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닥친 안철수 후폭풍

한국뉴스


 

새누리당에 닥친 안철수 후폭풍

일요시사 0 593 0 0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 질문 받는 안철수 의원

“나를 따르라!” 눈 맞은 여당의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안철수 리스크’가 국회를 강타했다. 여파가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당·정·청에까지 미치는 모양이다. 성역 없는 후폭풍에 정부와 청와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임시국회 체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이라는 입장. 반면 여당 내에는 알게 모르게 미소 짓는 자들이 존재한다.

‘일장일단(一長一短)’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것처럼 ‘안철수 사태’도 결국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가 새누리당 내에서 들려온다. 최근 정가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서는 연일 비주류의 탈당 암시가 쏟아지면서(대부분 암시에 그치고 있지만) 속 시끄러운 한주를 보냈다. 협상 파트너가 없어진 새누리당은 조바심을 내고 있지만, 4·13총선과 관련해서는 은연중에 안 의원의 탈당을 반기는 모습이다.

안철수 탈당
손익계산서

표면적으로 정부여당은 부침을 겪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밝혔던 지난 13일 후 여의도의 시계는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 5법·테러방지법 등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쟁점법안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기대했던 청와대는 허탈하다는 반응. 관련 회의는 연일 소회되고 있다.

해당 상임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안 의원 탈당으로 국회는 올 스톱”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그는 “총선에 매진해야 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테러방지법이라는 정부 주요과제를 떠안은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간사 이철우 의원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정보위는 교섭단체 소속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 협상 상대가 없어진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문 의원은 정보위 법안소위 소속으로 새정치연합의 법안 협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17일, 문 의원은 유성엽·황주홍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을 동반 탈당했고, 이 의원이 우려했던 상황은 현실이 됐다.

가장 애가 타는 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다. 여야는 지난 15일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알렸으나,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열리지 않았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이다. 어느새 국정현안은 2순위로 밀려버렸다.

뿐만 아니라 본회의 이외 다른 국회 일정 또한 대부분 백지화 됐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논의하려고 열린 기획재정위원회는 야당 의원들이 불참해 파행됐다. 기업활력제고법 상정 문제를 논의하려던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여야 간 충돌로 10여분 만에 파행을 맞았다. 대화 시간 부족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게 관계자의 견해다.

국회 파행
누구 책임?

마음 급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치권을 향해 연일 쓴 소리를 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정치개혁을 먼 데서 찾지 말고 국민들을 위한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며 “국회의 존재이유는 국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탈당합니다" 탈당 선언 기자회견 전 인사하는 안철수 의원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 정의화 의장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이 끝난 후 현 수석은 국회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선거법만 직권상정하겠다고 했는데 안 되겠다는 생각에 면담을 요청했다”라며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법안도 직권상정을 하기에는 똑같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경제위기에 대비하는 노동개혁법과 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법, 국민 안전에 필요한 테러방지법을 외면하고 선거법만 처리된다는 것은 정부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압박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황일 뿐 안철수 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앓는 소리하는 겉모습과 달리, 셈법 계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안 탈당 사태 당·정·청 손익계산서는?
안철수 신당 핵심은 교섭단체 구성 유무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 중 한 명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1~2주의 시간이 경과해봐야 (새누리당의) 득실을 따질 수 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항간에 나도는 ‘여당 180석’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속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여러 갈래의 길이 열린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 표심은 변화가 심해 (탈당 여파가) 어디로, 어디까지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질문 당시가 안 의원이 탈당의사를 밝힌 직후였던 것을 감안하면, 해당 소식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긍정의 분위기가 새누리당 내부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려는 줄어들고 기대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당장 ‘4·13총선’을 생각한다면 나쁠 것 없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이 생각하는 시나리오와 소속 의원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달라 괴리감이 느껴진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핵심은 안철수계의 교섭단체 구성 유무다. 신당 창당을 예고한 안철수계는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핵심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줄곧 20~30여명의 합류를 언급해왔다. 문 의원은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이 나오면 (현역 의원) 30명은 나올 테니 (내년 총선 때) 우리가 기호 3번은 되겠지”라고 말한 바 있다. 30명은 ‘현역의원 20명 이상’이라는 교섭단체 조건을 상회하는 수다.

안철수 신당
늘어난 선택지

안철수 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해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줄곧 있어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여야의 물리적 충돌을 막는 데는 이바지했지만, 소수 독재가 정당화되고 법안 연계투쟁이 일상화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표(사진 가운데)

제19대 국회를 기준으로 157석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과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당·청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정의화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그들이 느낄 개정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여다야(一與多野)’ 체제만으로도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80석의 관건은 서울지역에서 몇 석을 가져오느냐다”라고 운을 뗀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래저래 180석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누리+안철수 조합? “꿈 아니다”
합리적 보수와 손? 선진당 선례

새누리당의 관심이 180석을 향해 있다면 소속 정치인들의 셈법은 조금 다르다. 특히 초선·신인들을 중심으로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시각이 많다.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정치 신인들에게 발 디딜 곳 하나가 늘었다는 점”이라며 “내년 2월 (새누리당) 공천 절차가 끝나면 안 의원 쪽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서 그는 “단, 영향력 있는 인사를 원하는 안 의원 측이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전제를 뒀다.

개헌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안 의원 측이 새누리당과 손을 잡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린다면, 불가능한 그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친박계 쪽에서 고려해볼만한 선택지라는 주장이다.

한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 개헌을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안철수계가 30명까지 모이고, 여당 150여명에 새정치연합 개헌론자까지 합치면, 얼추 3분의 2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안철수계를 이곳저곳 맞춰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안 의원은 중도 성향의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반부패·반이분법·반수구보수라는 인재 영입의 3대 원칙까지 제시했다. 합리적·개혁적 보수 세력과 손을 잡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라는 큰 여야 정당 사이에서 중도로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정치스타일에 대해 중도 보수에 가깝다는 의견이 있어 주목된다. 선진통일당(이하 선진당)이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경 충청을 중심으로 한 선진당은 새누리당에 흡수통합된 바 있다. 당시 선진당 또한 중도 보수를 표방했다. 정치적 성향을 고려했을 때 안 의원도 충분히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회의론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 측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안 의원에게는 새누리당 확장성 저지가 정체성이다”라며 “먼저 손 내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중도 보수
생존법은?

전문가들은 안 의원의 중도 표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진시원 부산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제 발로 자멸의 길에 접어든 것”이라며 “(안 의원은) 지역 기반도 약하거니와 대한민국에서 중도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여러 선례를 통해 증명됐다”고 내다봤다. 또한 진 교수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지역·이데올로기·세대, 이 3대 요소를 잘 파고 들어야 하는데 (안 의원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국민들은 ‘안철수식 새 정치’를 기다려왔다. 과연 기존 정치를 바꿀 혁신의 모델이 이제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이 또한 신기루에 그칠지, 그것도 아니면 거대 정당에 의해 함몰될지 지켜볼 때가 왔다.

<chm@ilyosisa.co.kr>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