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안 보였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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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안 보였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여행

일요시사 0 354 0 0

꽃그늘이 머믄 구름 떼들과 함께 

연보랏빛 노을에 묻어져 가고 

꿈을 담는 하늘을 바라보며 경사가 없는 

평탄한 길에 두 번째 야영지에서 머문다 


분주한 여행객들을 위한 취사장엔  

필요한 기구들은 저녁 식사 준비에 분주하고 

여행 중 낚시해 온 싱싱한 생선 굽는 청년들

냄 새가 자글자글  침샘을 자극하기도


찰떡궁합 계란 버터 양파 

스크램블 섞는 낡은 기구들은

걸핏하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 살아가는 

방법과 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듯하다 


미네랄이 듬뿍 든 당근과 

기본적인  건강을주는  신선한 야채샐러드 

밥 한 끼에 하루 행복이 있듯 한 소박한 시간 


출출한 시간에  늑장을 부리다 

순서가 늦어질까 취사장에 서둘러 와 보니 

좀 이른 저녁 시간 우리와 달랑 한 가족  

며느리가 준비해 준 음식을 감사로 펼쳐 놓는다 


샤워장마다 만나던 여행객 


샤워하는 따끈한 물은 5분마다 

다시 보턴을 눌러줘야 하는 알뜰한 샤워장 

검소함이 밴  이곳 사람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가을 끝자락에 겨울을 접어드는 추웠던 4월  

앞장서는 후다닥 뛰어 나가는 여인네들의 

익숙한 소리에 웃음이 가득했던 샤워장은   

힘들었던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기도 한다 


켈러반으로 여행하는 큰아들과 우리 부부 

공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자유스럽게 쏟아지는 햇살은 공평하게 스미는

아름다운 조화와 리듬감으로 

광활한 대지에 펼쳐지는 숱한 이야기를 만난다 


설렘을 주기도 하는 

꿋꿋한 갓길에 노란 꽃들과 

뉴질랜드 남섬을 관통하는 649km의 독특한 산새 

낯설게 펼쳐지는 매혹적인 비경들로 

눈 호강하기도 하는 

초원엔 풀뜻는 소와 양들이 한가롭기도 하다 


곳곳을 돌다보면 

가득했던 운무에 가려졌던  협곡마다  

하얗게 눈 싸인 설경이 펼쳐 저 

줄곳 만감이 교차하는 곳곳마다 

감탄과 화호성에 보는 것들로만 도 힐링이다


오르막과 내리막길도 

기어변속에 독특한 풍광 갈래갈래 길 

시원한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기도 하는 경이로움


복닥거리는 늦가을 풍경을 자아내기도 하는

허연 갈대들과 이름 모를 꽃들의 

행복한 언어들로 널브러져 있는 찬양은 이어진다 


동쪽을 등지고 있는 "Well Com to Decapo" 

소박한 표지판이 반갑게 마중한다 


비가 부술부술 오는 날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인해 밀키색깔로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품는 세계에서 가장 별이 

뚜렷하게 보인다는 환상적인 이곳에 


노을이 질 무렵 데카포 호수 야영장에 도착한다 

기대는 뭉그러지고 나지막한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을 잡힐 듯하다는 

몇 년 전 마음에 옮겨 적어놓았던 풍요


안 보였던 것이 보이기 시작 


이튿날  아침 호수 가장자리엔 

여행객들을 위한 예배드린다는 자그마한 교회와 

쪽빛 호수를 지키는 양모리 개 동상도 있다


환갑여행으로 추억을 남기는 키위 쌍둥이 자매와 

3살 된 아들과 여행 중인 중국 부부도 만난다 

출렁다리도 있다 


냉큼 올라가지 않으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가 없다는 출렁다리 

온몸으로 다리를 껴안고 가야만 한다는 

우스갯소리만큼 다리밑을 볼 수 없이 흔들어댄다 


어디를 가나 물소리 새소리와 

갓길 모퉁이를 채웠던 눈부신 햇살 

수많은 꽃들이 반겨줬던 생일 선물로 온  

캘러반으로 며칠 동안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수고한 아들 진수성찬으로 케이크를 잘랐던 

며느리와 비송이이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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