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1주년 맞은 게토하우스의 김보연 대표
“‘김보연’ 이름 석 자 걸고 ‘명품 케이크’ 자신 있게 내놓죠”
보타니·도미니온·시티 등 7곳 운영…크리스마스 전 Rosedale 점도 열 계획
김보연제과(게토하우스)의 김보연 대표. ‘김보연’ 이름 석 자가 오클랜드 케이크를 대표하는 명사가 됐다.
“이 모자 쓰고 들어가셔야 하는데요.”
그는 내게 하얀 일회용 비닐 모자를 건넸다. 위생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했다. 100평은 훨씬 넘어 보이는 작업실 안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내 귀에 반죽 부푸는 소리, 빵 익어가는 소리, 초콜릿 섞이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의 맛 있는 냄새는 다 그 안에 있어 보였다. 게토하우스(김보연제과) 작업실의 어느 날 오후 풍경이다.
김 대표가 제빵 기술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민 일주일 만에 키위 빵집에서 일 시작
게토하우스, 아니 한인들에게 더 익숙한 ‘김보연제과’는 한국 케이크를 대표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업주 김보연 대표를 케이크 냄새 진하게 풍기는 보타니 본사 작업실에서 만났다.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오래전 웨스트 하버(West Harbour)에서 케이크와 빵을 파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나는 옛 추억을 더듬어 안부부터 물었다. 게토하우스 초창기 시절, 한국식 케이크와 빵을 뉴질랜드 시장에 알리기 위해 애쓰던 김 대표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은 몰랐어요. 다 한국 분들의 도움 덕분이죠. 그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없었다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거예요. 먼저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외길 20년, 식생활과 문화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뉴질랜드에서 한 분야(제빵)의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한눈팔지 않고 자기가 좋아한 길을 고집한 보답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1954년 안동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군대를 갔다 와 잡은 첫 직장은 삼립식품. 밀가루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회사에 다닐 때 외국 출장을 자주 다녔어요.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제빵 기술의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많이 배웠지요. 그 덕분에 뉴질랜드 이민도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원래 빵집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1995년 8월 15일, 김 대표는 식솔을 이끌고 뉴질랜드로 왔다. 일주일 만에 키위 빵집(bakery)에 취직했다. 딱히 일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냥 놀기가 아까워 우연히 잡은 직장이었다. 그를 계기로 김 대표는 오클랜드에서 스무 해 넘게 제빵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최고의 맛’을 자부하는 게토하우스라는 중견 제빵업체를 일궈냈다.
빵과 케이크 만들어 한국 식품점에 공급
키위 빵집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한 뒤 그린레인(Green Lane)에다 자기 가게를 냈다. 주로 샌드위치를 파는 런치바(Lunch Bar)를 운영했는데, 주방 안에서는 달달한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영업이 끝난 오후 과외로 한국 손님을 대상으로 한 케이크를 만들어 판 것이었다. ‘주문 케이크 전문 김보연케이크.’ 케이크 주문이 하나 들어오면 기쁜 마음으로 오클랜드 구석구석을 다 찾아갔다.
한두 해가 지나 런치바를 정리하고 웨스트 하버 선착장 상가에 있던 키위 제과점을 인수해 한국식 빵과 케이크를 곁들이면서 한국 빵을 한인 식품점에 공급했다. 그때 김 대표는 한 주에 80시간에서 90시간 정도 일을 했다. 아내의 고생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김보연’이라는 이름 석 자가 한국 빵과 케이크의 대명사가 되었다.
2000년대 초, 김 대표는 마운트 이든(Mt. Eden) 도미니온 로드(Dominion Road)로 옮겨 제대로 된 빵집을 냈다. ‘김보연제과.’ 얼마 안 있어 트레이딩 네임(Trading Name)을 ‘게토하우스’로 바꿨다. ‘게토’ 또는 ‘가또’로 읽히는 Gateau는 프랑스 말로 ‘케이크’를 뜻한다.
도미니온 점을 발판으로 김 대표의 사업은 날개를 달아 수많은 오클랜드 집안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한인은 물론 중국 사람, 키위(백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케이크 전문점이 된 것이다.
게토하우스는 현재 보타니에 있는 본점 겸 작업실을 비롯해 오클랜드 곳곳에 7개의 지점(가맹점 3곳 포함)이 성업 중이다. 올 크리스마스 전에 문을 열 로즈데일(Rosedale) 점까지 합치면 모두 여덟 곳이나 된다.
김보연 케이크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재료만 쓰죠. 원가를 아끼기 위해 재료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뉴질랜드가 낙농 국가인 만큼 질 좋은 유제품이 많은데, 그중에서 최상품만 골라 사용합니다. 20년을 한결같이 그 마음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김보연’이라는 제 이름을 내걸고 자신 있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케이크와 디저트 100가지…현지인 무스 종류 좋아해
게토하우스에서 만들어 내는 케이크와 디저트(쁘띠 가또)는 100여 가지. 한국 사람이 즐겨 찾는 것은 고구마 케이크와 생크림 케이크다. 현지인은 무스(mousse, 거품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크림 케이크) 종류와 초콜릿 케이크류를 좋아한다. 맛도 맛이지만 눈도 즐거운 예술적인 케이크는 하루 수백 개가 팔릴 정도로 이제는 현지 사회에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주문의 50% 이상이 온라인(www.gateauhouse.com)을 통해서 이뤄져요. 손님 구성은 한국분 20%, 키위와 중국분들이 80% 정도지요. 한국 사람이 만든 유럽식 케이크를 이제 많이 인정해 주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현재 게토하우스가 한 달에 소모하는 달걀은 2톤, 생크림은 4톤. 밀가루는 산더미를 몇 개 쌓을 정도로 많이 썼다. 우유는 강을 이뤘을 것이고, 각종 재료 역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김 대표의 땀과 정성은 하늘에 닿고도 남음이 분명하다.
“제빵 기술자들과 매장 직원들의 헌신으로 이룬 결과지요. 창업은 제가 했지만 수성(守城)은 그들의 도움으로만 가능하죠.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계속해 좋은 제품으로 손님들 입맛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게토하우스 직원은 파트타임까지 포함해 약 60명. 그 가운데 25명 정도가 생산 일선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연구 개발팀도 별도로 만들었다. 한국에서 온 제빵 전문가와 뉴질랜드에서 제빵 공부를 한 젊은 직원들이 조화를 이뤄 맛있고 멋진 빵과 케이크를 만들어 낸다.
김 대표는 주로 새 제품 개발과 제품 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제 사무실 문은 늘 열려 있어요. 직원들에게 언제나 이렇게 강조하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직원들이니까요. 저는 위계질서 같은 것 별로 안 좋아해요. 자유롭게 얘기하다 보면 좋은 방안이 나오더라고요.”
“기업은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 늘 품고 살아
김 대표는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점에 대해 덧붙였다.
“손님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게 대하라고 강조합니다. 물건을 살 때는 아주 살갑게 대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 길을 물어볼 때나, 잔돈을 바꿔 달라고 할 때나, 찬물을 한 잔 달라고 할 때도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하라고 말합니다. 기업은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978년 제빵업계에 발을 디딘 김 대표는 이제 경력이 40년에 가깝다. 그 오랜 시간을 한 길만 걸어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여유 시간에 책을 읽거나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 시간을 내 배드민턴을 한다. 그리고 정원 가꾸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 한인 사회의 중요성을 자주 역설했다.
“한인들이 정말 고맙죠. 초창기 그들 덕분에 제 사업이 틀을 잡았고, 이제는 현지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질 수 있었죠. 늘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제 작은 힘을 한인들에게 더해주며 살고 싶어요.”
게토하우스, 아니 김보연제과.
“제가 만드는 케이크는 뉴질랜드 최고의 케이크라고 생각해요. 명품 케이크라고 자부하고 싶어요.”
그 누구든 자기 이름 석 자를 내걸고 하는 사람은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자신 있게 내세운다는 것은 그가 하는 일과 결과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토하우스가 앞으로도 계속해 ‘김보연제과’의 정신을 잇기를 바란다. 한국 사람이 만든 케이크를 넘어, 한국 사람의 뛰어난 실력까지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케이크를 든 손, 케이크를 기다리는 마음.
따로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도 ‘웃음’과 ‘기쁨’이 느껴진다. 그것이 생일 축하 자리든, 결혼 축하 자리든 또 어떤 특별 행사든 케이크가 있는 곳에는 사람 사는 행복이 뭉클뭉클 솟아오를 게 분명하다.
올 성탄절에는 케이크를 몇 개 마련해 등 뒤에서 우는 사람을 웃게 해주고 싶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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