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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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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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나 서울시나 "도찐~개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직접 서울시 메르스 방역대책본부장을 맡아 메르스에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서울시가 직접 메르스 대처에 나선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서울시 때문에 혼선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후 서울시에도 메르스 확진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확진 권한이 질병관리본부에만 있어 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초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진 판단을 할 경우 방역체계가 이원화되고 컨트롤타워가 나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지만 결국 여론에 떠밀려 확진권을 서울시에도 부여했다.

발목 잡은 서울시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확진 권한이 서울시로 넘어온 이후 확진 통보가 더 늦어졌던 것이다. 확진 결과를 빨리 알려줘야 현장에서 확진 판정자 격리조치를 하고 접촉자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보건환경연구원에는 메르스 검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확진 통보가 더 늦어졌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어렵게 확진 권한을 부여받고도 정부의 발목만 잡게 된 셈이다. 

또 박 시장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형병원 의사가 지난 5월30일 강남구 개포동 모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해 무려 1565명이나 되는 대규모 접촉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해 강남구를 공포에 몰아넣었으나 정작 강남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5일 주민들의 문의전화와 신고전화 등이 폭주해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강남구가 건의한 역학조사원 파견,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 이송을 위한 격리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박 시장이 구세주처럼 나서서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준비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의 메르스 관련 정보통제에 항의했던 서울시는 아이러니하게도 25개 서울시 자치구에 대한 정보통제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시가 ‘브리핑 일원화’를 명분으로 자치구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발단은 서울시가 137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9일간 정상 근무해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137번 환자의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137번 환자의 거주지인 관악구가 나섰다. 

관악구는 서울시의 만류에도 “이 환자가 지하철 2·3호선을 타고 출퇴근했다”는 동선을 폭로했다. 지난 9일에는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았던 93번 확진환자(중국 동포)를 금천구가 발표해 지역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동작구도 99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만류로 무산됐다.

"정부 못 믿겠다" vs "서울시 못 믿겠다"
확진권 달라더니 확진 통보 더 늦어

서울시 측은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박 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에서 천명한 정보공개 방침과 배치된다. 박 시장은 당시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낯 뜨거운 성과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37번 환자가 서울 보라매병원에 지난 5일 들렀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복지부가 그동안 환자 동선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서울시와 함께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역학조사 성과를 올렸다는 주장은 공동조사의 원칙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위해 병원 안은 복지부가, 외부 동선은 서울시가 담당하기로 하고서는 외부 동선에 대해 알아낸 것을 마치 복지부가 무능해서 알아내지 못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복지부는 서울시가 당초 약속한 역학조사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복지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난 15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 다산콜센터 일부 직원들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서울시는 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모든 메르스 관련 신고를 접수 받고 있다. 다산콜센터 직원들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다면 접수된 신고가 서울시 대책본부로 제대로 이관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제보를 받고 다산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메르스 관련 신고를 하려고 하니 서울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담당 상담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번에는 서울시 생활보건과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취재기자가 끝까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재촉하자 상담원은 확인 후 다시 연락을 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상담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어떤 상담원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전화번호를 일반인에게 알려줘도 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한참 동안이나 시간을 끌었다.

머쓱한 박원순

이에 대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본부 전화번호가 극비사항도 아닌데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일부 직원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이라면 문제가 맞다.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지난 15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한 후 10일이 더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메르스 관련 신고를 접수하는 최일선 직원들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로 신고가 접수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서울시가 직접 메르스 방역 대응을 하겠다며 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어 놓고, 다산 콜센터로 접수된 신고가 질병관리본부로 이관되어왔다면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박 시장은 다소 머쓱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와 관련해 구청ㆍ보건소ㆍ보건당국 등과 협조하기 위해서는 약 400여개의 매뉴얼이 필요한 데 그게 없어서 초기엔 혼란이 컸다”며 서울시가 메르스 방역에 자체적으로 나서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처도 실망스러웠지만 그런 정부를 대신해 나선 서울시도 별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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