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돈’ 동아원 흥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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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돈’ 동아원 흥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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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이 뒤에서…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화무십일홍. ‘전두환 사돈기업’으로 더 유명한 그룹 동아원도 세월의 힘을 비껴가는 데 실패했다. 열흘 붉은 꽃 없듯, 영원할 것 같았던 동아원도 경영난으로 해체수순에 들어갔다. 동아원의 굴곡졌던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룹 동아원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동아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3개의 계열사, 6469억원 매출액 규모의 중견 그룹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부터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 판정을 받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화무십일홍 

동아원은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 상황을 되돌리려 했다. 지난 3월 효성에 수입차 마세라티와 페라리 판매 회사인 FMK를 2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4월에는 관계사인 대산물산 소유 논현동 운산빌딩을 392억원에 팔았다. 당진 탱크터미널 지분 100%도 부채(966억원)를 넘기는 조건으로 LG상사에 '0원'에 넘겼다. 

11월에는 식품첨가물향료 제조업체인 서울향료에 탑클라우드 코퍼레이션을 영업 양도 방식으로 매각했다. 지난 2일에는 와인수입사 나라셀라를 25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경영난은 심화됐다. 결국 지주사인 한국제분 지분 매각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국제분은 동아원의 지분 53.38%를 갖고 있어 한국제분 지분 매각은 그룹 해체를 의미한다. 

동아원은 이희상 현 회장의 부친인 고 운산 이용구 회장이 1956년 군산에 설립한 ‘호남제분’에서 60년 역사가 시작됐다. 동화원은 제분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했다. 2000년 신동아그룹 해체 당시 매물로 나온 동아제분을 인수하면서 제분업계 3강에 올라섰다. 

동아원은 창업주의 호를 딴 운산이란 그룹명을 사용하다가 2012년 현재의 그룹명으로 바꿨다. 이 회장은 1993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이후 그룹을 이끌었다. 이 회장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에 있던 중 갑자기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창업주가 세상을 등진 해 동생마저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경영스타일로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이 회장의 작품인 동아제분 인수는 동아원의 외연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과감한 경영철학은 지난해 들어 삐걱대기 시작했다. 제분사업과의 시너지효과가 없는 수입차, 와인, 패션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취미에서 비롯된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페라리와 와인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아원은 창립이래 대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없다. 그러나 재계와 정가에 사명이 꾸준히 오르내렸다. 이 회장의 자녀가 역대 대통령과의 혼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사돈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동아원의 굴곡진 역사의 단초였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는데 세 딸 모두 전직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혼맥으로 얽혀 있다.

3녀 모두 전딕 대통령과 혼맥 얽혀
잘 나가다 경영난…사실상 해체수순 

장녀 윤혜씨는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와 결혼했다. 차녀 유경씨는 고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아우인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의 아들 기철씨와 결혼했다. 신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사위로 뒀지만 이후 노씨는 신 회장의 딸과 이혼한다. 3녀 미경씨는 조현준 효성 사장과 결혼했다. 조 사장의 사촌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 한다리 건너 사돈관계다. 

이 같은 이유로 세간에서 동아원을 ‘대통령 사돈기업’으로 부르다. 특히, 전 전 대통령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드러내면서 '전두환 사돈기업'으로 불렸다. 실제 이 회장은 윤혜씨와 재만씨 결혼의 축하금으로 100억원 넘는 채권을 선물해 친밀감을 드러냈다. 

 


▲ 동아원 이희상 회장

하지만 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비자금 은닉을 돕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1995년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60억원 상당의 채권을 보유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이 회장의 동아원이 켈리포니아주의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전두환 비자금 연루설이 나왔다. 동아원의 자금력보다 많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의 토지 가치는 1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동포 언론인 안치용 씨에 따르면 와이너리와 포도밭 구입 당시 정체불명의 자금 1700만 달러가량을 투입했다. 재만씨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100억원대 빌딩도 ‘전두환 비자금’이 유입된 의혹을 받았다. 

이 땅은 재만씨가 22세 때 건축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짙어졌다. 재만씨는 이 빌딩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160억원 채권을 종자돈으로 빌딩을 지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은닉을 도운 혐의로 검찰청을 숱하게 오갔다.

동아원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사정 칼날 위에 서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동아원이 자사주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도록 돕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것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이 회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억원과 추징금 4억2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허무한 결말 

업계의 관계자는 “동아원이 지난해 이후부터 자금난을 겪으면서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해왔는데 지주사마저 매각에 나서면서 그룹 해체수순을 밟았다”며 “한때 전두환 사돈기업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것에 비해 허무한 결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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