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만 노인의 담대한 도전 1

법률/이민


 

<법률칼럼; 권태욱 변호사 > 어떤 대만 노인의 담대한 도전 1

일요시사 0 131

영국인들은 위대한 실패를 저지른 사람을 존경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로버트 스코트다. 그는 실패한 남극 탐험 원정대를 이끈 인물이었다. 첨단 장비를 실험하면서 대규모로 출발한 스코트의 탐험대는, 오로지 1등을 목표로 전통적인 개 썰매 부대로 남극을 공략한 아문젠에게 남극점 최초 정복자라는 명예를 빼앗기고, 탐험을 계속하다가 캠프에서 얼어 죽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한번도 해 보지 않은 도전을 하는 사람은,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뒷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와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런 이유로 영국인들은 위대한 실패자를 존경하는 모양이다. 


어떤 대만 출신 가족이 있었다. 부부와 세 딸로 구성된. 그들은 1995년에 뉴질랜드에 이민왔다.  그 당시에 적용되던 기술이민  Skilled Migration Category 으로 영주권을 취득했다. 기술이민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들은 본국에서 받은 교육과 업무 경력을 바탕으로 점수를 취득한다. 그 사람이 본국에서 했던 일을 뉴질랜드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제도다. 참 멍청한 전제다. 영국이나 남아프리카처럼 사회제도가 거의 비슷한 나라에서 온 사람은 본국에서 하던 일을 수행하는 직장에 쉽게 취직하고 동화를 한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본국에서 하던 일을 계속한 사람은 아마 10퍼센트도 되지 않을 것이다. 본국에서 기업체나 관공서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이 나라에 영주권을 받고서, 본국에 갖고 있던 일자리와 생활터전을, 중국 수리를 잡으러 떠나는 장산곶 매처럼 모두 깨부수고, 가족을 동반하고, 이 땅에 덜컥 옮겨오면, 그때서야 자신이 받은 교육과 경력을 활용할 직장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런 상황에 닥친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른 일을 시작하거나, 아니면 가족을 남겨놓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후자를 선택했다. 부인과 아이들을 이 나라에 남겨놓고 대만으로 돌아가서 원래 일하던 직장에 재취업, 고액 연봉을 받아서 부인과 자녀를 부양했다. 영구영주권을 받고 그렇게 했으면 괜찮았을텐데, 그 당시에는 그게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영주영주권을 취득하기에 필요한 기간만큼 이 나라에 머물렀다가는 대만에서 자기가 일해야 하는 곳의 상황이 어려워지는 형편이었나보다. 


그래서 그는 영구영주권을 상실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에서 일하면서 20년 이상을 가족과 떨어져서 살았다. 그동안에 시간이 허락하면 뉴질랜드를 방문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기러기 아빠’로 살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 성장해서 대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따라 혹은 해외로 떠나거나, 혹은  이 나라에 있더라도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는 나이가 되자, 부인이 대만에 있는 남편 곁으로 가서 한참을 지내다가 오기도 했다. 


부인과 자녀들은 그동안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해서, 가장의 영주권 상실과 상관없이 이 나라에서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평생 살 권리를 확보했다. 그렇게 그 가족은 이 나라 제도의 맹점을 활용해서 남편은 대만에서 사업을 하고, 부인과 자녀들은 이 나라가 제공하는 무상의료와 고급 교육의 혜택을 모두 누렸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지내고 싶으면 아내가 대만으로 가든지, 남편이 뉴질랜드에 와서 함께 지내든지 하면서 가족도 깨어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 영주권이 없는 남편이 뉴질랜드의 가족에게 올 때는 방문비자를 받았다. 영주권을 상실한 사람이라도 방문비자는 받을 수 있다. 그러다가 이 부부가 욕심이 났다. 


남편이 포기했던 영주권을 다시 신청했다. 이번에는 배우자 초청 영주권으로. 부인이 뉴질랜드 시민권자고, 그 부부가 12개월 이상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배우자 영주권 신청 조건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남편은 배우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다. 왜? 뉴질랜드 이민성 실무 지침 Operation Manual에 이런 사람에게는 영주권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처음 영주권을 신청할 때 주 신청자였던 사람이 영주권을 상실한 뒤에 다시 영주권을 신청할 때, 첫 영주권 신청에서 주신청자의 배우자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의 배우자로 배우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장이 길어서 좀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 케이스의 남편과 같은 사람은 부인의 배우자로 영주권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너무나 당연하고, 거의 모든 영주권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 사건의 남편과 같은 조건의 사람이 이 사람처럼 영주권을 신청하는 일은 아예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영주권을 신청했을 뿐 아니라, 그렇게 신청한 영주권을 이민성에서 기각하자, Immigration and Protection Tribunal에 항소까지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무모한 행동이다. 항소를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이민법무사인지 변호사인지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서. 돈을 꽤 들였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무모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다음 주에 말씀드리겠다.




권태욱 변호사  taekwonlawy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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