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명가’ 영창뮤직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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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명가’ 영창뮤직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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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창피아노 <사진=영창뮤직 홈페이지 캡처>












대기업 품에 안겨 좋아했는데 ‘헐∼’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국내 대표 악기업체인 영창뮤직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8년 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때만 해도 희망으로 가득 찼다. 이도 잠시.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오히려 나빠졌다. 게다가 점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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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하면 영창이었다. 1956년 국내 최초로 피아노를 생산하기 시작한 영창뮤직은 1990년대 말부터 경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재계 41위(공기업 제외)인 대기업. 당연히 영창뮤직 점주들은 쌍수를 들었다.

8년 전만 해도…

이도 잠시. 8년 전 현대산업개발 품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희망으로 가득 찼던 점주들의 얼굴엔 여전히 수심이 가득하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직전인 2005년 영창뮤직의 매출은 411억원. 이후 2008년 530억원으로 오르는가 싶더니 이듬해 다시 4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엔 매출 436억원을 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다. 영창뮤직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2011년 -7억원, 2012년 2000만원, 지난해 -19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의 경우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2011년 15억에서 2012년 86억원으로 손실이 늘더니 지난해 무려 118억원의 ‘구멍’이 생겼다. 직원(상시종업원)도 2005년 310명에서 지난해 60명으로 줄어들었다.

영창뮤직은 계속된 적자로 자금이 부족하자 모기업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2012년 50억원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긴급 수혈한데 이어 지난해 75억원을 빌려 사용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 아이앤콘스 등에서 각각 30억원, 45억원을 차입했다. 돈대기 바쁜 현대산업개발도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악기 판매가 급감하는 등 전 세계적인 악기 업황의 불황으로 국내 전망도 밝지 않다”며 “영창뮤직은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그나마 모회사에 기대야 유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창뮤직 측도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 진출과 국내 유통망 확대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산업 인수 후 나아질 기미 없어
악기와 무관한 재무·건설통이 경영

그렇다면 영창뮤직 제품을 판매하는 일선 대리점 점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영창뮤직 매장과 대리점은 모두 205개. 이 중 전국 대리점은 100여개에 달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대리점 점주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영창뮤직은 지난 1월 홈페이지에 계약이 종료된 대리점들을 공지했다. 청량리점, 부천춘의점, 이천점, 강릉점, 대천점, 밀양점 등 무려 12개나 됐다. 전국 대리점의 10%가량이 ‘영창’간판을 뗀 셈이다. 앞으로 더 많은 대리점의 계약 해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서창환 영창뮤직 대표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점주들은 “장사가 안 돼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전체적인 악기 업황의 불황을 악재로 인정하면서 또 다른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바로 경영진의 역할이다. 점주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영창뮤직을 인수한 직후 악기와 무관한 ‘점령군’을 파견했다. 2006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대표이사와 이사를 역임한 박병재씨는 현대차 대표이사, 현대 및 기아차 부회장,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이사 등을 맡았던 주영민씨는 현대산업개발 공사관리팀, 부산김해경전철 관리본부장,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건설통’이었다. 사내이사였던 김정현씨는 현대정보기술 재무팀장, 김세민씨는 현대산업개발 부사장 출신이다.

정몽규 회장도 인수 직후부터 2011년 9월까지 이사, 고문을 맡는 등 영창뮤직 경영에 관여했었다. 현재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 서창환씨는 현대산업개발 재정·경리 중역이었고, 사내이사 김재식씨는 현 현대산업개발 CFO(최고재무책임자)다.

업계 “전문성 떨어진다” 지적
본사 불만 점주들 ‘꿈틀꿈틀’

이 와중에 일부 점주들의 움직임마저 심상치 않다. 본사에 불만을 품은 점주들은 비밀리에 협의회 구성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점주는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돼서 죽겠는데 본사의 횡포까지 심해지고 있다”며 “피해를 입었다는 점주들을 모아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갑질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남양유업과 같은 일이 영창뮤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밀어내기를 지적했다. 주문하지 않은 물량을 납품하고 거래명세서를 임의로 작성한다는 것이다. 받지 않은 물량에 대한 연체료도 청구하는데, 계약에 없는 이자율로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본사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이밖에 ▲주문한 물량 미출고 ▲담당자의 가격담합 요구와 영업간섭 행위 ▲직영매장 주변 대리점에 판매위축 행위 등도 문제 삼았다. 한 점주는 “본사의 말을 안 들으면 출고 정지 등의 압박을 가한다”며 “심지어 계약 해지를 운운하기도 하는데 전화로 큰소리치거나 문자로 욕을 보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싸늘한 분위기

영창뮤직 측은 극히 일부 점주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물품대금을 갚지 않고 있는 대리점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마도 해당 대리점 점주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 같은데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잘라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창 측 해명&반박

영창뮤직은 일부 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는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리점 점주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파트너로 지내온 가족과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는 대리점 요청에 따라 이뤄진다”며 “밀어내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거래내역서 겸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를 매월 대리점에 보내 내역을 확인하게 하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또 “연체 이자는 물품대금의 결제가 지연되면 청구하는 것으로 적법한 권리행사”라고 반박했다.

가격담합에 대해선 “악기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로 경쟁이 치열하다. 대리점들에 가격을 지시하면 타브랜드와의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실익이 없는데 이를 강요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면서 “영업간섭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머지 내용들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모두 어불성설로 하도 어이가 없어 특별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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