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고대 인도의 세계관과 석가모니의 가르침
종교 생성 당시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그 시대의 상황을 공부하다 보면 맹목적 신앙보다는 좀 더 바른 견해를 가지고 그 종교의 가르침을 더욱더 의미 있게 믿고 따를 수 있다, 또한 근본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는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합당한 기준과 합리적인 견해를 키울 수 있다.
수많은 종교와 성자들의 고향인 인도. 5-6 천년전에 리그베다라는 브라만교의 모체가 되는 성전이 완성되었고, 다시 브라만교는 힌두교로 진화했으며 힌두교는 인도의 모든 문화와 생활방식, 사회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힌두교의 기본 사상과 철학의 바탕이 된 리그베다의 수많은 가르침중 하나는 각각의 계급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었다. 각 사회 계급마다의 직업과 신분이 있어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할 때 사회는 안정적이고 우주는 조화를 이루어 모든 것이 질서대로 유지된다는 믿음, 다시 말해 각각의 카스트 계급이 우주를 창조한 신의 머리와 손 그리고 다리를 상징하게 되어 브라만, 크샤트리아, 수드라, 바이샤 등의 카스트가 생기게 되었고 계급 사회를 통해 각 개인의 의무와 계급의 역할이 우주의 진리와 순환의 원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믿음이 강한 시대였다.
역으로 계급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고 사제 계급인 브라만과 지배 왕족.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의 권위와 문화에 대한 도전이었다. 사람의 귀함과 천함은 어느 계급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서 정해진다라고 가르치신 부처님은 2500여 년 전 계급사회를 초월한 혁명가이자 깨친 스승임을 말해준다. 브라만 계급이 아니라도 누구나 수행 출가자가 될 수 있고 천민 계급을 수행자 사문으로 인정하며 극단적인 남녀 차별 사회에서도 여자 수행자, 즉 비구니 승단 또한 허락하셨으니 고대 인도의 세계관을 철저하게 혁신시킨 진정한 깨친 자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이런 혁명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종교의 전파는 전쟁과 투쟁 그리고 갈등이라는 아픔과 상처를 만들었지만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지난 2500여 년 동안 포용과 자비와 이해를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불교 최초의 경전인 숫타니파타 경전을 보면 그 당시의 사회 구조와 신흥종교인 불교가 추구하는 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제 계급인 바라문 바라드바자가에게 천한 자와 계급사회에 대해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 “바라문이여,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 참으로 천한 사람인지 알고나 있소?”
“화를 잘 내고 원한을 쉽게 품으며, 성질이 못돼 남의 미덕을 덮어버리고 , 그릇된 생각으로 음모를 꾸미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자기를 내세우고 남을 무시하며 스스로의 교만 때문에 비굴해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태어 나면서부터 높은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바라문 사제 바라드바자는 스승께 말했다. “훌륭한 말씀이십니다. 석가모니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당신 고타마께서는 저희들을 재가 수행자로 받아주십시오.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하겠습니다.”
무조건적인 신앙과 전통에 따른 종교의식에는 질문이 따르게 된다. 기존의 가르침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우며 논리적으로 진의를 파악한 다음에 각자 스스로가 평가하여 판단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종교적 수행과 주장에 모순이 있거나 완전한 진리에 이르지 못한 것이 발견될 때에는 새로운 방법의 진리 탐구의 길은 다시 계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기존의 종교에서 가르치는 신에게만 의지하는 수행방법, 신에 대한 예경과 무조건적인 믿음, 자기 자아와 창조신인 브라만이 하나 됨을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하는 가르침 등)
석가모니께서는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 당시의 종교 사항에 대해서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계셨던 것으로 보인다. 출가 후 그는 당대 저명한 스승들을 찾아가 그들의 선정을 익혀 마침내 그 최고의 종교적 경지에 도달했으나 그것이 생사를 극복하는 진정한 길이 아님을 발견하였고 다시 서슴없이 떠났던 것이다.
깨달음이란 영적으로 내려받는 신의 계시와는 다른 개념으로 인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마침내 진리를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의 모든 종교적 교설을 경험하고 다시 그것을 비평하여 새로운 길을 찾아 고행한 끝에 성취한 깨달음은 2500년 전 사회에 크나큰 혁명이었으며 전 세계 종교사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불교만의 독창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생과사의 윤회의 고리를 끊고 영원한 행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과 교리는 지금까지의 다른 모든 종교적 파라다임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용준
참고 자료 :
불교의 체계적 이해 : 고익진 지음 (1994 )
숫타니 파타: 법정 지음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