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 계급도’ 집중해부

한국뉴스

새누리당 ‘친박 계급도’ 집중해부

일요시사 0 884 0 0
▲ 악수 나누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사진 오른쪽)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 왼쪽) <사진=일요시사 DB>

“줄을 서시오~!” 청와대와 친밀도가 곧 서열?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친박(친박근혜)계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친박을 자처할 수는 있지만, 다 같은 친박은 아니라는 얘기다. 친박 계급이 노출된 계기는 최근 누리과정(만 3~5세 보육지원) 예산 논의 과정에서 재선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당대표를(5선 의원) 지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들이받는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면서다. 김 수석부대표가 황 부총리에게 앞서는 것은 청와대와 더 가깝다는 것 하나뿐이다. 상식적 위계질서보다 청와대와의 거리가 친박계 서열에 우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독특한 ‘친박 계급도’를 집중 해부했다. 

“친박 계급에 의해 당 서열과 국무위원의 위계질서가 무시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이하 수석부대표)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여야 상임위 간사 간 누리과정 예산 지원 관련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의 평가다. 김 의원은 또 “당 내의 친박 카스트제도가 정부조직까지 확장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친박 계급제도가 국정을 망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선 위에
나는 재선

앞서 김 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0일 황 부총리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여야 간사와 ‘누리과정 예산 5600억원을 국고로 지원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관련 보도가 나온 지 30분 만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의견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 지도부와 협의한 사실도 없고, 우리당은 그런 (내용의) 합의를 할 의사도 없다”며 “황 부총리가 합의를 해줬다면 ‘월권’을 한 것”이라고 황 부총리를 비판했다.

‘김재원-황우여’의 정치경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제 고작 재선의원에 불과한 반면, 황 부총리는 5선의원, 새누리당 원내대표·당대표, 경제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화려한 정치이력을 갖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 경력을 봐도 김 수석부대표(사법시험 36회)는 서울대 출신의 검사로 재직, 같은 대학 출신의 판사를 역임한 황 부총리(사법시험 10회)보다 한참 후배다. 심지어 한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나이도 황 부총리가 17살 더 많다.

누리예산 논의과정서 서열 노출
실세·추종·범친박 등 계급 존재

그러나 황 부총리는 김 수석부대표의 발언에 대해 “법 해석의 문제 때문에 원칙 문제가 걸려서 그렇다… 내가 뭐라고 얘기하면 또 복잡해지니까”라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정치·사회 통념상 한참 아래인 김 수석부대표가 황 부총리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황 부총리가 오히려 꼬리를 내린 것은 친박계가 정상적 위계질서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서열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 새누리당 '친박' 서청원·유기준 의원 <사진=일요시사 DB>

특히 김 수석부대표가 앞서는 것이 청와대와 더 가깝다는 것 하나뿐이어서 ‘청와대와의 거리가 곧 서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일개 원내수석부대표가 자당의 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책임 있는 주무부처장관으로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합의한 것에 대해 그렇게 한 칼에 잘라버리고 뒤엎어버리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며 “황당하다. ‘친박도 계급이 있나’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친박 카스트제도
정부조직까지 확장?

하지만 황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당대표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정치후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또 다시 뒤통수를 맞았다. 최 부총리가 이날 근로자 해고절차와 요건을 완화하는 일명 ‘정규직 개혁법’을 사회부총리를 맡고 있는 황 부총리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경협 의원은 “도대체 왜 사회부총리 자리를 뒀는지 의문이다. 기재부의 월권이고, 이것이 실세친박과 허세친박의 차이인가”라고 꼬집으며 “당 내의 ‘친박 카스트제도’가 정부조직까지 확장되지 않기 바란다. 친박 계급제도가 국정을 망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크게 세 가지 계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제1계급은 청와대와 가까운 ‘실세 친박’이다. 최경환 부총리, 김재원 수석부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홍문종·윤상현 전 사무총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부와 여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대표 밑 부총리…황우여 위 나는 김재원
상식적 위계질서 무시 독특한 친박 구분법

제2계급은 박 대통령 ‘추종 친박’이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김진태·이학재·서상기·한선교 의원 등 대다수의 친박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이심전심 통하며 청와대의 행보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실세 친박 만큼의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 김재원(사진 오른쪽)-안규백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24일, 여야 주례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3계급은 계파색이 짙지 않은 ‘범친박’이다. 황우여 부총리,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청와대와 친박계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미미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박계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이재오·나경원·조해진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 유승민·진영 의원 등 탈박(탈박근혜)계 인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박계 인사들 중 일부는 친박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 청와대의 시선은 그들을 친박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박계 서열
공공연한 비밀

사실 청와대와의 거리,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에 따라 친박계 내부에도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 수석부대표의 황 부총리 비판 사건은 장막 뒤에 가려졌던 친박계의 실상이 살짝 드러난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친박계 자체가 박 대통령을 따르는 이들이 모인 계파인 만큼 충성도, 친밀도가 곧 서열이 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선수나 경력 등 통상적 위계질서를 무시하는 것이 정상적 정치집단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성범, 교문위 여당 간사 사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나?

국회 교문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지난달 20일 간사 직을 내려놨다. 신 의원과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구두 합의를 했으나,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간사 간 구두 합의를) 문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보도되고 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간사 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고를 친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구두 합의는 황 부총리가 김 의원과 미리 만나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룬 가운데 신 의원은 숟가락을 얹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황 부총리가 전화로 김 의원 방에 있으니 오라고 했다. 두 분 간 합의가 큰 틀에서 짜여 있어 두 분이 이 정도 협의를 한 것이라면 여당 간사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표시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친박 서열이 높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 서열이 높은 황우여 부총리 간 기싸움에 애꿎은 신 의원이 피해를 본 셈이다. <렬>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