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술 한잔 할까요?
트웰브 자리만 220석, 한국 술집 중 최대…
혼 “혼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오클랜드 시내의 중심지, 챈서리 거리.
밤 열 시 또는 아홉 시,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들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갈 때 시내 한구석에서 불빛을 더 밝히는 곳이 있다. 하루의 삶을 정리하고 내일을 설계하거나 하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공간이다. 바로 술집이다.
오클랜드 시내 한복판에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술집이 여덟 곳이 있다. 반주용 술이 아닌 술이 중심이 되는 주점을 뜻한다. 평일에는 새벽 한두 시, 주말에는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하곤 한다.
술집 주인은 대부분 30대 중후반이다. 오클랜드 한인 이민 사회에서 1.5세대가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들은 삶과 공부에 지친 보통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또 다른 삶의 기를 불어 넣고 주고 있다.
술 한 잔을 마신 뒤 그다음 행선지는? 아마 노래방이 아닐까 한다. 오클랜드 시내에는 노래방이 세 곳이나 된다. 취기를 털고 조금은 더 편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갈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 트웰브(Twelve)
‘12시’는 하루를 정리하고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트웰브(12)’의 상호는 그런 뜻에서 지어졌다.
트웰브는 한국 식당이나 주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자릿수는 220석 정도. 30대 중반의 젊은 사장 셋(엄영민, 이민우, 장성)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이 제일 바쁘죠. 닭튀김 요리가 많이 나갑니다. 스노잉, 카르보나 등 네 종류의 닭튀김 요리를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한국 손님뿐 아니라 키위 손님, 중국 손님, 인도 손님, 남태평양 출신 손님 등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공동 사장 중 한 명인 이민우 사장의 말이다.
트웰브의 특징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안주를 오클랜드에서도 이른 시일 내에 맛보게 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일식에 견줘 아직은 현지인들에게 인식이 낮은 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나름 한국 음식의 문화 사절 역을 하겠다는 뜻이다.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좋은 추억을 안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늘 그런 마음을 갖고 식당을 꾸리고 있습니다.”
밤 12시, 신데렐라가 공주가 되는 시간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더 멋진 세상이 오기를.
주 7일 영업, 주말에는 새벽 3시까지.
☎ 369 1002 ☞ 1 Courthouse Lane
▣ 뎅뎅(Deng Deng)
‘뎅뎅.’
느낌상 돈이 데구루루 굴러 옷 것만 같은 가게 이름이다.
뎅뎅은 10년째 영업 중이다. 그만큼 단골이 많다. 저녁 6시에 문을 열고, 새벽 4시에 닫는다. 문을 여는 시간은 조금 달라도, 닫는 시간만큼은 늘 같다.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자부심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
뎅뎅(사장: 김학승)이 자랑하는 술안주는 부대찌개. 술집을 연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잘 나가고 있는 음식이다. 전체 손님 중 중국 손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학생은 물론 직장인도 즐겨 찾는다.
맥주 타워(Beer Tower)와 칵테일 소주가 잘 나간다. 맥주 타워는 탑 같은 모양의 잔으로 되어 있다. 2,000cc, 3,000cc 큰 잔이 있는데 키위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칵테일 소주는 6~7도 정도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다. 망고나 수박 등 과일 맛이 잘 우러나와 많이 마시고 있다. 맥주는 맥주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는 삿포로를 취급한다.
매니저는 술집이 좀 시끄러운데, 그 시끄러움 때문에 더 사랑을 받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술집, 뎅뎅은 주 7일 영업한다.
☎ 309 0007 ☞ 1 Courthouse Lane
▣ 혼(Hon)
술집 이름이 정말 멋있다. ‘혼.’
“혼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른여섯 82년생 사장 허태욱 씨의 마음 다짐이다.
혼은 문을 연 지 겨우 두 달 밖에 안 됐다.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방장 이진구 씨는 웰링턴에서 일식 요리를 공부한 일식 전문가다.
“밤 9시가 넘으면 회를 드시기가 쉽지 않지요. 보통 일본 식당은 그 시간이면 다들 문을 닫으니까요. 저희 주점은 그 시간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됩니다.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찾아 주세요. 가장 맛있는 회를 가장 깨끗한 곳에서 드실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혼의 특징은 청결을 무척 중요시한다는 점. 주방도 개방식으로 되어 있다. 손님들이 요리사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어묵집(Oden Bar)도 따로 마련해 놓았다.
현재는 저녁 식사와 술자리만 할 수 있지만 조만간 점심 메뉴도 개발해 손님들에게 내놓겠다고 한다.
비록 인조 꽃이지만 예쁜 매화가 술집 분위기를 한층 더 우아하게 꾸며놓고 있다. 주 7일 영업.
☎ 358 3390 ☞ 46 Courthouse Lane
▣ 포차(Pocha)
이름이 참 정겹다. ‘포차’, 포장마차의 줄임말이다. 삶에 지친 수많은 아버지의 어깨를 다시 세워준 그 포차를 오클랜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비록 손님층은 달라도 그 마음만큼은 같은 의미라고 믿는다.
포차는 오클랜드에서 유서가 깊은 챈서리(Chancery) 거리에 있다. 1840년대부터 상가가 형성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챈서리 상가 건물 2층에 포차가 자리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구름다리(?). 조금은 운치가 있는 그곳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포차는 친구 둘이 한마음이 되어 공동 운영한다. 조성안 사장과 신광현 사장. 2008년에 인수했으니 햇수로 10년째다.
“사이가 부른 강남스타일 덕분에 한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요. 한국 손님은 물론 키위 손님들도 많이 와요. 키위 분들이 ‘포차’라는 뜻은 몰라도, 저희는 은연중 포차의 정신을 전해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요.”
조성안 사장의 말이다.
포차가 내세우는 술안주는 닭튀김 종류.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한국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한다.
이탈리아 파스타도 별미인 포차는 주 7일 영업한다. 주말에는 새벽 4시까지.
☎ 309 2342 ☞ 50 Kitchener Street
▣ 오바(O Bar)
‘오바.’(O Bar)
한국 사람에게는 ‘오빠’라 불리는 술집이다. 가게 안에는 “오빠 앙 나 취햤써 ㅠ ㅠ 오빠 델ㄹ와”라는 앙증맞은 문구가 보인다. 가게는 온통 검은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널따란 벽에는 영화가 상영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좋아하는 김성국 사장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오바의 음식은 40가지 정도. 그 가운데 부대찌개와 닭튀김 종류가 잘 나간다고 한다. 30~40달러 선이면 서너 명이 부대찌개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명색이 술집이지만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저녁 모임 장소로도 적당하다.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행복하죠. 그게 제 철학이기도 하니까요. 맛있게 드시고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오바가 문을 연 지는 넉 달 정도 됐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 돼 주인은 흐뭇해 한다. 음식 맛도 음식 맛이지만 주인장의 착한 얼굴과 조곤조곤한 말이 한몫 했으리라 믿는다. 훗날 남섬에도 같은 이름으로 주점을 하나 더 내는 게 김성국 사장의 소박한 꿈이다.
주 7일 영업한다. 주말에는 새벽 3시까지.
☎ 021 255 4623 ☞ 7 Bacons Lane
▣ 소피아(Sophia)
“소피아라는 이름이 무슨 뜻인가요?”
“제 딸 이름을 따서 만들었어요.”
정재경 사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4살짜리 딸의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도,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소피아라는 주점을 잘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소피아는 겉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고급 주점처럼 다가온다. 정통 유럽풍의 카페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프랑스 식당을 인수해 한국식 주점으로 바꿨어요. 실내 장식은 그대로 두었고요. 음식은 한국식으로 하지요. 주위 직장인이나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아와요.”
매니저 김경민 씨의 말이다.
올해 1월 말, 그러니까 두 달 전에 문을 연 소피아는 운치 있는 주점이다. 마치 옛 프랑스 문인이나 화가들이 모였음 직한 곳으로 다가온다. 인생과 문학 그리고 예술을 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릴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시 한 수와 칵테일 한 잔이 어울리는 자리다.
탕수육과 김치찜이 소피아가 자랑하는 술안주다.
주 6일 영업, 일요일에는 쉰다.
☎ 362 0923 ☞ 23 O’ Connell Street
▣ 쿠로(Kuro)
빅토리아 마켓 뒤에 있는 한식의 대명사 ‘한식’(사장: 김현우)에서 운영하는 주점이다. 문을 연 지 반년 가량 됐다.
쿠로라는 일본말은 ‘검다’라는 뜻이다. 그것에 맞게 실내장식도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져 있다.
식탁 사이사이 의미심장한 문구도 눈을 끈다.
“술이 좋아 술을 먹나 / 사람 좋아 술을 먹지.”
“내일은 없어 / 오늘은 마셔.”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는 음악도 최고급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안주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식 요리 경력 20년에 가까운 김현우 사장의 지도로 주방의 신나는 칼질은 쉴 새가 없다. 닭튀김 안주와 회요리가 잘 나간다.
평일에는 새벽 3시까지, 주말에는 새벽 4시까지 영업한다. 한국 손님들 외에도 키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캄캄한 세계, 쿠로의 공간에서는 새 세계가 펼쳐진다. 앉아 있기만 해도 한 잔 술이 목을 유혹하는, 분위기가 아주 그럴싸한 술집이다.
주 7일 영업한다. 장사 시작은 오후 5시부터.
☎ 335 9595 ☞ 26 Lorne Street
▣ 소주한잔(One Shot)
“소주 한잔 할까?”
오클랜드의 아이콘, 스카이 타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소주한잔은 상호만큼이나 편하게 다가온다. ‘소주 한 잔’은 알코올 몇 퍼센트를 함유한 액체로 그치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보통 사람의 애환 한 뭉큼, 헤어진 연인들의 눈물 한 모금, 다시 허리띠를 조이게 해 주는 응원의 기운 한 사발이 담겨 있다.
소주한잔의 대표 안주는 보쌈과 족발.
“단골들이 저희 주점의 대표 안주라고들 하지요. 불족발도 좋아하고요. 아주 매운 족발이에요. 그 밖에 해물뿔짬뽕이 있는데 뿔이 날 정도로 맵고 맛있다고 해 붙인 이름이죠.”
주인 서니(Sunny) 씨의 말이다.
상호대로 소주한잔은 마음 놓고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음식량은 어느 주점보다 풍성하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술 한 잔과 맛난 음식으로 달래 주겠다는 뜻이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며 일요일에는 쉰다.
“소주 한잔 할까? 소주한잔에서.”
☎ 368 1200 ☞ 12 Durham Street W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