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재계 '해고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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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재계 '해고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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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반대 집회갖는 사람들

"곧~ 상무님은 파리목숨" 부장들 책상 뺀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최근 재계에서 임직원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회자되고 있는 기업들의 임직원들은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부장급의 불안감이 크다는 후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 2분기 3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데다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더 이상 현 인력으로 회사를 이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키지 못할 약속
구조조정 1순위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5월 취임 당시만해도 “인력조정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8월 회사 측이 밝힌 자구계획안에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3개월을 못가고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임원과 고직급자를 줄이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55명의 임원 가운데 13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임원 30%가 줄면서 부문, 팀, 그룹 등의 숫자도 3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전사적으로 사업과 자산을 축소·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책상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는 말이 돌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규모가 최대 1500명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수는 1만3248명이다. 따라서 모든 임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특히, 구조조정의 칼날이 부장급 직원에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조선 빅3 가운데 인사적체가 가장 심한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급에 실패한 부장들은 언제 책상이 빠질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기업별 임직원 정리 계획안 구체화 
대규모 인력 감축…선별 기준 부장급

예상대로 대우조선해양은 부장급이상에서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감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감축 규모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보고 있는 현재 인력 감축 규모는 최대 400명 수준이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5%도 안 되는 숫자지만 부장급 이상에서 단행되는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장들에게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 통상 입사 17∼1 8년차 되면 부장을 다는데, 1∼2년차 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권고사직 절차도 밟고 있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퇴직금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감축 대상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은 연차와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가장 많이 받는 경우 31개월분 월급(1억 4000만원)이다.

 



▲ 대우조선해양

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다른 업체보다 30∼40% 정도 적은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보니 이들에게 돌아가는 명퇴자금이 적을 수 있다”며 “다만 회사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기업도
칼바람 쌩쌩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룹 삼성그룹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대우조선해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장급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독특한 구조조정 방식으로 직원들을 배려했다. 최근에는 퇴직 예정인 임직원에게 베트남 사업장 이동을 제안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조, 생산 관련 인력 일부를 본사에서 퇴직시킨 뒤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만년 차장, 부장들을 권고사직 하는 대신 베트남 법인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차·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노조의 반발에 전직원으로 대상자가 확대됐다. 지난 2분기 삼성중공업은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말이 흘러 나왔다. 앞서 임원 30%를 감축한 점을 감안하면 최대 1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부장급 직원으로서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차장·과장급으로 확대되면서 한 숨 돌리게 됐지만 통상 부장급의 구조조정의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자리보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도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따라 남는 유휴인력을 줄이는 모양새다. 대상은 업황부진까지 겹친 건설 사업부다. 간부급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부장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기도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승진에 실패한 부장을 중심으로 차장까지다.

삼성전자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고 1년간 장기휴가를 보내 기본급을 준다는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1년 후 회사에 복귀할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한다. 삼성생명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전직 프로그램을 통해 20%의 인원을 감축한 데 이어 장기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
감춰진 불안요소

현대중공업도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있다. 특히, 부장급 직원의 불안감이 크다. 표면적인 구조조정 불안요인은 악화된 업황과 부진한 실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빅3 가운데 유일하게 7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실적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

해당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이 1000명에 달할 정도로 희망퇴직의 압박 수위가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직무역량 향상 교육을 실시했다. 내부 직원 사이에서는 직무역량 향상 교육이 사실상 직원 퇴출교육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내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후문이다.

 



회사 측은 직원 달래기에 들어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6월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재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지금부터 우리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힌 것. 하지만 신뢰감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단 구조조정의 명분이 된 향후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다. 지난해 3조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47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도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업계는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000억원과 15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살벌한 소문에 ‘덜덜’
늙은 부장님이 희생양

특히, 전 임직원 가운데 부장급 직원들이 퇴직 불안감은 높다. 현대중공업노조가 공개한 문건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1차로 사무관리직 15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한 뒤 2차로 장기근속 여직원을 감원하는 사측의 계획을 담고 있다.

2차 구조조정까지는 지난 3월 해당 여직원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문서 상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2차 구조조정이 마무리 된 이후 3차에는 15년 이상 근무한 차부장급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부장급 직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문건에 드러난 3차 구조조정 계획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14년 이상 근속 ▲차장 8년차 이상 ▲1961년 이전 출생자 ▲부장 6년차 이상 ▲부서장 평가 성적 하위 30%’다. 회사는 4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우선 정리해고 대상자로 분류하기로 했다.

문건이 노조에 의해 공개됐을 당시 회사는 사실과 다른 괴문서라고 일축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문건의 내용과 구조조정 일치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문건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부장급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경력직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차질을 빚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200명의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사측이 그동안 무리한 구조조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변화된 인식
부장의 애환

각 사 부장급들은 회사의 위기에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란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임원 진급을 앞두고 회사 조직을 이끌 인재상과 맞지 않으면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논리 때문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부장급 직원 한명이 나가면 신입 직원 3명을 뽑을 수 있다는 논리가 생겨나면서 부장들의 말 못한 고민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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