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농촌당’ 뭉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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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농촌당’ 뭉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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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우리가 무슨 동네북인 줄 아십니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서는 최근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300석’을 못 박은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추석을 맞아 ‘김영란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어촌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어 해당지역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청와대도 이른바 ‘농촌당’을 무서워한다는 말이 있다. 결속력과 추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소위 농촌당의 저력은 지난 2004년 2월경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2007년 4월경 한·미 FTA 협상 과정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여·야 지도부는 정부의 FTA 추진을 지지했지만, 농촌당 의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선거구 획정 반발

농촌당은 정당이 아니다. 여·야 구분 없이 농어촌을 지역으로 둔 의원들이 일정 문제에 공감해 결집된 모임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런 농촌당이 최근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자주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여의도서 들려온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이 ‘농어촌 지방선거구의석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요구’ 서한을 여·야 지도부에 전달했다.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 의원모임’(이하 농지모)의 여당 간사인 황 의원을 포함한 24명의 의원들은 서한을 통해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신설 ▲자치구·시·군 일부분할 범위 확대 적용 ▲농·어촌·지방 대표자의 선거구획정위 참여 등을 요구했다.

농지모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선거구 재획정으로 지역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찍이 농지모 소속 의원 13명은 지난 6월1일 선거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결정한 기준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훼손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 2014년 10월30일 당시 헌재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3대1 이상 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 2015년 연말까지 2대1 이하로 선거구를 재획정해 20대 총선을 치른다고 결정 내렸다. 관련해 당시 헌재는 “지역구 인구 편차는 2대1을 넘지 않게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헌재의 결정을 따를 경우 지역구 약 60여 곳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중 인구가 미달되는 24곳이 통·폐합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하루아침에 지역구를 잃을 상황에 놓인 의원들은 단결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을 포함한 13명의 농지모 소속 의원들은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자리에서 “국회의원 선거구의 구체적인 획정기준을 규정하지 않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이 헌법에 위반돼 헌법이 정한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이 같은 위헌성으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기준이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는 절대적인 바로미터가 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당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해당문제가 비례대표 수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증가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현행 300석 그대로 간다고 합의한 상황이라 비례대표와 통·폐합 지역 간의 의석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정치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한정된 파이를 누가 더 많이 먹느냐는 ‘파이게임’으로 이어질 것인지 정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위 농촌당 의원들이 여의도에서는 선거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지역에 내려가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바꿔달라는 유권자들의 성토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편차 대비 선거구 획정은 위헌?
“김영란법, 5만원 이상 처벌은 부당”

김영란법을 두고 ‘과잉입법’이라 주장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김영란법은 수입고기를 애용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영란법이 아니라 ‘수입고기 장려법’”이라고 비판했다.

1차산업 종사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농어민신문>은 사설을 통해 ‘국산 농축산물의 전체 생산량 중 40%가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소비되는 현재의 유통구조상 선물가액 5만~7만원 책정은 절반 가까운 판로시장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 외 수많은 단체들이 김영란법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단체들이 주장하는 바는 농·축·수산물을 항목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연구원이 부정청탁을 목적으로 한 선물가액 기준을 5만~7만원으로 제시했는데, 명절 상품 대부분이 그 금액을 넘긴다는 주장이다.

관련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은 지난달 11일 원내대책회의 자리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이 수정없이 적용되면) 농업인들의 매출감소가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조합 등 이해당사자들은 지역 의원들에게 김영란법 수정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국회 등에서는 관련 토론회와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합리적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농축산업 대토론회’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공동 주최했다. 같은 당 김무성 대표까지 참석하는 등 대회의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사람이 몰린 바 있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김영란법을 수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원 20명과 함께 발의했다. 지난달 17일 김 의원은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수수 금지 대상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법안과 관련해 김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참석해 “(선물 가액이 낮아)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 농민들은 명절 때 과일 한 상자도 판매할 수 없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정 항목만 제외하는 것이 형평성 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최근 김영란법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에 대해 “표를 의식한 총선용 입법 발의로 법을 무력화시키는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영란법 개정 촉구

뒤늦은 수습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예상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국민 여론에 밀려 졸속 통과 시켰다는 것이다. 일례로 김영란법이 표결에 부쳐졌을 당시 통과에 찬성한 의원이 228명으로 반대하는 4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기권 15명, 불참 48명을 반대표로 분류하더라도 큰 차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표를 의식해 그때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농촌당 출신 의원들의 20대 총선 결과를 좌지우지할 선거구 개편과 김영란법 문제가 어떻게 일단락될지 정가는 물론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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