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 그 아름다운 동참<오소영>
내 지갑에는 붉은색 지폐 두 장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읍니다. 분명 내 지갑이긴 하지만 이 돈 은 임자가 따로 있는 것. 아주 긴요하게 쓰일. 눈물겹게 고마운 분의 성금입니다.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 어느 형님이 계시는 양로원에 갔던 날이에요. 그 어른은 환우가 깊은 고령으로 거동마저 불편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어 하십니다. 늘 궁굼 해 하는 바깥 동정을 알려드리며 함께하다 돌아오곤 하는데 그 날은 요지음 교민사회에 이슈로 등장한 '한인문화회관 ' 문제가 자연스럽게 주제가 되었읍니다. 힘들어 조용히 누워 계신 분 옆에서 동행한 친구와 모금이 부진한 상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걱정되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읍니다.
그런데 무슨 소릴까? 갑자기 우리들 말을 가로막듯 끼어든 환자분의 작은 목소리에 무엇을 도와달라시나 동시에 시선을 돌려 보았읍니다. " 이 것 이라도 보탬이 되려나 . . ."아! 가녀린 손끝에 붉은색 지폐가 흔들리고 있었읍니다. 수수깡처럼 바삭하게 말라 윤끼없는 손. 병고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버티면서. 이 나라 음식에 식상해도 먹고 싶은 것 맘대로 못 사 드시며 아끼던 천금같은 비상금 이었읍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잠시 망서렸지만 그 분의 참된 뜻 을 잘 알기에 조심스럽게 받아들었읍니다. 돈의 가치는 액수로 만 따지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형편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는 사실을 생각하니 가슴에서 뜨거운게 치밀어 올랐읍니다. " 형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구동성으로 합창이 나오더군요. 몸은 비록 병상에 계시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의식 하나만은 여전히 건강해서 옳은 일에 동참하는 모습이 눈물겹게 고마웠읍니다. 병 문안을 가서 환자분의 지갑을 털어 온 우리들은. 그러나 세상을 바로 알고 사시는 그 분의 너그러운 인품을 귀감으로 받아드리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더 없이 가벼웠읍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입니다. 저녁 쌀을 떠 낼 때마다 한 줌씩 집어 부엌 한 귀퉁이 따로 마련된 항아리에 넣는 어머니를 보면서 물었읍니다. " 엄마 왜 그렇게 하는거야?" " 이렇게 조금씩 모은 쌀로 밥 굶는 이웃도 돕고 좋은일에 쓴단다." 그게 바로 십시일반 의 풍습으로 전해져 오는 아름다운 우리의 정서였읍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모두가 어렵던 시절. 저녁은 조금 덜 먹어도 괜찮으니 그렇게 저녁 쌀에서 한 숟가락을 비우는 조상님들. 그들의 뛰어난 지혜가 놀라웠읍니다.
불황의 늪에 깊숙히 빠진 요즘세상 아닙니까?. 모두가 살아가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 에 '한인 문화 회관' 이 마련된다는 사실에 불평하는 교민분들이 많다는 것도 공감합니다.
허지만 언제인가는 우리가 꼭 해 내야만 하는 일 이기에 지금이 바로 십시일반의 관심이 필요한 때 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 보다 세상을 많이 살아 온 구 세대 어른들은 후손들에게 남기고 가야 할 당연한 몫이라고 솔선을 하는데 따라주는 사람들이 많지않아 몹시 아쉽고 서운한 마음입니다. 불황은 노인들에게도 당연히 여파가 있게 마련이지요. 자녀들에게서 용돈 끊긴 것 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고 날이 갈 수록 아프고 저리고 쑤시고 망가지는 몸이니 늙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더구나 시대에 맞춰 살려니 지금은 거의가 독립해서 자립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어렵기는 다 똑같습니다. 그러나 뿌리가 잘린채 타국에 와서 살며 숙원이던 내 집을 장만 한다는 뿌듯함 때문에 푼돈을 모아 솔선수범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모가 집을 장만 할 때 는 장남 도 차남 도 시집 간 딸 들도 빠짐없이 조금씩 보태는게 우리 한국인의 눈물겨운 십시일반의 정서입니다.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 가족 화합의 일면이지요. 그와 같이 어른들은 장남의 책임으로 솔선을 하는 것 뿐. 특별히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차남 과 딸 들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동참을 해야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때 가 있는 법이지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누구는 남의 집 잔치보듯 외면을 한다면 우리 교민들의 화합은 불을 보듯 뻔하겠지요.
옛 말에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는 말이 있읍니다. 돈 이 정말 많아서 잘 쓰는 사람도 있지만 . 적은 돈 을 멋지게 쓰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민 여러분.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책임 질 젊은이들이여. 있어서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정말로 멋진 분들이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느 한 곳 정점을 향한 모두의 목표가 달성될 때. 화합은 저절로 이루어 지는게 아닐까요? 새 우물을 팔 때. 그 물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외면했던 사람들도 언제인가는 그 물을 뜨러 올 수 밖에 없 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말도 그냥 흘려 버리면 안되는 의미깊은 말 입니다. 사사로운 감정 같은 것 잠시 내려놓고 지금은 함께 한 곳 을 향해 가는 길. 우리는 가장 어려울 때를 잘 극복 해 내는 슬기로운 민족임을 이미 IMF 때 경험했읍니다.
고국에서는 지금 새 시대. 새 대통령이 행복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가슴 따뜻 해 지는 희망의 멧세지를 날려 오고 있읍니다. 조국이 번영하면 우리 외국에 나와 사는 이민자들도 힘이되고 교민 사회에 내 집이 든든하면 우리 모두가 어깨 펴고 큰 소리 치면서 살게 되겠지요. 교민들의 구심점이고 친정집이 될 ' 한인 문화 회관 '을 바탕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이민 역사 이십년에 한 획 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읍니까?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그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어느 한 귀퉁이 자기들 조상님들의 체취를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저기 우리 할아버지 이름이 있네" "어어! 우리 할머니도 있다 있어" 서로를 자랑하며 으쓱 해 할 아이들의 밝은 표정들이 지금 눈 앞에 줌 ~인으로 닥아오고 있읍니다,
2013년 3월 어느날. 오 소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