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100)- 미운 오리새끼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100)- 미운 오리새끼

정원교회 0 10485


어느 주일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주일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천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하고 물었다. 한 아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죽어야 가요” 그렇다. 죽는 자만이 천국에 갈 수 있다. 십자가를 통과한 자들이 가는 천국이다. 

교회 다니다 보면, 세상에서도 겪기 힘든 해괴한 일들을 가끔 겪게 된다. 성도 시절에 교회에서 어떤 분과 단 둘이 있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갑자기 세상에서도 듣기 힘든 쌍 욕을 마구 퍼붓고 갔다. 그분과 무슨 불편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화 중에 일어난 사건도 아니고,,, 무방비상태에서 습격을 당한 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곱만큼도 화가 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마귀가 나를 시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가면서, 그냥 그 사람이 불쌍해 보일 뿐,,, 그래서 식사 후에 커피를 한 잔 타서 갖다 드렸다. “집사님, 커피 한 잔 하세요” 웃으면서,,, 그러자 당황해 하며, 얼굴을 붉혔다. 

롬 12:20-21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숯불을 머리에 쌓아 놓는다는 말은 숯불로 머리를 지져 악을 제거하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얼굴을 붉히게 하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라는 뜻이다. 그 후로는 마음을 열고 항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열살 가까이 손아래인 집사님이 멀리서 손짓을 하며 부른다. 가까이 가자 갑자기 안면을 옆으로 돌리고, 옆에 있는 다른 집사님에게 한참 무든 이야기를 한다. 한마디로 안면몰수,,, 무안을 주면서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게다. 순간 기분이 매우 언짢았지만,,,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그냥 삭히고 넘어갔다. 그리고 몇 주 후에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날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갔었는데, 여자 집사님들 몇 분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칭찬해주었다. 다음 주일에 한 분이 “제가 노란 넥타이를 좋아하는데, 혹시 있으면 하나 주시겠어요?” 띵~~~ 그날 칭찬해주었던 여자 집사님들 중 한 분의 남편 되는 집사님이었다. 

가장 아끼는 넥타이였지만, 아무 말 안하고 다음 주에 갖다 주었다. 신학공부 하러 한국으로 가기 전 사 개월 사이에 겪었던 일이다. 목사 공부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시험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처럼 세 차례의 시험,,??이런 세 가지 시험을 치르고 신학을 공부했으니, 얼마나 성령과 은혜로 충만한 가운데 신학을 공부했겠나,,, 아브라함도 아닌데, 가족과 집을 떠나 짐 싸들고 수원 근교의 칠보산 기도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어느 목사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이 꽤 괜찮은 물건이 뉴질랜드에서 왔다고 소문을 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굵직굵직한 제안들이 들어왔다. 뉴질랜드에 이런저런 훈련원을 세우려고 하는데, 잘 준비해서 원장을 맡아달라는 등의 이야기다. 간이 점점 커져서 배 밖으로 나왔다. 하나님께서 나를 꽤 크게 쓰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기대와 포부 속에서 신대원 생활을 시작했다. 말씀과 성령으로 충만한 신대원 시절,,, 손바닥만한 원룸에서 먹고 자며, 이 방이 기도원이 되고, 말씀에만 몰두하는 영적 독서실이 되길 기도했다.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홀로 지내는 시간은 은혜체험의 시간도 되지만, 외로움과 싸우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자신과의 싸움은 이길 때보다 질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형편없는 자인지 절감하게 된다. 무참하게 짓밟히고 깨지면서,,, 영혼은 점점 어두운 밤 속에 갇혀 들어갔다. 

몸부림치며 하나님께 다가가고 매달리지만, 하나님은 때로는 잔인하시다,,, 내게서 손을 완전히 때신 것 같은 느낌,,,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하나님은 내게서 더 멀어져 가신다. 늘 내 안에 모시고 살던 하나님,, 그분께서 모습을 감추시고,, 나를 방치하신다. 영혼은 메말라가고, 피폐해져 갔다. 어두운 상자 안에 갇혀있는 느낌,,, 욥의 고백처럼, 앞으로 가도 그가 아니 계시고, 뒤로 가도 보이지 아니하며, 그가 왼쪽에서 일하시나 내가 만날 수 없고, 그가 오른쪽으로 돌아가시나 뵈올 수가 없구나,,,

하나님의 부재체험,,, 사실은 깊은 영혼의 고독과 아픔과 어둠 속에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는 은혜의 시간이다. 가끔씩 깜깜한 영혼의 상자 뚜껑을 살짝 여시고, 은혜의 빛을 비추어주시기라도 하면,, 그 은혜가 어찌나 달고, 오묘하던지,, 아니, 하나님의 은혜라는 게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거구나,, 감격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은혜의 시간은 짧고, 어둠은 길다,,, “하나님, 하나님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 것은 다 없어도 됩니다. 저를 떠나지만 말아주세요”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시고,,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철저하게 깨닫게 하신다. 자기분수, 자기 꼬락서니를 알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다.얼마 전에 어느 분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목사님, 항상 밝고 환하세요,, 정말 하나님이 안에 계신 것 같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런데 기분이 묘하다. 속으로 웃음이 난다. 하나님과 나만 알지,,,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 하나님, 저는 왜 이렇게 못났죠,, 저 혹시 미운 오리새끼 아네요? 동화에 나오는 미운 오리새끼는 사실 백조다. 자신 안에 있는 미운 오리새끼를 보는 사람은, 그 미운 오리새끼 안에 백조를 키우고 있으리라,,,.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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