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쥐락펴락 증권가 슈퍼개미들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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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쥐락펴락 증권가 슈퍼개미들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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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니면 쪽박 ‘중박은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주식시장에서 개미는 약한 존재다. 기관에 치이고 외국에 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개미 중에는 기업의 주가 흐름을 바꿔 놓을 만한 ‘머니파워’를 가진 개미도 있다. 이들을 시장에선 ‘슈퍼개미’라고 부른다. 그들을 조명했다.

지난달 주식시장에 눈길을 끈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박영옥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슈퍼개미 박영옥씨(현 스마트인컴 대표)가 투자한 기업들에 주가조작설이 돌면서 해당 기업들이 줄줄이 하한가를 맞았다. 

잇단 불패신화 
투자처에 관심

급락을 맞은 종목을 살펴보면 조광피혁, 대한방직, 디씨엠,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등 박영옥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기업에서 큰폭 하락했다. 금융조사 당국은 공식적으로 ‘박영옥 주가조작설’에 대한 소문에 사실무근이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관련 종목에 대해 모니터링 중인데 시장 루머처럼 세무조사 등 불공정거래 관련 특이사항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시장 심리가 워낙 안 좋고, 악재에 민감한 코스닥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다른 종목 대비 과도하게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박영옥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슈퍼개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주식시장 판을 쥐고 흔든 박영옥씨는 전형적인 개미의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가난했다. 그래서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는 중졸이었던 학력을 극복하기 위해 방송통신고등학교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후 중앙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중앙대 경영학과라는 학력은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그를 인도했다.

졸업 이후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치며 주식시장에서 전문가로 거듭났다. 1997년에는 교보증권 압구정 지점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IMF 여파로 사글세를 전전하는 등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나와 개미가 됐다. 그가 가지고 있던 종잣돈은 4500만원.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2001년 9·11 대테러로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 주식을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남겼다. 이후에도 그는 연 수익률 50%(지난해 기준)의 연 평균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슈퍼개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있는 자산은 2000억원 수준으로 그는 기업 ‘사냥꾼’의 심정이 아닌 ‘농부’의 마음을 기본으로 하는 투자법을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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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카이스트 교수도 슈퍼개미로 통한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25일 부산방직의 주식을 5%이상 매수하면서 최고주주에 올르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주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교수의 월급으로 생활이 빠듯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교수 월급으로 자녀들의 결혼자금과 자신의 노후자금 그리고 생활비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 주식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는 주식관련 책 200권을 구입해 6개월 동안 연구했다고 한다.

 


                                                   ▲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

그가 책을 통해 내린 결론은 국내 주식시장이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산대비 시가총액의 수준이 현저히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기본 투자원칙으로 삼았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지인과 은행대출을 통해 3억원의 종잣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10년만에 500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의 워렌버핏'으로 통한다.

손명완씨도 슈퍼개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사다. 경리일을 하던 손씨는 외환위기 때 주식을 시작해 숱한 실패를 맛봤다. 여기까지는 개미들이 겪는 흔한 주식 실패담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손씨는 실패를 바탕으로 투자원칙을 세우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장기간 보유한 주식이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

가치투자에 눈을 뜬 손씨는 5000만원의 초기 자본금을 1000억원대로 불렸다. 그가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18곳이다. 동원금속의 경우는 22.7%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이들 기업에 자금을 투입했지만 그가 지분을 사고파는 것을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손씨의 입김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성훈씨도 로만손의 지분 8.3%(6월30일 기준)을 쥐고 있는 슈퍼개미다. 2003년 처음 주식을 시작한 정씨는 여느 개미와 마찬가지로 감에 의한 투자를 고수했다. 그 감이 처음에는 통한 듯 했다. 초기 자본금 400만원을 처음 투자한 ‘현대상선’은 이라크 발 이슈로 3배 가까이 폭등했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확고한 투자철학
성공투자 밑거름

가족들의 돈 1억원을 끌어모은 자금으로 그는 더 큰 수익을 내려했지만 30%에 가까운 돈을 날렸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기업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투자철학을 구축했다. 결국 그는 슈퍼개미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현재 쥐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은 대략 260억원(7월 기준)이다. 중소형 기업들에게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 정성훈씨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진 교수의 아들 한세희씨도 슈퍼개미다. 그가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할아버지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포항제철 주식을 손주의 명의로 7주를 사주면서 그에게 주식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한 것은 대학 3학년(1998년)부터였다. 당시는 IMF로 바닥을 알 수 없던 시기였다.

종잣돈은 그동안 모아둔 400만원 남짓. 이 돈은 83억원(7월 기준)으로 불어났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처음 산 ‘나산’의 주식은 매수한지 하루만에 상장폐지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한씨는 모든 생활을 주식에 맞췄다. 온라인 주식투자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고, 여기서 만난 인연들과 합숙을 하기도 하면서 ‘내공’을 쌓아갔다. 결국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운 한씨는 하이트론씨스템즈를 24.5%(6월 기준)를 보유하면서 이 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한 자신에게 수익을 안겨준 회사의 일부 주식(평가가치 3억원)을 해당 회사 임직원들에게 기부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주식의 소유주가 일부 임원급에 주식을 나누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직원들에게까지 주식을 나눠주는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을 기부하면서 “돈은 버는 것 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지한씨도 슈퍼개미다. 그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24억원)이 큰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일제지를 7.19% 보유하면서 3대주주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배씨의 직업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커뮤니티에 반찬가게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반찬가게 슈퍼개미’라는 애칭이 붙었다.

부실기업 투자해 수백억원 차익
이면에 투자 기법·의도 논란도

이주영씨도 젊은 나이에 투자를 시작해 슈퍼개미로 발돋움했다. 그의 가정형편은 어려웠다. 그의 나이 열일곱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의 유산을 어머니가 주식에 투자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렇지만 그는 어머니로부터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연스레 투자에 대한 지식을 익혔다. 결국 이씨는 스무살 무일푼에서 10년만에 100억대의 자산가로 성장했다. 현재 그는 방송 등에 출연하며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선생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박영옥씨

격투가 출신 슈퍼개미도 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는 고명환씨. 고 씨는 연간 1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잘나가던 파이터였다. 프로무대에서 그는 총 11번 싸워 10승(1패)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본인의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격투가의 삶을 접었다. 그는 선수생활을 은퇴한 뒤 대한통운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 생활 중에 결혼을 하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갔다.

직장 생활 중 우연히 알게 된 주식시장은 그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주식을 통해 하루에 수십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파이터 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그에게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다. 그가 투자에 나선 시기는 리먼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평가절하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그가 감으로 찍은 주식은 우상향했다. 고씨가 투자한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전주, 테마주 등 감에 의존한 투자가 원인이 됐다. 어느새 그는 3억원에 가까운 빚을 져야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 기본으로 돌아갔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기초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흐름을 접목시켜 이른바 ‘수급단타매매기법’이라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세운 것이다. 결국 그는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고씨는 연 수익률 10억원을 올리는 슈퍼개미로 성장했으며, 현재 증권투자 아카데미의 스타강사로 개미들에게 투자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전주의 ‘목포 세발낙지’ J모씨는 몰락한 슈퍼개미로 통한다. 90년대 중후반 증권사에서 잘나가던 목포 세발낙지는 이후 개인투자자로 전업했다. 전업 초기 그는 승승장구 했지만 이후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하면서 개미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최근 그는 무리하게 지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고소를 당했으며, 법원은 기소된 J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몰락한 개미들
의혹의 개미들

최근에는 B씨가 슈퍼개미 사칭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인기 케이블 방송 등에 출연하며 국내 최연소 애널리스트라는 점과 자신의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자랑했다. 하지만 A 신문사가 그의 최연소 애널리스트 기록과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미투자자들 사이에 의혹이 일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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