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초 논란’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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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초 논란’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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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기록관

유출·폐기해도 알 방법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사초’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앞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대통령 기록물 사본이 봉하마을로 무단 유출됐다는 고발건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이관 주체가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로 벌어졌다. 이번 정권서 제작된 대통령 기록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기록물이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과 보좌기관·자문기관·경호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비공개 기록물로 분류되면 최장 30년간 봉인돼 열람이 제한된다. 통상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기록물을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할 준비에 착수한다. 즉, 기록물 지정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황교안이 지정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기록물 지정 권한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권한이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를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황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기록물 지정은 그 기록물을 생산한 대통령 본인만이 할 수 있다. 권한대행에게 그러한 권한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권한 논란이 있는 대통령 기록물 지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생각은 달랐다. 홍윤식 행자부장관은 같은 날 “헌법 71조, 대통령 기록물법에 의하면 대통령 권한대행,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이 지정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황) 권한대행에게도 대통령 기록물 지정 권한이 있다”고 해석했다.

대통령 기록물은 비공개로 분류될 수 있다. 관련법에는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기록물을 비롯, 정무직 공무원의 인사, 사생활 등 여섯 가지를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황 권한대행이 비공개로 분류하면 정치권서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비공개 기록물을 대통령이 아닌 자가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 대통령기록관

또 기록물 유출·폐기를 감시할 방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전자문서로 만들어진 공문서는 일련번호가 매겨지기 때문에 파기가 어렵지만 메모, 포스트잇, 수첩과 같이 손쉽게 폐기할 수 있는 비전자기록의 경우 이관 받을 기록관서 유출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애초 기록물 목록을 생산기관인 청와대 등 관련 21개 기관서 만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통령 기록관 측 관계자는 지난 14일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유출·폐기가 나중에 밝혀지면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고발을 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조사·수사권이 (대통령 기록관에) 있는 게 아니라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기록관 측은 “기록물이 무단 유출되거나 파기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록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청와대 측에 보낸 상태지만,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록물 이관 착수 4월30일 완료
민주당 “검찰 압수수색 나서야”

이러한 기록물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기록들은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서 안 전 수석 수첩에 주석을 단 서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고, 이는 이 부회장 구속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2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서 검찰이 소환 횟수를 최대한 줄일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기록물의 보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검찰이 청와대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뿐 아니라 대통령 직속 위원회나 자문기구까지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건을 맡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는 압수수색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와 사저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 증거수집이 중요한 목적인데 지금은 수사가 정점으로 가고 있다”며 사실상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을 뜻을 전했다.

 


▲ 서울 삼성동 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현재 검찰 수사에 중요한 증거가 될 자료들이 임의로 파기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고 최악의 경우 박근혜정권 국정 농단 증거들이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미명으로 최장 30년간 봉인될 상황에 처했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늦출 이유가 없으니 조속한 시일 내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자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데 정작 당사자의 집무실과 관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 없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검 “압색 무의미”

대통령 기록물법을 보면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거나 국외 반출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적시돼있다. 또 무단 은닉과 유출 범죄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기록물 이관 작업은 앞으로 45일 뒤인, 오는 4월30일 1차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아세안 6030 8대 (A급)’ 실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한·아세안 6030 8대 (A급)’라고 적힌 상자가 반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보존해야 할 국가 기밀 문서가 파면된 대통령의 자택으로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와 대통령 기록관 측은 해당 상자에 대해 ‘경호용 통신 장비’를 담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록관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논란이 많아서 (상자의 진위를) 확인했더니 경호와 관련된 통신 장비였다”며 “통신 장비 같은 경우는 이동할 때 상자에다가 A, B로 등급을 매긴다. 사진에 찍힌 사람도 통신 업체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통신장비는 지난 2014년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쓰였던 것으로 판명 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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