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Mirror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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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13:40
# 버스운전 하던 초창기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윗입술이 터졌다. 버스 운전대를 잡고서 이게 무슨 시튜에이션인가. 흠칫 놀라 손수건으로 짓눌러본다. 잠시 후도 연거푸 빨갛게 배어 나온다. 안 해본 일 좀 하느라 몹시 신경이 쓰였나. Class 2대형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에서도 호되게 긴장을 했다. 세상에 공짜 없다. 실제 모터웨이에서 대형 버스를 직접 운전해보니 여간 생소한 게 아니다.글렌필드, 노스코트, 타카푸나, 알바니, 시내, 모터웨이... . 버스노선마다 각각 특색이 있다.
좁은 도로에서 마주 오는 덤프트럭과 교차 주행하는데, 몸이 움찔한다. 닿을 것만 같아 속도를 줄이면서도 순간 핸들이 주춤주춤한다. Don’t Panic! 인스트럭터의 일침에 화들짝 또 놀란다. 내 차선만 잘 유지해가면 되는데, 상대를 크게 의식한 것이다. Keep your lane! 아직 내공이 약하다. 순진한 속내가 어린아이처럼 배어 나온다. 마음으로 아무리 알아도 몸이 기억해서 반응하지 않으면 도로 묵이다. 실수가 따르는 구간, 코너링, 라운드어바웃에서는 반복 주행을 수차례 한다. With Confidence! 백번 맞는 말이다. 첫날 다르고 삼 일째 다르고 오 일째 다르다. 한 주 두 주 세 주, 한 달 두 달 석 달… . 반복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오클랜드 시내에서 대형버스 운전 트레이닝을 받는 시간.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숱한 실수가 끊이질 않는다. Try & Try! 인스트럭터의 지적을 연거푸 받는다. 커브 길을 돌며 살짝 안쪽 차선을 밟고 지나자, 단호한 경고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Don’t Cut in! 놀란 토끼처럼 화들짝 움츠러든다. 좁은 도로에서 직각으로 도는 Quarter Turn에서는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커브를 넓게 돌면 상대편에서 오는 차량 앞부분과 스칠 것만 같다. 좁게 돌면 영락없이 버스 뒷 바퀴가 도로 턱을 넘는다. 둔탁한 덜커덩 소리가 따른다. 진땀이 삐질삐질~
회전하려는 곳 코너에서 조금 더 나가서 직각으로 핸들을 감아 돌린다. 앞쪽 바퀴가 중앙선 하얀 부분을 지나며 그대로 반듯이 나아간다. 동시에 반대편 뒷바퀴가 도로 턱과 간격을 유지하며 나오게 mirror를 체크한다. 속도는 put down(accel pedal)이다. 주춤거리면 안 된다. 휴~우~. That’s enough! 한 고개 넘는다. 순간순간이 그렇게 이어진다. 어느덧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이 다가온다. 한 코스 또 한 코스를 반복한다.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난다. 몰두와 집중의 수행이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손과 발로 전달되는 신경 계통. 버스운전의 체화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몸에 입력된다. 그 입력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몸이 움직인다. 대충 머리로 하면 자칫 실수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배운 것은 잘 잊히지 않는다. 머리로는 절대 당해낼 수 없다. 몸으로 느낄 때 실제로 행동으로 나타난다. 버스 몸체의 뒤쪽까지 비춰보는 mirror! 더없이 소중한 도우미다. 좌회전 시는 좌측 mirror로 버스 몸체가 다 빠져나올 때까지 확인한다.
접촉사고는 돌면서 뒷부분이 대부분 부딪친다. 우회전도 같은 원리다. 승용차 운전보다 버스운전의 집중도는 세 배는 되는 성싶다. 대형버스 초보라서 그러겠지만 몰입과 집중이 관건이다. 평소 mirror의 소중함을 이렇게 절실히 느낀 적이 없다. 버스가 다 회전할 때까지 mirror를 확인하며 핸들을 조정하라고. 몸에 배게 하는 육체적 내면화다. 운전 원리가 육체화하는 체득이 필수다. 체득되지 않은 운전 상식은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부딪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후방을 살피는 mirror가 있지 않을까.
“삐이익~” 손님이 내리겠다는 신호음이다. 앞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조심스레 갖다 댄다. “뚜우~” 손님 내릴 문을 열어준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손님이 올라탄다. 머니머신에 교통카드를 대며 올라탄다. “띠디딕~” 승차 신호음이 반응한다. 버스는 가다 쉬고, 손님은 타고 내리고. 그때그때에 맞게 돌고 돈다. 손님이 차 안에서 편안하도록 버스속도를 잘 유지한다. 과속방지턱이나 공사 도로 장애물 지역을 지날 때도 신경 쓴다. 교통카드 가지고 타는 학생부터 동네 아저씨 아줌마는 물론, 골드카드를 쓰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한 가족을 태우는 느낌이다. 서두를뻔하자 빨간 신호등이다. 그 앞에 얌전히 선다. 인스트럭터의 칭찬과 격려가 몸의 긴장을 녹여준다. Nice & Smooth!
자기 하는 일에 몰입과 배려가 배어나는 일상이 기다려진다. 버스 운전 트레이닝하는 동안, 인스트럭터가 가장 기분 좋게 해주는 응원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함께해서 좋은 동료의 음성. 참 고맙다. 긴장해서 주눅이 든 나에게 엔도르핀을 올려주는 신뢰가 고맙다. 인스트럭터에게 그 말로 답례를 드리고 싶다. “Champ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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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백동흠
수필 등단: 2015년 에세이문학. 수필집: 아내의 뜰(2021년). Heavens 지금여기(2022년). 수상: 2017년 제 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깬니프!). 2022년 제 40회 현대수필문학상 (Heavens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