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손바닥소설


 

편지

오문회 0 1797
거기는 봄이군요, 한창 무르익는 봄기운에

정신이  아찔할 만큼.

건강하시고 잘 계셨으리라 믿습니다.

산다는 게 참으로 묘하고 축복임에도

늘 무언가 허전해하는 마음으로 사니

아직은 멀었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삽니다.

저는 날마다 천수경을 독송하고  일하면서

 화두 공부하고 그렇게 삽니다.

이 지상에서 살아야 할 날이 얼마인지

또 주어진 시간안에서 밥값은 하고 가야

할 건대 시간을 너무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다음 생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믿어야지요.

여기는 가을입니다. 가을은 과일에서부터

오는가 봅니다. 감나무에는 감이 노랗게 물들고

사과도 제 빛깔을 내고 있습니다. 봄이면 꽃을

환하게 피우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때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선생님 댁에서 보이차를 마셨던 추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차 한잔이 주는 무게를

그때 알았습니다. 늦은 밤 갈내 종생에 있는 친구집

으로 가는 산길에서 골짜기를 채우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평안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시길

빕니다.


저자 여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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