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신 밀월관계’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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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신 밀월관계’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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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사진 오른쪽)과 원유철 원내대표

사칙연산 바쁜 여의도 “더하거나 혹은 빼거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력 정치인들의 관계가 재편되고 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가의 속설처럼 말이다. 다가오는 총선을 위한 자구책 찾기로 해석된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는 정가의 ‘신(新)밀월관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한동안 정가는 이슈로 넘쳐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부터 한국형전투기(이하 TF-X)사업까지 굵직한 문제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해당 이슈에 맞춰 새로운 관계로 부각된 인물들이 있었는가 하면, 편승하지 못한 이들은 물밑에서 그 나름의 관계형성을 도모했다. 서로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이리 떼고 저리 붙여보는 모습이다.

달라진 관계

‘K-Y라인’으로 불렸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유 전 원내대표는 김 대표보다 정두언 의원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KF-X다. 수백억원대 예산을 들였음에도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인 해당 사업에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같은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 소속인 두 사람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연일 날카로운 질문을 사업 주무부처인 국방부에 날리고 있다. 정 의원은 현 국방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전·현 국방위원장이 힘을 합친 모습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청와대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집중 추궁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한 장관이 ‘KF-X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답하자 “저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께서 속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1시간 동안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보고만 한 뒤 ‘기한 내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는 격려를 받고 나온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날 정 의원은 위원장 신분임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 의원은 KF-X사업 추진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을 제시하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렸을 뿐만 아니라 망신외교·구걸외교·애걸외교라는 소리를 대통령이 듣게 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주장에 KF-X사업 예산은 결국 11월 중으로 추가 논의를 거친 후 의결하는 것으로 지난달 30일 결정됐다.

두 사람이 뜻이 통하는 것은 비단 KF-X만이 아니다. 이는 국정화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JTBC <위험한 초대>에 출연해 “다수의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된 부분이 있다는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국정교과서가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선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인터뷰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내용의 의견을 내놨다.

정 의원은 좀 더 날카로운 비판을 날렸다. 지난 3일 국정화가 확정고시 되던 날 국회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국정화 논란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좌편향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저해하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국정화를 접어야만 교과서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논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핑퐁게임을 하듯 두 사람의 합이 잘 맞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 성향’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가전문가들은 둘 모두 중도성향의 합리적 보수를 추구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정 의원이 59세, 유 전 원내대표가 58세로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 또한 교감의 한 요인으로 꼽는다. 바야흐로 ‘K-Y’가 ‘J-Y’로 변한 모습이다.

K-Y는 옛말 J-Y로 재편, 신보수 결집
야당 비주류 손학규로 헤쳐모여? 러브콜

반면, 과거의 동지였던 김무성 대표는 국정화 사태를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필요이상으로 박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공식석상에서 김 대표는 마치 원조 친박의 귀환을 알렸던 지난 2012년으로 돌아간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단적으로 지난달 24일 10·28재보선 지원유세를 위해 부산 사상구에 내려간 김 대표는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개혁적인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라며 “박 대통령은 대처 영국 전 총리를 능가할 정도의 개혁주의자”라고 ‘박비어천가’를 외쳤다.

 


 악수 나누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사진 오른쪽)과 정두언 의원

김 대표의 변신을 두고 정가 한 켠에서는 ‘아버지’ 문제로 대동단결하기 때문이라고 내다보는가 하면, 최경환·황교안 등 다른 친박계 대선주자들이 뜨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보다 앞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활발하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등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서로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에서는 박 전 원내대표의 ‘누가 지도자인가’를 주제로 한 북 콘서트가 열렸는데 이에 안 전 대표와 김 전 의원이 함께했다. 앞서 열린 김 전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는 박 전 원내대표가 특별히 찾아 지지를 보냈다. 안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새정치연합 대구시당에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박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은 최근 ‘통합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비록 해당 모임에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비전에 공감하는 듯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다. 주로 중도성향의 야권 인사들로 구성된 이 모임에는 조정식·민병두·정성호 등 현직의원 뿐만 아니라 송영길 전 인천시장·정장선 전 의원 등도 포함돼 있다.

통합행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2014년 7월경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있었던 대구회동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해외귀국 소식이 알려진 손 전 고문에 대해 “용기있는 정치인”이라고 칭찬했고, 김 전 의원은 “우리가 모시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거들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지난 6일 안 전 대표 측은 “손 전 고문이 당에 꼭 필요한 분이라는 데는 이견 없이 동의 한다”면서도 “당이 어려울 때 손 전 고문을 모시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 한다”고 말해 앞선 두 사람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새로운 시작

손 전 고문에 대해 군불이 피어오르는 이유는 정계복귀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지난 2일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 후 처음으로 손학규계 인사들이 여의도에 모여 대규모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최근 통합행동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사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등 손 전 고문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손 전 고문 측은 해당 복귀설을 부인했다. 지난 5일 <연합뉴스>를 통해 “(손 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할 때의 초심은 지금도 그대로”라며 “이제 다시 겨울잠에 들어갈 때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강진의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지낼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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