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스무 살의 이민성 군, 이탈리아 식당 부주방장이 되다
“얘기가 있는 음식, 요리사로서 제 철학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다니다 유학 와…10년 뒤 ‘푸드 트럭’ 해
보고 싶어
이민성 군(왼쪽 두 번째)이 알피노 동료들과 함께 주방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 즐겨 찾는 관광지, 로토루아로 가는 길 중간에 케임브리지(Cambridge)라는 고풍스러운 마을이 나온다. 해밀턴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면 된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영국의 고도(古都), 케임브리지를 연상하게 한다. 가을 단풍이 멋지기로 소문난 마을이기도 하다.
알피노(Alpino) 식당.
동안(童顔)의 젊은 한국인 요리사 이민성 군이 이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직원만 12명에 이르는, 케임브리지에서는 무척 유명한 이탈리아 식당이다. 민성 군의 직함은 부주방장. 서열로 따지면 2위다. 약관 스무 살의 젊은이가 한국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케임브리지까지 간 이유는 무엇일까?
요리학교 학생 중 제일 나이 어려
민성 군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뉴질랜드(오클랜드)로 유학을 왔다. 영어학교를 석 달 다닌 뒤 요리학교(코넬대학)에 들어갔다. 같은 반 학생 중 가장 어렸다. 한국 나이로 겨우 열일곱.
“좀 다른 길을 가고 싶어 뉴질랜드로 왔어요. 우연한 기회에 제가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요리학교에 다니면서 멕시코 식당에 취직해 일했어요. 그걸 계기로 이탈리아 식당으로까지 이어졌고요.”
민성 군은 곱상하게 생겼다. 겉으로 봐서는 별로 추진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선입견은 금방 깨졌다.
그는 요리학교에 다니면서 숱한 이력서(CV)를 식당에 냈다. 자기의 능력이 채 검증되기도 전에 도전부터 했다.
“한두 달 될 때였어요. 그때부터 무작정 이력서를 보냈어요. 이메일로도 하고, 직접 가기도 했어요. 제 모습을 비디오로 담아 전해 주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민성 군은 석 달 만에 취직이 됐다. 그 사이 고용 제의(Job Offer)를 받은 곳만도 여덟 군데에 이른다. 그는 멕시코 식당에서 2년 넘게 근무했다. 처음에는 주방 보조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부주방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요리학교 2년을 그렇게 공부하고 일하며 보냈다.
민성 군은 올해 8월 케임브리지로 내려갔다. 현재 일하고 있는 알피노 이탈리아 식당이 있는 곳이다.
“타우랑아와 크라이스트처치 등 몇 군데 식당에서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유독 케임브리지가 맘에 와 닿더라고요. 나중에 들으니까 주인과 주방장이 내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잘 하는지요. 주방장이 제 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주방장이 이긴 셈이지요.”
일한 지 서너 달 만에 연봉 재협상
민성 군은 이번 달에 주인과 연봉 협상을 한다. 일한 지 서너 달 만에 자기 몸값을 다시 매겨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에서 나온다.
“식당에서 ‘코리언 닌자’ 또는 ‘아티스트’(artist)라고 불러요. 아티스트라고 하는 이유는 제 요리가 ‘예술’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제가 요리를 ‘멋있게’ 해서 내놓거든요. 손님들이 요리 맛과 멋에 격려를 해 줄 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돈을 안 받고 팔아도 신날 정도로요.”
민성 군의 꿈은 푸드 트럭(Food Truck)을 운영하는 것이다. 훗날 뉴질랜드 전국을 돌며 자기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늘 제가 만든 음식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한 끼 식사가 아닌, 하나의 얘깃거리로 만들고 싶은 거예요. 제일 행복할 때가 제가 만든 요리를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 때지요. 그 속에서 제 얘기까지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이탈리아 요리 자랑.
“요리가 단순해요. 단순한데도 깊은 맛이 있지요. 백인들은 스테이크 종류를 좋아해요. 한국 분들에게는 리소토(risotto)를 추천해요.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케임브리지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저희 식당을 들러 주세요. 제가 특별한 서비스를 해 드릴게요.”
민성 군은 “잘 나갈 때 자만하지 않는다”는 것을 삶의 신조로 삼고 있다고 했다. 약관 스무 살에 현지 식당의 부주방장까지 차지한 그로서는 너무 젊은 나이에 그 자리에 오른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 생활 몇 해 만에 제 자리를 잡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같은 또래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 민성 군과 같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같은 희망은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민성 군을 4년 전부터 지켜보며 일자리 잡는 것을 성심껏 도와준 민준기 대표(MJK Ltd)는 “민성 군의 열정을 따라올 젊은이는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어디에 내놔도 자신이 있고, 업계에서 인정해 주리라 자신합니다”라고 말했다.
MJK는 2008년에 설립된 인재 리쿠리팅 회사로 그동안 1,8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이 회사를 거쳐 갔다. 뉴질랜드 전국에 300여 회사와 연결, 직업을 알선해 주고 있으며 한국산업인력공단과 MOU를 체결한 뉴질랜드 에이전트 회사이기도 하다. 또한, 아주자동차대학 등 전문 기관과도 협약을 맺어 한-뉴 두 나라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Alpino Restaurant
주소: 43-45 Victoria St. Cambridge
전화: 07) 827 5595
MJK Ltd
대표: 민준기
전화: 09) 303 1300
Mobile: 027 588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