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교민뉴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일요시사 0 638 0 0

안은채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Y12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는 여럿 있지만, 추리소설부터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의 대가는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최근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추리의 요소도 있긴 하지만, 작가의 기존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던 살인 사건도, 형사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번역자는 이를 두고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뭉클한 감동에 빠트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라고 후기에 썼다. 줄거리는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시간의 장벽을 거슬러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그런 플롯은 다른 작품이나 드라마에서도 있었다. 대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수단은 통신기기인데, 휴대전화가 매개인 작품도 있었고, 무전기나 라디오가 매개인 작품도 있었다. 그러데 게이고가 이 작품에서 선택한 수단은 편지이다. 문학작품답게 문장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인생의 궁지에 몰린 젊은 세 명의 청년은 빈집을 털러 갔다가, 변변한 물건도 건지지 못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차의 배터리까지 나가버린다. 세 명은 할 수 없이 걸어서 오래전에 폐업한 잡화점으로 피신하는데, 그곳에서 누군가 방금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이 숨어 들어간 오래된 잡화점의 시공간이 뒤틀린 지점은 이렇게 편지 하나로 시작한다. 편지는 달토끼라는 필명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현직 운동선수인데, 세 명은 그제서야 잡화점의 오래된 잡지에서 하나의 기사를 발견한다.

바로 어떤 고민이든 척척 해결해 주는 나미야 잡화점이 인기라는 기사인데 세 명은 40년이 지나도 이런 편지가 도착한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세 명은 이것이 현재라고 인식하고 달토끼에게 답장을 써 우유통에 넣어두지만, 그 편지가 사라져버리고 곧바로 달토끼에게 답장이 오면서 시공간을 넘어서서 40여년 전의 나미야 잡화점의 임무를 계속하게 된다. 상담편지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로부터 온다. 올림픽 대표를 꿈꾸는 운동선수 달토끼, 하고 싶은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길잃은 강아지, 대대로 내려오는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하지만, 정작 본인은 프로뮤지션이 되고 싶은 생선가게 아들 등. 각자의 인물들은 상담편지를 보내고 세 명의 청년들은 성실히 답장을 하며, 나미야 잡화점을 부활시키는데,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이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 시설과 연결되어 있다.

소설은 상담자들의 편지와 이에 답하는 청년들의 답장이 주를 이루는데, 주로 청년들의 고민들이 주된 일이다. 어느 시대나 청년들은 방황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세대인데, 돌이켜보면 그 방황들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으나 당시에는 절대적인 문제이다. 상담자들의 고민을 세 명은 때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신랄하게 비판하며 답장한다.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하지만 뮤지션이 되고 싶은 생선가게 아들에게는 지금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라며 직장 걱정 없는 그에게 따끔하게 훈계까지 한다. 이것은 직장도 없이 좀도둑이나 하는 자신들과 비교한 신세 한탄일 수도 있지만 모든 상담은 진지하게 대한다. 길잃은 강아지에겐 현실적인 재테크의 방법까지 알려주어, 그녀는 성공하는 CEO가 되기도 한다. 미래를 미리 아니, 과거의 상담자에게 현재의 결과를 가지고 조언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며, 사실, 길잃은 강아지는 그런 점에서 인생의 컨닝 페이어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 명은 생선가게 아들에게 환광원에서 공연 도중 불에 타 죽는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을 고민하는데, 어떤 문제의 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답이 완전한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행운과 취하고, 불운은 피할 수가 있을까? 이런 문제에 답하는 많은 과학적인 답변도 있지만, 문학작품에서 이런 질문을 논리적으로 다루지는 않는 것 같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처음에는 개별적인 인물들도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두 환광원이라는 곳과 연결되어 있다. 소설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 인물들을 따라가며 나라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상담편지를 쓸까라고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은 세 명의 청년이 아닌 원래 이 상담 고민에 답장을 해 주는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은 길 잃을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 이었습니다.”

아마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닐까? 우리가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의 대부분은 이미 스스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못 볼 뿐이라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확실히 재미있다. 추리소설 대가의 작품답게,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아도, 미스터리한 사건을 짐작하며 풀어가는 재미도 있고, 너무 지나친 우연의 남발이라 소설적 한계가 느껴지긴 하지만, 사건들의 연결이 가져오는 감동도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모두의 고민이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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