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반기문 표적설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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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①반기문 표적설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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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도중 눈물 흘리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눈치 없이 대통령감 발설해 찍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을 결심한 전날까지도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왜 박근혜정부의 표적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핵심 친박(친박근혜)은 아니지만 친박 인사들과 두루두루 친분이 있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을 주도하며 큰 공을 세웠다. 대선 공신으로 분류되는 그가 하루아침에 박근혜정부의 표적이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MB(이명박)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자신이 수사를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해명보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억울함이 컸던지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성완종 치고
반기문 노렸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자신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분명히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자살을 결심한 전날까지도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왜 박근혜정부의 표적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성 전 회장은 처음에는 혹시 박 대통령이 자신을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로 오해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성 전 회장은 핵심 친박(친박근혜)은 아니지만 친박 인사들과 두루두루 친분이 있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을 주도하며 큰 공을 세웠다. 박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성 전 회장은 왜 박근혜정부의 사정 표적이 된 것일까? 

성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그가 자살하기 전날 “(자신이 박근혜정부의 표적이 된 것이)혹시 반기문 때문인가?”라고 의심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지역주민들에게 보내려고 했던 호소문에서도 ‘(반 총장을 옹립하려는)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누군가 음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실으려다 막판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 배후로 이완구 지목
충청대망론 경쟁자 제거 목적?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이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폭로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다.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반 총장의 측근으로 지목된 인사가 성 전 회장이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성 전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는 경남기업의 상임고문으로 7년 넘게 재직하고 있고,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이끌었던 충청포럼의 핵심인사다. 

반 총장은 국내를 찾을 때면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충청포럼을 이끌어왔다. 충청포럼은 충청도 출신 저명인사들이 모여 창립한 비영리·비정치 연구모임으로 전국에 10개 지부를 두고 있다. 반 총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고흥길 전 의원,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완구 대망론
반기문 대망론

충청권 출신인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을 이끌면서 충청권 인사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 초 충청권 출신인 이완구 총리가 낙마 위기에 몰렸을 때도 충청도에서 총리가 나와야 한다며 다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심기가 불편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성 전 회장이 반 총장을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뛰어야 할 성 전 회장이 반 총장을 야당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는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이 성 전 회장을 배신자로 낙인찍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성 전 회장도 이런 의심을 했기 때문에 죽기 직전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런 행보 자체가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곱게 보일 리가 없다”며 “게다가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야당과 손을 잡고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세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성 전 회장이 속된 말로 박 대통령에게 완전히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당과 손잡으려 한 것이)사실이라면 정말 박쥐같은 사람이 아닌가?”라며 성 전 회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성 전 회장은 왜 동교동계인 권노갑 고문에게 반 총장의 대선후보 출마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일까?


 


▲ 흐느끼는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이에 대해 충청권의 한 인사는 “충청권 출신 대통령을 만드는 일은 모든 충청도인들의 염원일 것”이라며 “성 전 회장은 특히 충청권 출신 대통령을 만드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충청권 출신 대통령을 만들 수만 있다면 여든 야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영남권 대권주자가 즐비한 새누리당에서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가 충청권 출신인 반 총장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새정치연합 역시 영남권 대권주자는 즐비하지만 호남 출신 중에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 아닌가? 성 전 회장은 반 총장을 구심점으로 친노 진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새정치연합 내 호남권 인사들과 자신을 따르는 충청권 인사들이 뭉친다면 차기 대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 같다. 지난 15대 대선 때는 충청이 호남의 김대중을 도와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이번엔 호남이 충청을 도와 대통령을 만들자는 신 DJP연합을 구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청권 인사들의 대권 콤플렉스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성 전 회장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충청포럼의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영남 출신 인사였다면 박근혜정부가 이렇게 표적수사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뒤가 다소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내에서도 현재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을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굳이 야당과 손을 잡지 않더라도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열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충청 대통령
이번에도 꽝?

일례로 지난 해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국가경쟁력 강화포럼은 세미나를 열고 반 총장의 차기 대권주자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세미나에 참여한 안홍준 의원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폭탄발언까지 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아마 반 총장을 야당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대권 플랜을 준비했을 것”이라며 “성 전 회장이 꼭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고집한 것도 아니다. 성 전 회장은 평소 이완구 총리를 차기 대권주자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짜 타깃은 따로 있다"
자살 전날 암시 인터뷰

일각에선 충청권 잠룡인 이완구 총리가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반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성 전 회장을 표적수사하게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은 지난 13일 대정부 질문에서 “혹자는 성완종 전 회장이 반 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해 정권의 표적이 되고, 이완구 총리에게 찍혔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말씀이 지나친 것 같다. 제가 대권에 관심 있는 사람도 아닌데 누가 그런 음해성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저는 대권에 관심이 없다”고 반박했다.

막연히 반 총장 때문에 자신이 표적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던 성 전 회장도 자살 직전엔 배후로 이 총리를 지목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의식해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며 “내가 대통령한테 밉보일 것도 없고 대통령도 나를 나쁘게 생각 안 할 것”이라며 “(이 총리는) 내가 정치적으로 크는 게 배 아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리는 아직 대권주자로 분류하기에는 부족한 인물이고 대권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성 전 회장을 표적 수사했다는 주장이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그런 이유로 성 전 회장을 수사하는 것을 허락했을 리도 없고,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그런 이유로 표적 수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 수사?
성역 없는 수사?

하지만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는 “물론 자원외교비리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다보니 친박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음에도 성 전 회장이 운 나쁘게 걸려든 것일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당사자인 본인이 표적 수사라고 느꼈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여러차례 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당사자가 표적 수사의 이유로 반 총장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를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성 전 회장의 주장처럼 반 총장의 차기 대선 등장을 막으려는 기획 수사는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을 주도하며 큰 공을 세웠던 성 전 회장. 대선 공신으로 분류됐던 그가 하루아침에 박근혜정부의 표적이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의혹은 오히려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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