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철수한 안철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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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철수한 안철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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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차기 아닌 차차기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철수’하고 있다. 본인은 물론이고 측근들이 줄줄이 당직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 원외에 있는 측근들에게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모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엄연한 창업주다. 그런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거리 두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난데없이 ‘당과 거리 두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7·30 재보선 참패 이후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안 의원은 최근 민생행보를 본격화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작 당과는 완전히 거리를 벌리고 있어 수상하다. 

거리 벌리기

안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의 비대위 참여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측근인 송호창 의원의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퇴 하도록 했다. 원외에 있는 측근들에게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모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안 의원 몫 부대변인으로 지난 7월부터 당 상근 부대변인을 맡아온 강연재 변호사도 지난 19일 사퇴했다. 그런데 사퇴의 변이 의미심장하다. 당의 입장과 안 의원의 입장이 다를 때가 많아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송 의원을 조강특위에서 사퇴시키고 측근들의 지역위원장 공모를 막았다는 것은 안철수계가 당내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등의 스케줄을 생각하면 안 의원이 자신의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꽂아 넣기 위해 악다구니를 써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 안 의원이 스스로 측근들을 당에서 철수시키고 있으니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안 의원이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정치 입문 후 줄곧 ‘철수 정치’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고,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의원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다 민주당과 합당했고, 합당의 명분인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 안 의원이 탈당이나 신당 창당을 통해 또 한 번 철수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구당구국모임과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등에 포함된 인사들이 공공연히 신당 창당이나 분당 이야기를 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다.

이 같은 이상기류를 포착한 당 지도부는 안 의원에게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안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그저 민생현장으로, 더 낮은 곳으로 찾아가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도 안 의원의 탈당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전체 의원 중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제3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구조다. 따라서 안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신당을 만들고 20~30명 정도의 의원들만 당선시켜도 국회 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친노(친노무현)가 장악한 새정치연합 내에서 발버둥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탈당 가능성에 대해 안 의원은 단호한 입장이다. 안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난 새정치연합의 창업자”라며 “창업자가 분열의 주역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도 “(탈당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안 의원이 매우 단호하다”고 전했다.

다시 신당 창당? 또 한번 철수 정치?
원외 세력 모아 문재인과 한판승부?

때문에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의 행보를 ‘차기’가 아닌 ‘차차기’를 겨냥한 ‘내실 다지기’로 분석하는 인사들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은 올해 고작 만 52세다. 정치인 치고 젊다면 매우 젊은 나이다. 굳이 차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결국 초선 의원일 뿐이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대권을 잡는다면 안 의원 본인도, 국민도 모두 불행해진다”며 “급하게 신당 창당을 추진하다 보니 지금 안 의원 주변엔 시쳇말로 어중이떠중이들이 다 모여 있다. 차라리 호흡을 길게 가지면 진짜 자기 사람을 걸러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당장 차기를 겨냥해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다. 안 의원 측이 비대위나 조강특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당장 계파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승산 없는 진흙탕싸움에 뛰어들어봤자 안 의원의 정치적 자산만 갉아먹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안 의원으로서는 어차피 지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나 측근들이 조강특위에 참여하는 것은 조강특위의 정통성만 세워주는 것이라 당직 철수라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란 추측이다.

당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러도 모자랄 판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민생행보에 나선 안 의원의 ‘역발상’은 제대로 먹혔다. 당과 거리 두기를 하며 중앙정치에서 발을 빼면서 안 의원의 지지율이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안 의원이 당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날 안 의원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2.1%나 상승해 8.5%를 기록했다.

안 의원은 당과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격적으로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를 시작한 모양새다. 안 의원의 개인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도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정책과제를 개발해 제시하면 안 의원이 직접 민생현장을 찾아 의견을 청취한 후 대안을 마련해 입법으로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마지막 승부수

정치권에선 도저히 당내에선 친노계의 상대가 될 수 없는 안 의원이 원외에서 세력을 모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정치활동으로 문재인 의원과 경쟁구도를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계가 안 의원의 지분을 챙겨준다고 해서 안 의원이 비대위에 합류해 친노가 나눠주는 지분이나 챙기고 있었다면 아마 대권주자 이미지는 끝났을 것”이라며 “안 의원으로서는 이번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번 기회에 안 의원이 새로운 어젠다 개발에 주력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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