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 관하여 - 뉴질랜드 교민들을 위한 건강강좌
고혈압은 우리나라 30세 이상의 인구 중 약 30%의 유병률을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국민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고혈압의 발견율이나 치료율이 괄목할 만하게 개선되고 있고, 이에 따라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발생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40% 미만의 혈압 조절율은 앞으로 개선 되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대한 편견이나, 의사의 치료지침에 잘 순응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려는 왜곡된 생각으로 많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2011년 고혈압 유병률 통계를 보면 남자 32.9%, 여자 23.7%로 전체 28.5%를 나타낼 정도로 고혈압 환자가 많으며, 진료비 또한 약 2조 3천억으로 다른 질환보다 훨씬 많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의 사망 원인 중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뇌혈관 질환(중풍) 및 심장혈관 질환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고혈압의 예방과 관리가 국민건강 증진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으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은 추가적 의료비의 상승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질을 극히 악화시키는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어떤 기준으로 진단 되는지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도표에서 분류한 기준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 90mmHg 이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혈압은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이 모두 120mmHg와 80mmHg 미만을 나타낼 때 입니다. 임상적인 면에서 볼 때 수축기 혈압 이나 확장기 혈압 중 어느 한 쪽이 높아도 고혈압이며, 특히 확장기 즉 아랫쪽 혈압이 높을 때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더욱 위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평가 되고 있습니다.
고혈압은 일차성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으로 분류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일차성 고혈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신장질환, 대동맥협착증, 임신성, 뇌종양, 수술후, 스트레스, 약제(알코올, 스테로이드제, 피임약, 진통제 등) 와 같은 원인으로 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원인이 제거되고 나면 다시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혈압의 위험인자를 살펴보면 흡연, 음주,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염분 과다섭취, 가족력, 신장질환(단백뇨), 호흡기질환, 연령(남자>45세, 여자>55세), 통풍 등이 있지만, 대개는 몇 가지 원인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 발병하여도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상승과 관련된 특이한 증상이 없습니다. 대부분 우연히 혈압상승을 발견하거나, 고혈압성 심혈관 질환의 증상이나 이차성 고혈압을 유발하는 기저질환에 의한 증상이 있을 때 고혈압을 발견하게 됩니다. 두통은 흔히 혈압 상승으로 인한 증상으로 여겨지지만 중증 고혈압의 경우 이외에는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고혈압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두통은 대개 뒤통수 부위에 국한되며, 환자가 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아침에 발생하고 몇 시간 후에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 밖에 증상으로는 어지러움증, 두근거림, 피로, 성기능 장애, 혈뇨, 시야 흐림, 호흡곤란, 흉통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의 심각성은 혈압의 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합병증 발병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합병증이 발병하기 전까지는 고혈압 치료에 소홀히 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고혈압 합병증으로는 심근경색증, 협심증, 심부전, 심장비대와 뇌졸중, 뇌출혈, 신부전, 고혈압성 망막병증 등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질환이 대부분입니다.
고혈압을 검사하는 기본검사로는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당뇨검사, 흉부 X-선 검사가 있고, 추가검사로는 심초음파검사, 경동맥초음파검사, 안저검사, 24시간 혈압모니터검사 등 고혈압 합병증에 대한 정밀검사가 있습니다.
처음에 혈압이 높게 나온다고 해서 바로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혈압을 체크하여 그 평균 혈압을 평가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혈압 측정은 가능하면 진료실과 가정에서 동시에 실시하여 비교한 후 고혈압 치료의 적정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 외에 고혈압 합병증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며, 그 후에 적절한 고혈압 약물 선택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고혈압 치료에는 비약물적 요법인 소금섭취 제한, 체중 감량, 식이 요법, 금주, 운동, 금연, 스트레스 조절 등이 있는데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약물 요법을 받는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고혈압 전 단계 혈압인 사람에게도 고혈압의 예방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권장됩니다. 약물 치료의 경우에는 환자의 혈압 상태 뿐만 아니라 합병증 유무, 환자의 약물에 대한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약제의 선택 및 용량이 결정되어집니다.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질환이면서 그 합병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앗아 가는 무서운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유독이 한국 고혈압 환자들의 무관심으로 혈압 조절율이 떨어지고, 심장질환이나 중풍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지금이라도 본인의 혈압 관리와 철저한 약물 복용으로 합병증을 예방하여 남은 삶을 가족과 함께 풍요롭게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