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선 결산>뉴질랜드 유권자들은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9월 20일 치러진 총선에서 뉴질랜드 유권자들은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집권 국민당이 압승을 거두었고 노동당은 부진했고 의석 진출 가능성을 보였던 보수당과 인터넷-마나당 등 군소 정당은 국회 진출이 좌절됐다. 국민당은 48.06%의 정당지지율을 획득, 61석(지역구 41석, 비례 20석) 의 국회의석을 차지해 MMP 선거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국회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뒀다.
정권 탈환을 노렸던 노동당과 녹색당은 예상보다도 부진했다. 노동당은 24.69%의 저조한 지지율로 32석(지역구 27석, 비례 5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으며 녹색당도 10.02%의 득표율로 13석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그쳤다. 군소정당들 중에는 윈스톤 피터스가 이끄는 뉴질랜드 제일당이 8.85%의 정당지지율로 비례대표 의석 11석을 차지해 윈스턴 피터스의 존재감을 확인했지만 국민당 압승으로 연정구성 시 몸값을 올리려던 피터스의 계획은 무산되게 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승세를 보였던 인터넷-마나당은 믿었던 호네 하라위라 마나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였던 테 타이 토케라우 마오리 지역구에서 패배하고 정당지지율 1.26% 밖에 달성하지 못해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 보수당은 정당지지율 4.12%를 획득하며 선전했지만 비례대표 의석 확보의 기준선인 5%를 넘지 못해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국민당과의 연정 세력인 액트당과 통합 미래당은 각각 엡셈 지역구와 오하리우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마오리당은 정당지지율 1.29%에 그쳤지만 와이아리키 마오리 지역구에서 승리하여 1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고 비례대표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더 국회에 진출 시켰다.
총선 결과의 표심을 살펴보면 강화된 보수 성향을 알 수 있다. ‘더러운 정치’ 책 출간으로 국민당이 위기에 빠졌지만 결과는 과반 수 의석 확보였고 그 동안 이민반대 등의 극 보수를 보였던 뉴질랜드 제일당이 크게 약진하였다. 군소정당 중에는 유일하게 보수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진보 성향의 노동당, 녹색당, 인터넷-마나당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노동당의 이번 총선 지지율은 1922년 이후 90여 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예상 밖이었다. 쇄신적인 공약을 선 보였던 야권이 약진하고 기존 정치 구도를 깨며 신생 정당 등이 국회 진출을 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운트 앨버트 선거구에 출마한 한국계 국회의원인 멜리사 리 의원은 지역구에서8,775표을 획득해 노동당 데이비드 세어러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비례 대표 31번으로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운트 앨버트 선거구는 정당투표에서 국민당이 12,069표를 획득 9,020표에 그친 노동당을 압도했다.
노스코트 지역구에서 출마한 인터넷당의 호 길 후보는 214표를 얻어 7명의 출마자 중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멜리사 리 의원 이외의 유일한 한인 총선 출마자로써 주류사회에 한인 커뮤니티 위상을 높인 호 길 후보의 도전정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민당은 총선 후 힘든 선거전이었지만 국민당 지지자들이 다시 우리를 원했다고 발표했고 과반수는 넘었지만 액트당과 통합 미래당 등 기존 연정 정당들과 접촉해 정부구성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존 키 총리는 세 번째 임기 중 자신의 역점 사업은 경제 성장, 교육 개혁, 국기 변경이라고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이 앞으로 3년 동안의 임기 중 첫 번째 주요과제라고 말했고 또한 교육개혁이 중요하다며 “교육개혁이 젊은이들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기 중 빨리 처리하고 싶은 게 국기 변경이라며 “2015년에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들이 찬반을 결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데이비드 컨리프 대표는 당내의 신임을 잃으면서 대표직 사퇴가 점쳐지고 있다. 당내 지지 세력의 기반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스스로 대표직을 물러나던지 아니면 대표직을 고수하는 선택이 있지만 대표직 고수는 당내 움직임을 보았을 때 별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컨리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임한다면 데이비드 파커 부 대표 또는 아네트 킹 의원이 임시로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하면서 당내 경선을 통해 신임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그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