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종자

교민뉴스


 

최재호; 종자

일요시사 0 1233 0 0

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

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

희망의 늦잠을 깨우며


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 

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내 더러운 머리 가루들을 씻어

수채 구멍으로 말끔히 퇴장시킨다


다행히 하늘의 연민으로

오늘의 거리는 다시 맑게 허락되었다


하늘이 내 눈을 열어 주고

희망이라 잘못 이름 붙여진 

친구들을 불러내

다시 새 판을 재촉한다


내 또 그 속삭이는 

기회의 유혹을 따라

오늘도 노름을 하러 간다


도대체 하늘은 왜 이 몹쓸 판들을 열어주고

우리 생을 걸고 놀게 하는지


그래서 저질러진 어둠의 부스러기들을

연민의 비로 씻어주면서


버릴 수 없는 자식이

이생서 좋은 씨앗을 제 손으로 따내

다음생에 뿌릴 수 있게


죽음으로 끝나기 전까지

어떻게 놀아도 잃는 생명


다만 다음 생엔 무슨 열매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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