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시대’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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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동빈 시대’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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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승계 없다…형님 제치고 아우가 대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원톱으로 우뚝 올라섰다.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가 확정된 분위기다. 공식적인 후계자로 낙점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잔존한다. ‘신동빈 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사실상 롯데그룹의 회장직이나 다름없다. 그룹 후계자로 자리를 굳힌 셈이다.

신동주·신영자
가만히 있을까?

이번 대표 선임으로 신 회장은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 롯데도 함께 경영하게 됐다.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현장 중심 경영 지침에 따라 일본 현장경영도 맡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주요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이번 이사회 결정을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인다”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신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17일 롯데케미칼 본사를 찾아 업무 보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일선 현장을 방문하는 등 바쁜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8월 초에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일본 롯데 대표로서도 행보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롯데는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선임으로 한·일 롯데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그룹의 열쇠를 맡긴 것은 그간 신 회장이 보여준 공격적인 경영 드라이브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3년 기준 한국롯데는 74개 계열사에 매출 83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롯데는 37개 계열사에 매출 5조7000억원가량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경영실적의 차이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일본롯데 지주회사 홀딩스 대표이사
한-일 양국 장악…경영권 승계 완료 

실적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 공격적인 신 회장의 면모도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을 성사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이후 9조원에 달아는 기업을 인수했다. 올해에는 국내 렌터카시장 1위인 KT렌탈을 인수했고, 미국에서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사들였다. 올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사상 최고인 7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이 해임되기 전까지는 일본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맡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었다. 신 회장은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롯데는 형님(신 전 부회장), 한국롯데는 저로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며 후계 구도가 정리됐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장남과 차남의 관계는 그리 평화롭지 않았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경영권 승계 문제로 부딪혔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롯데제과 주식을 매달 사들여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신 회장이 가진 주식과 자신이 가진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10억여원 차이로 좁혔다. 한국 내 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은 후계구도를 깨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형 누른 아우
광폭행보 나서

이후 지난해 12월26일 신 전 부회장이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일괄 해임된 데 이어 지난 1월9일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까지 잃으면서 후계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실적에 민감한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신 회장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신 회장이 진정한 후계자로 올라서려면 부친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 사업과 부진에 빠진 일본롯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 신격호 회장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회사로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된다. 신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일본롯데의 경영권 획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일본법인 광윤사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포장재를 만드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일본롯데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광윤사의 대표이사 신 총괄회장은 지분 절반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남 신 전 부회장과 차남 신 회장도 각각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비상장사의 주주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구체적인 지분구조는 알 수 없지만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차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대세 기울었지만…안심하긴 일러
형제 반발 등 아직 풀 숙제 남아 

광윤사는 한국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도 5.45%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이 대부분 대표를 맡고 있는 L투자회사들은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11개로 나눠 갖고 있다. 일본 L투자회사는 롯데알미늄과 롯데리아, 롯데푸드 등 기타 계열사의 주주명단에 올라와 있다.

결국 신 회장이 광윤사와 L투자회사의 지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일 롯데의 진정한 수장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복누나인 큰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장남과 차남 중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상황이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건 맞지만 그룹 전체의 지분 구조를 볼 때 후계구도를 100%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과 이복누나인 신 이사장이 갖고 있는 롯데 계열사 지분을 합칠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 이사장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 등의 그룹사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 이사장은 3만5873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2.52%다. 6.83%를 보유하고 있는 신 총괄 회장이나 5.34%를 보유하고 있는 신 회장에는 못 미치지만, 3.95%를 보유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과 합치면 적지 않은 규모다.

경영수완 발휘
꾸준히 인정받아

롯데쇼핑, 롯데닷컴,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보통신에서 신 이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0.47%, 2.66%, 1.3%, 3.51%다. 롯데쇼핑 지분율은 신 회장(13.46), 신 전 부회장(13.45%)과 격차가 크지만 신 회장이 각각 5.71%, 2.3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에서는 격차가 좁아진다.

이밖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 오너 일가로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의 지분 6.24%를 갖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신 이사장이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이나 호텔롯데에서 사장직을 맡으며 경영에 직업 관여했지만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은 뒤로는 롯데복지장학재단의 봉사활동에만 참여하며 롯데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 이사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지 말란 법은 없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신 이사장이 부친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을 지극히 아꼈고, 현재 신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씨가 지난 4월 호텔롯데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로 발령 받으면서 경력을 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신 회장이 이끌 롯데를 바라보는 재계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55년 2월14일 신 총괄회장과 일본인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 유치원, 초·중·고등부를 거쳐 77년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81년 일본 노무자증권에 입사해 런덤 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수년간 금융 실무와 글로벌 감각을 익히고 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한국롯데에 발을 들여놓았다.

91년에는 침체하는 롯데 오리온즈의 지원조치로서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하고 팀의 홈구장을 가와사키 구장에서 지바 마린 스타디움으로 옮겼다. 구단 이름도 롯데 오리온즈에서 지바 롯데 마린스로 고쳤다. 그해 11월에는 구단주 대행으로 취임했고 95년에는 구단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바비 발렌타인 감독을 불러들여 팀을 인기 구단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95년에는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97년 롯데그룹 그룹기획조정실 부회장에 올랐다. 2004년부터는 그룹 정책과 전략을 총괄하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입사 20년 만인 2011년 2월 롯데그룹 회장 자리에 앉게 됐다.

신 회장은 그룹에서 요직을 맡으며 신격호 회장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점쳐졌으나 언론 앞에 나서지 않고 공식 석상에서도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과묵한 성격으로 ‘은둔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혼자 잡아타는 일이 없고 해외출장에도 여행가방을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는 등 겸손한 회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 회장은 부친의 현장경영 정신을 물려받아 시간이 날 때면 근처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매장을 수시로 돌아보며 현장을 챙긴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신 회장은 조용하지만 거침없는 추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주력사업인 힉품과 유통뿐 아니라 석유화학, 금융으로 그룹을 확장했고 굵직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미도파백화점, 현대석유화학, 우리홈쇼핑, 두산주류BG, AK면세점, 바이더웨이, GS리테일 백화점·마트부문 등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각 계열사들의 외형을 키웠다. M&A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로 뻗어나갔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마크로,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등을 인수했으며 현지 법인과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신 회장은 정책본부장 당시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롯데그룹은 나날이 덩치를 키우면서 매출을 올려 매출 기준으로 삼성-현대기아차-SK-LG에 이어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현재 신 회장은 그 여느 때보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서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 지배구조 개편작업 '관전포인트'

일단 경영승계…그리고 안정적 지배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정점을 찍은 가운데 삼성 외에도 재벌그룹들의 구조개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재벌그룹들의 가장 큰 화두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 필두로 SK·LG 움직임
부진한 실적 개선에도 효과

우선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삼성의 합병에 눈길이 쏠린 사이 롯데는 조용하게 후계구도 개편을 마무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끝내며 자산규모 31조원의 거대 철강회사를 탄생시켰다. SK는 지난달 그룹 지주회사SK와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회사 SK C&C를 합병해 총자산 13조 규모의 통합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LG 역시 상반기 구본무 회장 장남 구광모 상무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최대 재벌그룹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영권 승계 내지 총수 일가의 안정적 지배력 확보가 주목적이다.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단행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부진한 실적의 개선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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