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회계사> 저희 집에 새 애기가 들어왔습니다!
저희 집에 새 애기가 들어왔습니다.
시드니에서 직장을 다니는 아들녀석이 장가를 들어, 아들만 하나 있던 저희 가족에게 이쁜 딸아이가 새아기로 들어왔읍니다.
작년에 시드니서 만나 사귀어 오다가, 8월에 결혼을 하고 시드니에서 신접살림을 하고있는데 한달 만에 또 부모를 보려고 뉴질랜드를 다녀갔읍니다. 저는 아들녀석 보다 며느리가 더 반갑더군요.
심여사와 아들하고 며느리, 이렇게 네식구가 오레와 비치를 걷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같이 먹었읍니다. 저녁에는 심여사 생일이 며칠전 지났지만, Father’s Day 기도 해서, 며느리가 된장국하고, 닭갈비 등으로 솜씨를 발휘해서 맛있게 먹었읍니다. 음식도 좋았지만 네 식구가 함께 하는 것이 즐겁고, 참 행복한 시간이라 느껴지고, 이런 날이 자주 오리라 기대하고 있읍니다.
수년전 언젠가,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조건을 내걸었읍니다. 아내를 정하는 것은 네 선택이지만 우리도 며느리를 맞는 일이니 최소한 세가지 조건은 갖춰야 한다고 했읍니다.
첫째는 착한 아이여야 한다고 하였읍니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히 착한 것은 아니고, 버스안에서 노약자를 만나면 망설임 없이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하는, 선한 마음씨를 가진 아이여야 한다고 했읍니다.
둘째 조건은 밝고 명랑한 아이였읍니다. 아들이 밝은 성격이라서 잘 어울리기도 하겠지만 집안이 밝고 유쾌해야, 안에서는 잘 쉬고 바깥에서 사회 생활도 잘 할 수 있다고 하였읍니다.
셋째로는 건강한 아이입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안 주인이 늘 아파서 있으면 집안 분위기는 어둡고 우환이 끊이질 않겠지요.
며느리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아이입니다. 지난번 시드니 공항에서 우리를 배웅하러 나왔을때, 예기치 않게 항공편이 취소되어,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 하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었읍니다. 그 때 며느리가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귀찮은 내색이 전혀 없이 오래도록 도와 주는 것을 보았읍니다.
우리가 공항서 기다렸다가 타고 갈 테니 너희들은 들어가서 쉬고 내일 출근하라고 해도 머뭇거리며 발길을 돌리지 못하던 새 아기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새 애기는 웃음이 많고 명랑한 아이입니다. 처음 만나 보았을 때, 하도 재밌게 잘 웃어서 제가 “너는 원래 웃음이 많은거냐 아니면 오빠만 보면 좋아서 그리 많이 웃는거냐” 하고 물었더니,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만 ‘오빠한테 만 그래요’ 하고는 또 넘어가는 것이었읍니다.
제가 속으로 말했읍니다. “그래, 니들 평생 그리 웃으면서만 살거라!”
새 아기는 지금 손주를 가지고 있읍니다. 그런데 조금 졸음이 오는 정도 말고는 입덧도 없고, 식사도 잘 하는 아주 건강한 아이입니다.
저희 부부는 대단히 만족해서 두 아이의 결혼을 승락했읍니다. 물론 두 아이들이 서로를 아껴주고, 긍휼히 여기면서 평생토록 행복하게 사는 것이 참 중요하겠지요.
며느리도 우리 아들 처럼 어릴때 이민온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읍니다. 이제는 잘 자라서 호주 사회에서 제 몫을 잘하고 있으니 대견하다가도, 외국에서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저절로 짠해집니다.
이민 온 다음 해인가, 아들 녀석이,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읍니다. 비록 소소한 거짓말이지만 지금 바로 잡지않아 버릇이 되면 큰일이겠다 싶어서, 심여사와 의논한 후 매를 무섭게 댄 적이 있읍니다. 그날 저녁 내내, 심여사는 자고 있는 녀석의 종아리에 멘소레담을 발라 주며 눈물을 흘렸었읍니다.
그랬던 아들 녀석이 어느 새 아비가 올려다 볼 만치 훌쩍 자라더니, 결혼을 하고, 곧 손주를 안겨 준다고 합니다.
그런 세월들이 지났는데 어찌 할 말이 많지 않겠읍니까만,
어쩌겠는지요, 말로써는 마음을 온전히 다 덮을 수 없을텐데 ……
애잔해진 마음을 달래보려고 먹을 갈았읍니다.
하늘이 맺어준 짝이기에, 천생배필 (天生配匹) 이라 쓰고 시를 한 수 달았읍니다.
天生配匹
漢江櫻路情鄕語 (한강앵로정향어)
夢憶已往二十秋 (몽억이왕이십추)
勞心焦慮何遇瑟 (노심초려하우슬)
竟然天匹在濠洲 (경연천필재호주)
한강수, 벚꽃 거리, 정겨운 고향말투,
꿈속에도 품어온지 어언 20년
어디서 짝을 찾나 노심초려 하였는데,
뜻밖에, 천생배필은 호주에 있었구나
<김형국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