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59) - 김연아와 스케이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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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59) - 김연아와 스케이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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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에서 예상과 달리 은메달을 땄다. 주최국인 러시아의 텃새와 심판진의 편파판정에 대한 비난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다. 피겨계의 전설로 알려진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는 이번 대회 결과를 보고 이렇게 분노했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결과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번 판정을 두고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작 김연아 선수 본인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전에도 편파판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때마다 저보다 주위에서 더 열을 내더라.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결과에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기 때문에 만족한다. 순위가 2등으로 떨어졌을 때 놀라지 않았다. 오로지 금메달을 따기 위해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이미 큰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는 피겨스케이팅을 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적이 있다. 누구보다도 화려한 주니어선수 시절을 보낸 김연아는 2006년 시니어 데뷔 무대를 앞두고 피겨스케이팅에 말할 수 없는 환멸을 느꼈다. 

날마다 눈뜨면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판을 달려야 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기술들을 익히느라 얼음판 위에 나가 떨어지며 엉덩방아 찧기가 수백, 수천 번이었다. 발목은 부상으로 퉁퉁 부어서 스케이트화를 신을 때 참기 힘든 통증이 왔다. 부모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설득하고 말렸지만, 김연아는 지긋지긋한 스케이트화를 벗어 던졌다. 김연아는 같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다. 이제 남들처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작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시작하자 모든 게 낯설고 너무 힘들었다. 남들 공부할 때 매일 스케이트 연습을 했으니, 학업성적은 꼴찌에 가까웠다. 스케이트가 그렇게 싫었지만, 스케이트를 떠난 김연아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다. 연아는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꼴도 보기 싫었던 스케이트화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발도 아프지 않았다.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 위에 서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로 훈련이 아무리 힘들고 고되고, 부상을 입어도 스케이트화를 벗어 던지는 일은 없었다. 스케이트는 이제 연아의 모든 것이었다. 마지 못해서 억지로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고된 훈련도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발목의 통증도 더 이상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자체를 즐길 줄 알게 된 것이다..

우리의 삶도 김연아의 스케이트화와 같은 것이다. 삶이 고되고, 아프다고 해서 벗어 버릴 수도 없고, 매일 신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신발이다. 어차피 매일 신고 살아야 할 삶이라면, 삶 자체를 사랑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고통과 역경 가운데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주어진 삶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빙판 위를 질주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얼음판 위에서 수백 번, 수천 번 넘어지고, 더 고되고 힘든 삶을 살 수도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고,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실망하지 않고, 일어나 다시 달리는 나라다. 전능하신 창조주, 신실하신 하나님의 손 안에서 달리는 나라다.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성도란 쓰러져도 일어나 다시 힘차게 달려나가는 사람이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신 손 안에서 달리는 사람이다.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하나님의 아들이신 하나님이셨지만, 한 인간으로서 우리 인생들이 세상 살면서 겪는 모든 고난과 시련을 다 겪으셨다. 하나님으로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인간이 되셔서, 우리와 똑 같은 육체와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겪으셨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아들이셨지만, 사람의 아들로서 모든 고난을 직접 체험하셨기 때문에, 진정 우리를 도우실 수 있는 우리의 주님이 되신 것이다. 그 고난의 절정이 십자가의 자리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모든 것을 내어주심으로써, 진정한 구원의 주가 되셨다. 구원이란 단지 영혼의 구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구원이란 총체적인 삶의 구원이다.

히 2:18[표준새] 
그는 몸소 시험을 받아서 고난을 당하셨으므로, 시험을 받는 사람들을 도우실 수 있습니다. 

환난이나 역경을 당할 때에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삶을 벗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가 기쁜 마음으로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고, 고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인 것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환난이나 역경 가운데서도 위로와 희망과 이겨낼 힘을 주시며, 우리와 함께 하신다. 주님과 함께 가는 인생길의 끝에서는 하늘 아버지께서 영광의 면류관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신다. 

올림픽이나 세상법정에서는 오심과 편파판정이 있을 수 있지만, 하늘법정에서는 오심도 없고, 편파판정도 없다. 오직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주님의 보혈로 거룩하고 순결하게 하신 성도들을 위한 영광의 나라가 예비되어 있을 뿐이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붉은 피는 결코 흐려지는 법이 없고,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뜨거운 피는 결코 식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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