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검찰공약 중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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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검찰공약 중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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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약속해놓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었다.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검사 파견관행 개선’ ‘중앙수사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 출범 3년을 앞두고 있지만 이 공약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 개혁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이 가장 기대했던 정책분야였다. 무소불위의 ‘정치 검찰’ ‘비리 검사’라는 오명과 함께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호언장담했지만 현재까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믿었는데…
말짱 도루묵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박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대선에서 공약한 20대 분야 674개 세부 공약에 대한 이행 수준을 평가했다. 이중 검찰 개혁 공약 이행률은 16%에 불과했는데,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 중 가장 저조하다.

최근 ‘미니 중수부’로 불리는 부패범죄수사단이 출범하면서 검찰 개혁의 성과로 폐지 됐던 중수부가 사실상 부활했다. 오히려 올해 검찰 개혁이 지난해보다 더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개혁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정권에서는 집권 초기 이들 사정기관과 정보기관부터 장악하려 했다. 검찰 지휘부의 성향과 사정수사 방향에 따라 정권의 향배와 안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찰 주요 요직에 포함되는 인사들이 정권과 결탁해 폐해가 일어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1997년 대선을 한달 앞두고 터진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 이후를 기약하며 수사를 공개적으로 접었다.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총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 DJ정부 시절 김 대통령과 동향(전남)이었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전임자인 박순용 총장의 총장 임기 2년 동안에도 ‘실세 대검차장’으로 불리며 사실상 총장 역할을 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선 때 호언장담 ‘얼만큼 지켰나’
독립성 강조했는데…결국 흐지부지

박 대통령은 검찰의 이런 태생적 배경 때문에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 핵심은 검찰 권력 축소와 독립성이다. 검찰 개혁의 세부 공약을 보면 ‘검찰 인사제도 개선’ ‘비리 검사 퇴출’ ‘검찰 권한의 축소 및 통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다.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관행’은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현직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은 빈말이 됐다. 참여연대가 법무부에서 받은 외부기관 파견검사 현황 자료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정부기구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등에 파견돼 있는 현직 검사의 수는 총 6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62명, 2014년 63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이명박정부 마지막 3년(2010∼2012년) 동안 해당 인원수가 68∼72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사실상 ‘원상회복’된 셈이다.

검사가 파견되는 외부 기관의 수도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 32곳, 2014년 34곳에서 올해 42곳으로 늘어나 2010∼2012년 39∼46곳과 엇비슷한 수준이 됐다. 국민안전처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 국제개발은행, 주네덜란드대사관 등 6곳에 새로 검사가 파견됐다. 감사원(1명→4명)과 금융위원회(5명→7명), 국무총리실(1명→2명), 헌법재판소(3명→4명) 등은 인원이 증원됐다.



2012년 12월2일 박 대통령은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파견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대선공약집에도 그대로 담겼다.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검사에 대한 인력 및 조직 진단을 통한 단계적 감축’을 공언한 바 있다. 결국 취임 1, 2년째에만 파견검사 수를 줄이는 시늉을 하다 도로 제자리로 간 것이다.

수사권 조정
큰 변화 없어

특히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법무부의 비(非)검찰화’인데, 참여정부 시절 잠깐 시도됐을 뿐, 이후엔 여전히 법무부의 주요 국·실장과 과장 등을 거의 대부분 검사들이 맡고 있다.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현직 검사들은 80∼90명으로, 전체 인원의 7분의 1 정도에 달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청와대 편법 파견’ 관행도 여전했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검찰청법에 따라 민정수석실 등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은 ‘사표 제출→청와대 근무→검찰 재임용’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이런 편법으로 청와대를 거친 검사들이 검찰 요직에 중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달 13일자로 단행한 560명의 고검검사급 인사에 따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근무한 권정훈(47·사법연수원 24기)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요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영상(43·29기) 검사는 범죄첩보를 수집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범정1담당관의 경우 각종 수사·범죄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일하던 검사가 곧바로 이 자리를 맡을 경우 청와대의 검찰 수사 통제와 정권 하명수사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와대에서 근무한 박태호(43·32기), 박승환(39·32기) 검사도 각각 대검 검찰 연구관, 서울서부지검 검사로 보임됐다. 대검과 서울 일대 지검 역시 일선 검사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다.

이전에는 청와대에 파견됐다 복귀하는 검사들은 최소한 복귀 첫 인사에서는 한직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초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간 이중희(49·23기) 전 민정비서관도 2014년 5월 복귀하기는 했지만 서울고검으로 요직은 아니었다. 즉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 파견 우대’가 더욱 노골화 된 셈이다.

법무부 파견 감축은 검사가 법무부의 주요 고위직 등을 장악토록 한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인데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에 대한 개정 노력은 전혀 없었다. 여전히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한 검찰국장, 법무실장, 기획조정실장, 감찰관 등 법무부 핵심직책을 비롯한 대부분의 직책을 검찰이 장악하고 있다.

‘검찰 권한의 축소·통제’ 분야의 가장 상징적인 공약이었던 대검 중수부 폐지는 잠시나마 실현되긴 했다.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검공약 이행률
고작 16% 불과

그러나 올해 1월 ‘미니 중수부’라 할 수 있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하면서 도루묵이 됐다.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대선 공약에도 “예외적으로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기 부적당한 사건은 고검에 TF 성격의 한시적인 수사팀을 만든다”는 단서가 있었던 만큼 공약 파기라고 몰아세우기는 무리지만, 과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꾸려진 한시적 조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 등을 시민들이 직접 심의하는 검찰 시민위원회의 강화를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감감무소식이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013년 6월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만 했을 뿐, 실질적인 법제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임기 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독립하겠다던 강신명 경찰청장의 공언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수사 지휘권을 놓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강한데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분점을 공약하고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검·경의 조희팔 사건 수사와 경찰의 김진태 전 검찰총장 내사 의혹, 문재인 야당 대표의 환기 발언 등으로 수사권 조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차원의 의지부족으로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국정과제를 추진한다는 형식적인 구색만 맞추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사 파견 제한? 도로 원상복귀
중수부 폐지? 이름만 바꿔 부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잇따라 발의된 각종 법안들도 길게는 수년째 잠자고 있다. 총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국회에서의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검찰청법 개정안(의원 발의)은 모두 9건이고 이 가운데 검찰 개혁과 직결되는 법안은 내용이 겹치는 것을 포함해 모두 8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검사가 청와대 보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인 '검사 편법파견 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이 2012∼2013년에 발의한 이 법안은 편법파견을 억제하기 위해 청와대에 몸담았던 검사의 재임용을 1∼3년간 금지하는 내용이다.

상급자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 권한을 현실화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화하는 법안 또한 2013년 새정치연합 이춘석·이종걸 의원 등이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중이다. 이밖에 ▲피의사실 공표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검찰 공보담당 검사 지정법 ▲검찰 정치중립을 위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제한법 ▲내부감찰 기능 정상화를 위한 감찰인력 배치절차 개선법 등이 여전히 상임위에 묶여 있다.

비리검사 퇴출
사실상 무용지물

현재까지 어느 정도 실적을 보이는 개정안은 ‘비리검사 퇴출’ 항목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사적격심사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적격심사제는 평생검사제 도입으로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업무 실적이 좋지 않고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검사를 중간에 퇴출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다. ‘검사 징계 사유 명확화(향응, 금품수수 등) 및 처벌 수위 강화’는 2014년 5월 개정된 검사징계법에 반영됐다.

검사적격심사 제도는 ‘자격 미달’ 검사를 가려내기 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됐지만,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심사위원회를 통해 검사가 면직된 사례가 없는 등 중간 평가 제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강압수사 증가?

최근 5년간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피의자나 참고인 등이 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위원장(대전 유성구)이 제공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찰 조사 도중 자살자는 ▲2010년 8명 ▲2011년 14명 ▲2012년 10명 ▲2013년 11명 ▲2014년 21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15명이 검찰 수사 중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다 자살한 피의자는 전체 79명 중 19명(24%)으로 가장 많았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지검 4명 ▲대전고검 1명 ▲천안지청 2명 ▲홍성지청 2명 ▲청주지검 2명 ▲충주지청 1명 등 12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원회가 제출한 최근 3년간 검찰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검찰 관련 인권 침해가 2012년 147건에서 2014년 190건으로 30%가량 늘어났다. 법무부와 검찰 관련 차별 진정사건도 2012년 8건에서 지난해 15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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