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접수한 광주 조폭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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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접수한 광주 조폭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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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세계> 스틸컷

돈 많은 회장님…알고 보니 두목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불법 사채 행위로 주가 조작꾼에 돈을 빌려준 뒤,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전직 조직폭력배 김모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지난 2010년 주식회사 쌍방울을 인수한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이전이 무자비한 야만적 폭력의 시대였다면, 이제 조폭은 기업형으로 진화하며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영화 <신세계> 속 내용이 현실화된 형국이다.

2010년 주식회사 쌍방울을 인수한 뒤 실소유주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46)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김씨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김씨는 속옷 의류업체 ‘쌍방울’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고,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가 조작해
쌍방울 인수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7∼2012년 대부업 등록도 하지 않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채 사무실을 차려 놓고 월 10∼20%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주가조작꾼 등에게 51회에 걸쳐 302억34000만여원을 빌려준 뒤 2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쌍방울을 인수하기 전까지 전남 광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폭력조직 ‘송정리파’ 두목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3억원의 자본금으로 사채업을 시작했다. 주로 코스닥 시장에서 불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법정 이자를 훨씬 웃도는 이율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 조작과 기업 인수에 직접 개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2010년 쌍방울 인수에 들어간 29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현재도 쌍방울 경영에 관여하며 회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호남 지역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들과 공모해 가장 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 매수 주문 등을 통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 시세 조종으로 당시 쌍방울의 주가는 주당 6120원에서 1만3500원까지 뛰었고 김씨 일당은 모두 35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주가조작으로 290억 마련해 인수
영화 <신세계> ‘골드문’ 현실로?

앞서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조재연 부장검사)은 쌍방울의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배모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2010년 쌍방울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뒤 공범들과 함께 가장매매, 고가·물량소진 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을 통해 시세조종을 했다.

이런 시세조종으로 쌍방울의 주가는 주당 6120원에서 1만3500원으로 뛰었고, 배씨 일당은 26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같은 해 2, 3차에 걸친 추가 범행을 통해 각각 약 30억원, 60억원을 벌어들여 총 3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범행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으나 결국 덜미를 잡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배씨의 범행에 가담한 김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해 쌍방울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배씨의 주도로 쌍방울 주가조작에 가담한 다른 임원들과 시세조종 전문가 등 7명은 2013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기업 탈 쓴
조직폭력배들

송정리파는 5년 전부터 쌍방울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조직원들을 회사에 보내 회사돈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반발하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빼앗기도 했다. 쌍방울에 재직했던 관계자들은 “고개만 들었다가는 뺨을 맞을 것 같이 살벌했다” “검정차들이 가득 왔다”는 등 살벌했던 분위기를 밝히기도 했다. 송정리파가 경영에 개입한 2년 뒤 쌍방울은 결국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쌍방울뿐만이 아니다. 송정리파는 지난 1월 속옷 의류업체 ‘빅맨’으로 이름을 알렸던 케이비물산에 개입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관정 부장검사)는 케이비물산의 회사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송정리파 조직원 정모(53)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10년부터 2년 동안 케이비물산의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장부를 조작해 공금 3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에 자신의 측근을 심었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경영진은 이 같은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후 측근 A씨에게 항의했지만 정씨는 도리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대 후반 송정리파에서 활동했던 정씨는 범행 후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씨가 케이비물산 대표로 있던 2011년 4월 복수 인터넷 커뮤니티에 케이비물산과 관련한 조폭개입설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지인의 입을 빌린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주주총회에 험상궂은 사람들이 들어와 주주들의 진입을 강제로 막았다”며 “경영진마저 못 들어가게 한 채 자신들끼리 총회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정황상 당시 주주총회를 장악한 세력은 정씨 쪽이 동원한 조폭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사냥꾼’ 자금줄 역할한 송정리파 두목
합법적 기업 형태 가장해 서민경제 흔들어

송정리파는 케이비물산의 경영권과 지분을 단기간에 사들였다. 2011년 7월 1200원대였던 케이비물산 주가는 2달여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주가조작으로 32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송정리파 세력이 작전을 펼쳤던 케이비물산은 2012년 6월8일자로 상장폐지됐다. 케이비물산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최대주주가 무려 4차례나 바뀌었다. 이들은 2012년 4월 경영공시에서 2011년 영업 손실이 14억27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116억7400만원이었다. 케이비물산은 1970년대 메리야스를 주력으로 만들던 내의공장 ‘태창’이 원뿌리다.

송정리파는 해외도박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에 따르면 송정리파는 중소기업 대표 등 재력가들을 마카오 리조트에서 VIP룸에 끌어들여 도박장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보증금이자 권리금 명목으로 50억∼100억원을 지급하고 운영권을 따낸 이른바 ‘정킷(junket)방’을 운영했다. 검찰은 마카오에 도박장을 차린 혐의로 송정리파 행동대원 이모(40·기소중지)씨와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사망)씨의 양아들로 알려진 김모(45·구속기소)씨도 추가로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해외 원정 도박을 알선해온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신세계 조폭’으로 불리는 기업형 조직폭력배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합법적인 기업 형태를 가장해 서민경제를 흔드는 조폭들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지난 3월24일 “기업형 조폭을 뿌리 뽑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서울 강남 일대를 주름잡는 범서방파의 대부 격이던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 김모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에 뛰어들어 100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다. 검찰은 이외에도 거대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 수십 곳을 내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조폭’ 하면 주로 유흥가 등에서 이권다툼을 벌여 상인과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폭은 기업 형태로 변화해 고리 대부업과 투자업체를 가장한 주가조작, 정보기술(IT) 업체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및 자금세탁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영화 <신세계>에 등장하는 골드문그룹이 현실화되는 형국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회사로 보이지만 내부는 조폭으로 물들어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신세계 조폭’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의 악행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검찰청 단속 실적을 보면 1년 미만에 이 같은 폭력조직이 올린 범죄수익은 898억원에 이른다. 조폭들이 구축한 불법 사행시장은 1조7682억원 규모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난해 신세계 조폭에 연루돼 구속된 사람은 300여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겉으론 정상
내부는 야만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폭력조직은 전국 216개 파, 5378명이 활동 중에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지방청이 31개파 879명으로 가장 많은 조직폭력배를 관리하고 있으며 서울청 22개파 477명, 부산청 22개파 385명 순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폭이 수천명의 조직원을 두고 활동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검거된 조폭에 대한 낮은 구속률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비례대표)은 경찰청에서 제출한 2014년도 국정감사자료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검거된 조폭 1만1590명 중 2042명만이 구속돼 검거 대비 구속률이 17.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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