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도발' 풀리지 않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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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뢰 도발' 풀리지 않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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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지뢰사고 장병을 위로 방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대체 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를 밟고 중상을 입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남쪽 DMZ에 목함지뢰를 매설한 건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왜 이처럼 무모한 무력도발을 시도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짚어봤다.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지난 4일 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우리 병사들은 정찰임무를 부여받고 우리 측 DMZ 추진철책 통문을 통과하던 중이었다.

북한의 도박

가장 먼저 하모 하사가 지뢰를 밟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부상을 당한 하 하사를 부축해 나오던 김모 하사도 또 다른 지뢰를 밟았다. 우리 군은 당초 폭우로 유실된 지뢰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고 인지했으나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북한군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우선 해당 지뢰가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하고 해당 지역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경사지형이어서 북쪽에서 유실된 지뢰가 떠내려 올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매설위치나 위장상태 등을 고려하면 누군가 일부러 매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잠입해 목함지뢰 3개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북한이 왜 이런 노골적인 도발을 감행했느냐는 것이다. 북한 측이 이런 도발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군사적 보복을 당할 수도 있고 더욱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방전문가들은 “대북전단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에 북한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고 최근까지 대남 위협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며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무력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남한이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5·24제재조치 해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야권에선 이번 사건이 북한과 대화창구를 닫아버린 박근혜정부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남북대화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모험이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굳이 북한제 목함지뢰를 사용한 것도 이상한 정황이다. 지뢰를 사용해 우리 군에 피해를 입힌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중국이 국제적 여론에 밀려 북한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면 북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지뢰를 매설하거나 폭우로 인한 유실로 위장할 수 있는 남쪽 경사지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눈속임할 방법이 다양한데도 북한이 너무나 정직한 도발을 해왔다는 것도 이상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향후 이 사건의 파장이 엄청날 텐데도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 도발을 해와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음모론?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역설적으로 남북관계 돌파구 주장도

이에 대해 국방전문가들은 “남남갈등을 노린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황상 증거는 충분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천안함 폭침사건 때처럼 북한이 발뺌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서 저지른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에는 원래 매설된 지뢰가 많다. 

특히 목함지뢰는 그간 폭우에 떠 내려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손을 확실히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북한과 진실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이 과정에서 과거 천안함 사건 때처럼 남남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국정원 사태를 덮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야권인사는 “지난 4일 우리 장병 2명이 북한의 지뢰도발로 큰 부상을 당했는데 바로 다음 날 정부는 북한에 고위급회담 제안 서한을 보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도발이 북한 최고위층에서 결정한 계획적인 도발이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문제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이희호 여사를 북한으로 초청하는 등 우리나라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함지뢰를 통해 이러한 도발을 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지시가 아닌 군부 내부에서 돌발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은이 자위적 국방력를 강조하며 군 수뇌부를 다그치자 과도한 충성경쟁이 벌어져 이런 형태의 도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DMZ 목함지뢰 영상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그러나 반대로 북한군이 최근 DMZ 내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이상행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결국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 말부터 DMZ를 들락거리며 군사분계선을 침범하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한군들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담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며 잘못된 분석을 했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국방부는 해당 이상행동이 결국 지뢰를 매설할 침투로 확보를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뒤늦게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지시 없이 군부가 이런 도발행위를 수개월 동안이나 지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에서는 이희호 여사를 초청해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뒤에서는 이 같이 끔찍한 도발을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한 남한

북한군이 이 같은 도발을 지속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목함지뢰는 소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금속지뢰 탐지기로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지속한다면 우리 군의 피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북한군이 오래 전부터 DMZ를 들락거리며 이상행동을 보여 온 만큼 다른 지역에도 이미 다수의 지뢰를 설치해 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도발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북한의 대남도발 신호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이런 방식의 도발을 지속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군사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의 지능적인 도발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때도 우리 정부는 진상조사를 하느라 북한에 대응할 시기를 놓쳤고 결국 사건은 유야무야 지나가고 말았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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