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룰 전쟁' 숨겨진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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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선 룰 전쟁' 숨겨진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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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해 사생결단? "검은 속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고작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여전히 총선 룰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권역별비례대표제 시행 없이는 오픈프라이머리도 없다며 버티고 있다. 여야는 각자 주장하는 총선 룰이 국민을 위한 것임으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민보다 더 중요한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작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룰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공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권역별비례대표제 시행 없이는 오픈프라이머리도 없다며 버티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배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비례대표제를 일괄타결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은 이 같은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의석 늘리기 혈안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요구가 자신들의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지난 19대 총선 득표율을 기준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시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은 무너지게 된다. 

총 304석(※ 권역별비례대표제 시행시 서울 1석, 부산·울산·경남 3석 등 4석의 초과의석 발생) 중 새누리당은 141석(지역 105, 비례 36), 새정치연합 117석(지역 87, 비례 30), 자유선진당 10석(지역 3, 비례 7), 통합진보당 34석(지역 6, 비례 28), 무소속은 2석(PK권 1석, 호남권 1석)을 차지한다. 새정치연합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의 의석수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때문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이 같은 꼼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야권의 한 인사는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면 야권 인사들이 영남에 정정당당하게 출마해 승리해야지 지역 비례대표 몇 명 나온다고 해서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표는 본인이 부산 불출마 선언을 해놓고 지역주의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코미디다. 권역별비례대표제는 문 대표의 꼼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영남권에서는 야권 인사들이 상당수 배출되지만 호남에서는 야권에 대한 지지가 80%를 넘어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2~3명 당선되는데 그친다”며 “새누리당으로서는 절대 받아드릴 수 없는 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에서 40석 중 3석(7.5%)을 얻는 데 그쳤지만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의석수가 18석(31%)까지 늘어난다. 한 석도 얻지 못했던 대구·경북에서도 6석(15%)을 얻는다.

선거제도 개선한다더니 의석 늘리기에만 관심
공천권 돌려준다더니 결국 대권노린 포석?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역시 숨겨진 꼼수는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각 정당의 경선에 당적이 없는 일반 국민도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직접 투표하는 상향식 개방형 후보선출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온 볼썽사나운 공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의 단점도 있다. 경선을 치르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고 현역의원 및 인지도가 높은 명망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결국 정치신인의 진입이 어려워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이 고착화될 수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일부 주의 하원의원 재선율은 무려 90%에 달한다. 야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가 김무성 대표의 대권플랜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 공천을 해도 당내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당연히 김 대표의 이미지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자칫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에 대한 소외론이 불거지면 청와대와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 될 가능성도 있다. 차기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여권 대선 주자 중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도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박근혜 대통령조차 대선을 앞두고는 이 전 대통령과 2번이나 단독회동을 하는 등 관계 정상화에 힘썼다. 또 이미 새누리당은 비박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굳이 무리한 공천 물갈이를 통해 자기 사람을 더 심으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와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반대하는 것에도 숨겨진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친노계에 의한 공천학살을 걱정하고 있는 비노 진영에선 대체로 찬성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2017년 대선을 겨냥해 당을 자기 사람들로 물갈이해야 되는 문 대표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받기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비례대표제를 일괄타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야권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큰 반대 의견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쓰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지난 2ㆍ8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에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국민은 나 몰라라

이처럼 여야가 총선 룰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선 절충안인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기도 했으나 여야는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식에 가까운 병립형으로 하면 오히려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권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특히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54석에 불과한 비례 의석을 권역별로 나눈다면, 불비례성은 해소되는 게 아니라 심화된다”면서 “개혁을 빙자한 개악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겉으론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내년 총선에서 어떤 방식의 룰이 자신들에게 단 한 석이라도 유리한지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야가 국민은 안중에 없고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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