는 증여세의 부담이 있다.

신 회장이 A씨의 주장대로 수십억원의 부의금을 냈다면 마찬가지로 수십억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수십억원의 부의금을 냈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신 회장은 대표적 '짠돌이' 경영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롯데=껌장사'라는 기업이미지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신 회장의 경영철학은 '거화취실(去華就實)',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소공동 롯데호텔과 백화점이 건설될 당시 상량식과 관련된 일화만 봐도 신 회장의 씀씀이를 알 수 있다. 상량식은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으로서 고사상 위 돼지머리의 입과 코에 '봉투'를 끼워 넣으며 번성과 발전을 기원한다. 과거에는 '봉투'대신 마룻대에 '보따리'를 연결해 마지막에 걷어 올려 확인을 하기도 했다.

"짠돌이 회장" 1000만원도 많다?
롯데 "개인 일이라 알 수 없다"

롯데호텔 상량식과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여의도 63빌딩 상량식에서는 2000만원이 넘는 거금이 나왔던 터라 롯데호텔 상량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와 비교도 되지 않는 거금이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보따리에는 1000만원도 안 되는 돈이 들어 있었다. 다들 신 회장이 따로 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보따리에 100여만원씩을 넣었던 계열사 사장들이 신 회장에게 불려가 야단을 맞았다. "공사비를 다 지급하는데 왜 계열사 돈을 마음대로 썼냐"는 식이었다.

단단히 혼이 난 계열사 사장들은 이후 열린 롯데월드 현장 호텔 상량식에서 봉투를 넣지 않아 소공동 호텔 상량식 때보다 더 적은 금액이 올라왔다. 절반이 넘는 400만원은 당시 호텔 내장공사를 담당했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넣은 것이었다.

신 회장의 경영철학은 지금의 신동빈 회장에게 이어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 직원 평균 보수를 조사한 결과 롯데그룹은 3801만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임원 평균 보수도 마찬가지다 5억8649만원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9위다. 그래서인지 롯데그룹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8.7년으로 500대 기업 평균인 10.3년에 비해 2년 이상 차이가 났다.

즉시 항소 예고
재판 길어질 듯

취업사이트엔 "롯데그룹 사원은 해 뜨기 전 출근하고 해 지고도 퇴근을 못하지만 연봉이 3000만원 초반에 불과하다" "취업 준비생들은 롯데그룹은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대기업이다"는 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짠돌이로 소문난 신 회장이 여동생 부의금으로 수십억원을 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부의금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해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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