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와 조 후보?
선관위와 조 후보?
지난 5일 오후 6시5분께 제15대 오클랜드한인회장 및 감사 후보 2차 공약 발표회장. 한인회장 후보로 나선 두 후보의 열띤 설전과 공방전을 기대했던 게 큰 착각이었다. 발표회장은 너무 썰렁했고, 지난달 25일 열렸던 공약발표회를 재연하는 분위기였다. 참석한 교민들이라 해봤자 두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보도진, 새로 선임된 선관위원, 한인회 관계자 등 40여명이 고작이었다. 장대비를 뿌리고 으시시한 날씨였다고는 하지만 선거일 D-9 치고는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더 가관이었던 건 새 판을 짰다던 선관위의 고루한 태도였다.
우왕좌왕 선관위
참석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2차 공약발표회를 개최했을까 하는 답답함을 삭이면서 경청하고 있었다. 조요섭 후보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미리 작성한 공약사항을 읽어 내려갔다. 끊임없는 고민의 나날을 보내면서 한인회장으로 출마했으며, 독선과 아집이 아닌 임기 끝까지 교민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얘기 등등을 설명하면서 말이다.
변경숙 후보는 1차 공약발표회 때 밝힌 바와 같고 공약은 선거포스터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참조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변 후보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지금까지의 선거전을 지켜보면서 조요섭 후보가 유포한 허위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 후보가 빠른 속도로 이를 낭독하고 있을 즈음, 사회자는 공약발표회 취지와 어긋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무엇 때문에 지난달 25일 회장후보와 감사후보의 선거공약을 판박이처럼 재탕 발표하라는 무대를 또다시 만들었는지 실망감이 앞섰다. 변 후보의 공약발표 시간이 마무리되고 감사후보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선관위는 후보자 간의 토론시간을 마련했다. 각 후보자에게 5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1분 이내로 하자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심도있는 말들이 오갈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박 겉핥기식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을 뿐이다.
선관위의 책무는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유도하고 선거위반행위를 예방 단속해 공명선거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자들의 진면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토론회 시간을 충분히 할애했어야 함에도 이를 또 실기했다. 유권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것이다. 각 후보들간의 집중 정책토론이 됐든, 후보자 개인이 여태껏 교민사회에서 행해온 사실을 근거로 한 난상토론이 됐든 평소 가슴 속에 품어왔던 소신과 철학, 진심 등을 이끌어내 각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교민들과의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어야 함에도 보여주기식 선거행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할 수 있다.
선관위의 잘못은 또 있었다. 변 후보가 선관위에 접수한 ‘조요섭 후보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고발장을 세밀하고 철저하게 검토하지도 않은 채 5일을 기점으로 없었던 일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SNS나 인터넷 상에 허위사실이 유포돼 현재까지도 돌아다니는데 없었던 걸로 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편의주의적 선거행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 후보측은 선관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인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선관위는 선관위원 구성자체가 오클랜드한인회 정관을 위배했을 뿐 아니라 선관위 내규의 모순과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선거일을 연기했었다. 즉, 한인회 정관 제12조3항1호(선관위원장은 임원회의 의결로 위촉되며 위원을 7인이내로 구성한다)의 사항을 위반, 위원장을 포함해 8인으로 구성했었다. 또 △후보자의 공식 선거활동 시작일의 차이 △홍보물에 대한 규정 미흡 △일관성 없는 선거 공고 △워킹홀리데이 비자 인정 등 선거인 자격의 불합리성 △선거 보도에 대한 통제 △선거 참여 유도를 목적으로 한 경품 이벤트로 등 선거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내는 오류를 범했었다.
그래서 교민들은 선관위와 조요섭 후보간의 유착관계가 있지 않느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다. 첫 번째 선관위도 조 후보에게 유리함을 선사했고, 현재 꾸려진 두 번째 선관위도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니지만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일처럼 무마하려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의 전말 호도
6년여 전의 일이다. 지난 2013년 3월13일 재뉴대한체육회의 정기총회장에서 조 후보와 홍영표 전 한인회장 간의 일명 ‘맥주병 사건’이 일어났다. 심각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조 후보가 타카푸나경찰서(사건번호 130313-5825)에 홍 전 회장을 고소한 사건이었다. 이들은 재뉴대한체육회와 연관된 사람이었다. 홍 전 회장은 체육회 역대회장이었고, 조 후보는 재뉴대한씨름협회 회장이었다. 이에 체육회 상벌위원회를 열고 같은 해 5월13일 이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홍 역대회장에게는 ‘엄중한 경고’ 조 후보에게는 ‘1년 자격정지(2013년 5월13일~2014년 5월12일)’를 명령했다. 그런 다음 제11대 재뉴대한체육회가 출범하면서 2014년 4월23일 화합의 차원으로 상벌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조 후보가 2014년 4월12일 Milford Reserve, Craig에서 ‘천하장사 씨름대회 및 뉴질랜드 국가대표선발전’을 개최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던 것이다. 조 후보가 자격정지 중에 재뉴대한씨름협회 회장 명의로 이를 홍보했기 때문이다. 자격정지 중에는 재뉴대한씨름협회 회장의 직함을 사용할 수 없는데도 도용한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체육회 상벌위원회는 같은 해 4월23일 재뉴대한체육회의 가맹 경기단체인 재뉴대한씨름협회에 ‘1개월 이내에 신임 집행부를 구성하고 만일 기간내에 아무런 이유없이 구성하지 않을 경우 씨름협회 인준을 취소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격정지 중 씨름대회를 임의대로 개최하는 등 정관을 위배한 책임을 물어 조 후보를 재뉴대한체육회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통보했다. 조 후보는 2013년 11월28일 오클랜드한인회 봉사이사로 선임된 뒤 곧바로 2013년 12월20일에는 오클랜드한인회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그 씨름대회의 주최자는 오클랜드한인회였고, 재뉴대한씨름협회를 도용하면서 행사를 치렀던 장본인이 조 후보였다. 그리고 오클랜드한인회는 그 씨름대회에 3천2백50불을 도네이션했다. 아무리 교민사회가 핫바지라고 이런 일이 횡행할 수 있을까.
조 후보는 물론 행사에 자금을 썼다고 주장하겠지만 한인회 부회장으로 버젓이 있으면서 실제적으로 자신이 개최하는 행사에 도네이션을 받은 셈이다. 오클랜드한인회 2014년 2월21일 개정 정관 제22조 1항에서는 ‘2천5백불 이상의 투자에 대해 반드시 총회의 승인 후 실행해야 한다’고 명시됐는데도 총회 승인없이 무리하게 당시 집행부가 도네이션을 헌납한 것이다.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교민들 돈으로 참으로 아이러니한 행사를 치렀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면서 지난 5일 변 후보가 조 후보를 향해 이 같은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했을 때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1시간을 설명해도 부족할 정도”라며 “체육회와 관련해서는 억울할 뿐이고 생활체육회와 관련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전에서도 조 후보는 그것도 공약발표장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비난을 받고 있다.
조 후보는 이날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선관위원들의 해임사태에 대한 입장표명문을 발표한다며 결국 변 후보 선거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 후보는 “지난 5월18일 모 단체장 주관으로 마련된변경숙 후보와 교민단체장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식사비를 누군가 대납한 것이 적발돼 선관위가 변 후보에게 불법선거 행위로 경고를 내렸는데 그 다음날 느닷없이 선관위원장께서 선관위원 7명 전원을 해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마치 선관위원장이 변 후보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연출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를 보였다.
다른 사건들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두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조 후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조 후보의 일성인 ‘교민만을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지 않은가. 판단은 교민들의 몫이지만 깨끗하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후보가 한인회장에 당선돼야 교민사회가 발전하지 않겠는가.
위클리코리아 김봉일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