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략공천 폐지' 실천의지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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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전략공천 폐지' 실천의지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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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재보궐선거에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되레 역풍으로 쓴잔을 들이켰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선진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보은 공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권은희 당선인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유력 인사가 공천받지 못하고 명분도 없는 엉뚱한 다른 지역으로 공천받아 7·30재보궐 선거에서 쓴잔을 들이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이에 화답하듯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8일, 한 대담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뜻을 물어 지역 주민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고 중앙당에서는 선관위에 보내기 위한 요식행위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앞으로) 절대 전략공천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 사령탑이 공개석상에서 현행의 하향식 공천제도를 부정하며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자, 일각에서는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는 '말의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며 실제로 말(공약)으로 시작해서 말로 종료되는데, 그 동안 정치권은 대선이나 총선 등 굵직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공약들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을 조롱이나 하듯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내놨던 공약들을 모른 체 어물쩡 넘기거나 '없던 일'로 치부해버렸다.

당시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 중 하나였던 영남권 신공항 사업 등 선거 공약들은 정치권 약속 불이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국토부가 나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중 어느 지역이 더 공항건설의 최적지인지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했지만, 결국은 두 곳 모두 B/C(비용대 편익 : 1.0 이하의 경우 경제성 부족)값이 밀양 0.73, 가덕도 0.70으로 산출돼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공항 사업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직접 나서 백지화 사실을 알리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단순히 2007년 대선 당시 공약일 뿐만 아니라 취임하고 나서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하겠다고 말해왔다. 3대 선도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는데 대통령이 모르고 공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매번 선거철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등장했던 '연중행사'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모든 국민이 공직 후보자 선출과정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었다. 공천과정에서 어김없이 불거졌던 계파문제와 공천자금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결국 선거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유야무야돼 버렸다.

2012년 총·대선 당시 여야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던 시장·군수·구청장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제 폐지의 사례도 있다. 당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먼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약의 백지화를 선언했고 민주당도 '질 수 없다'는 기류로 결국 '없던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돈과 조직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도 문제가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여야가 공천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경우 당장 수천명이 지방선거를 위해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윤여준 전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장도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것은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미국 정당은 우리 정당과 차이점이 많아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전례를 봤을 때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은 결국 여야 지도부의 '의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가 아닌 발전적이며 공정한 후보를 찾아내는 일임을 직시해야 한다.


잘못된 전철을 계속 밟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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