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 사정정국 액션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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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차' 사정정국 액션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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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 잡는다”게이트 정조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전국 단위의 대형비리 수사를 위한 검찰 내 신설 태스크포스(TF)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폐지된 대검 중수부가 규모를 약간 줄여 사실상 부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기 4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정국’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특별수사단은 서울고검 청사 12층과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지난 13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단장을 맡은 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을 비롯해 1ㆍ2팀장인 주영환(27기)·한동훈(27기) 부장검사,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30기) 정희도(31기) 부부장검사로 일단 진용이 꾸려졌다.

권력형 비리
검은고리 타깃

1팀은 공무원 등 정관계 비리, 2팀은 대기업 등 경제계 비리에 집중해 수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꼭 그렇게 역할이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에 따라 역할 구분 없이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서 차출된 수사관 10여명도 이날 합류했다. 이르면 이달 말 단행될 예정인 평검사 인사를 통해 1·2팀에 3명씩의 검사도 충원될 예정이어서 검사 수는 총 11명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 규모에 따라서 검사와 수사관들이 언제든 추가 파견될 수 있어, 수사인력이 최대 100명 안팎이었던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본 골격은 단장-대검 반부패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를 통해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체제다. 특별수사단의 구성과 보고 체계는 중수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상설기구가 아니라 한시적 TF여서 중수부와는 다르다”는 설명이지만, 밖에서는 중수부가 부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중론이다.


 


▲ 김수남 검찰총장

특별수사단이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신년사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역점과제로 ‘부정부패 척결’을 말했다. 현재진행형인 ‘노동개혁’이나 ‘경제활성화’ 보다 최우선의 가치로 ‘부패척결’을 내세운 것이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고강도 부패척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법제사법위원회)에 있는 한 보좌관은 “총선을 앞두고 공안 정국의 부활”이라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임기말 레임덕 위기 속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현 정부가 국면전환 카드로 검찰 사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

대형비리 수사 부패특수단 출범
레임덕 조기차단…출구전략 가동

이런 우려는 특별수사단의 지휘체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검찰총장의 직할인 특별수사단은 사실상 청와대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김수남 검찰 총장의 동기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계 때문이다. 김 총장이 검찰 총장 물망에 오를 당시 일각에서는 우 민정수석이 끌어줬다는 말은 파다했다.

김 총장과 우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9기로 동기다. 과거 4차례나 같은 기관에 근무했으며, 두 사람은 대구(김 총장)와 경북 봉화(우 민정수석) 출신으로 지역적 배경(TK)도 일치한다. 청와대가 일주일 전 김 총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했을 때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터져 나왔던 이유다. 과거 중수부가 그랬듯이 특별수사단도 박 대통령의 ‘호위 무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레임덕을 방지하고 총선 필승을 위해 야당의 지지도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특히 총선을 석달여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권과 관련이 있는 수사가 시작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에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특별수사단이 정치적 시비를 차단하면서도 존재 이유를 입증할만한 사건을 첫 타깃으로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는 ‘부실 공기업’ 또는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공기업이나 공공성이 강한 기업을 다뤄야 수사 명분도 얻을 수 있고 기관장·임원 인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정경유착 비리도 캐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솥밥 먹은
총장과 수석

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달리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각종 유착이나 비리 등 구습이 여전하다. 특히 검찰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낙하산 관행에 주목하고 있다. 현 정권의 공기업 사장들 대부분은 ‘낙하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공기업 사장 자리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에게 나눠주는 전리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정권에서 내려 보낸 공기업 사장들을 첫 사정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들의 표 관리 차원이라고 말한다. 명분은 ‘부패척결과 방만 경영’에 대한 수사지만, 핵심 타깃은 결국 낙하산 사장들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 정권은 비리 공기업 사장들에게 ‘다른데 줄 댈 생각하지마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탓에 기획수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권의 주문에 따른 기획수사가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공기업 비리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국정 과제로 밀어붙이자, 중수부는 공기업 비리에 대한 대대적 기획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재판에서 무죄가 속출했고, 무리한 압수수색 등 ‘하명 수사’의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검찰에 대한 신뢰만 더 깎아먹는 결과가 됐다.

예컨대 국민 혈세나 다름없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민간기업의 비리나 대형 공기업의 부실·방만 경영, 대형 국책사업 비리 등부터 손을 댈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특별수사단을 통해 “결국 내려갈 사람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에 비춰 보면 수사진행 경과에 따라 결국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하명 받고 움직인다?
칼끝 어디로…공안정국 예고

대형 국책사업 역시 부패수사단이 주목할 대상이다. 이미 “대형 국책사업을 비롯해 정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나가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언급(지난 5일 국무회의)까지 나온 상태다. 정부는 검·경과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1조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을 중점 조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 역시 특별수사단의 과녁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들은 불법 비자금 조성을 통해 정·관계 로비로 생존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청와대

향후 특별수사단 수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4월 총선 전에는 뭐가 됐든 ‘과실’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특히나 특별수사단은 8개월이나 걸린 포스코 수사에서 보듯 수사가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대응이 강해진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특수수사 사례로 꼽히는 ‘한보그룹 비자금 사건’은 1997년 1월 한보철강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한 달도 안 돼 기업 비리 수사가 일단락됐고 이후 정·관계 로비 수사 등을 통해 수사 개시 4개월 만에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구속했다.

총선 앞두고
표심 관리도

대검 관계자는 “기업은 경제·정치·사회 등 모든 비리의 근원”이라며 “특별수사단은 총선 전에 공기업 등 기업 비리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이런 기업 비리가 정계 인사들과 연관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더욱 수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보안 유지에 벌써부터 신경 쓰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 한 특수부 검사는 “수사가 삐걱거리거나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부패수사단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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